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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새" - [SNS와 한국정치]

2016-06-14 17:13:12

[빅데이터뉴스 김태영 기자] "정치를 하는 사람은 다수를 상대로 해야 하고, 소수를 상대로 하는 방법은 버리기 때문에 덕화(德化)에 힘쓰지 않고 법치(法治)에 힘을 쓴다(爲治者用衆而舍寡 故不務德而務法)"?한비자 현학(顯學)편 중에 있는 한 구절이다.

위의 글귀를 지금 한국정치에 맞춰보면 '정치와 SNS' 혹은, '정치인과 정치 매니아(mania)와의 관계' 정도로 연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일부 정치인들은 SNS에서 극성 정치 매니아들만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 관리에나 몰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절대다수의 대중과는 동떨어져있는데 이런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는 소수이지만 매우 적극적인 SNS활동으로 인해서 마치 다수처럼 보이는 극성 지지자들 때문에 한국정치와 정치인들이 망가지고 있다. 어리석은 정치인은 사람들 대부분이 막말이라며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극성 지지자들이 좋아하니 그것이 자신의 인기 비결이며 정체성이라고 착각한다. 한국정치의 수준을 한참이나 떨어뜨리는 한심한 일이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새" - [SNS와 한국정치]

특별한 능력과 성과가 없는 자잘한 정치인의 경우는 애교로 봐준다고 해도,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SNS의 역효과에 대해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인에게 SNS를 강요한다. 하지만 큰 정치인에게 SNS는 정작 소통이 돼주지도 못하면서 정치인 스스로가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꼴과 다름없게 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권주자 중에서 SNS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제로 엄청난 네트워킹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이 박 시장을 평가해주는 것이 아니며 박 시장의 대권지지율은 SNS에서의 인기만큼 높지는 못한 편이다. 박 시장을 소통 잘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해주기보다는 작은 것에 연연하는 정치인으로 인식시켜줄 위험성이 크다.

문재인 전 대표는 속칭 '노빠'나 '문빠'라 불리는 골수지지층들이 SNS에서 환대와 격려를 해주고 있는 것에 빠져있어 보인다. 대권주자로서 보여줘야 할 정치력과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은 낙제점에 가깝지만 매니아들에 휩싸여서 이미지정치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받는 몇 가지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트위터에서 구의역 사고와 관련한 언급을 하다가 몰매를 맞았는데, 안 대표는 SNS의 활용과 운영에 미숙함을 보인데 이어 위기대응 방식에서도 허술함을 보여줬다. 현재 국민의당은 전·현직 사무총장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리베이트 건으로 소란스럽다. 그리고 안대표가 갖고 있는 '인사 관련 안목' 및 '정무 판단력'에 대한 미숙함도 또 한 번 드러났다.

또한 위기 대처방식도 여전이 세련되지 못했다. 지금 사태는 국민의당 내부에 권력다툼 및 안 대표 측근들의 욕심 많은 자기정치가 터뜨린 사건인데, 이에 대한 안 대표의 관점과 위기의식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에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의당은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지경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정치는 "Yes or No"로만 표현해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문 전 대표나 안 대표가 직접 SNS를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소통을 핑계로 SNS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 특히, 대권주자급 정치인이라면 SNS를 버릴 필요가 있다. SNS는 아무리 잘해봐야 지지율 1%도 올리기 힘들다. 그러나 SNS에서 사소한 실수하나는 지지율 10%를 까먹을 수도 있다.

비단 효용성이 높지 않다는 점만으로 SNS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SNS는 자잘하고 사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급 정치인이라면 거대담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큰 방향을 제시하고 주장하며 큰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은 SNS에서 일반 유저들과 다를 것 없는 수준의 얘기나 남기며 재잘거리고 있다.

큰 담론이나 의제는 얼마든지 많다. 물론 그런 의제를 꺼내는 순간 ‘일베’회원들처럼 시각이 한 곳으로만 매몰된 매니아들이 SNS에서 갑론을박 떠들어대겠지만, 이들은 국민의 1%도 되지 않으며 각자 자기주장만 되뇌는 것일 뿐이다. SNS는 매니아들 자기들끼리만 주고받거나 서로 '좋아요'를 클릭해주는 자위해소용 창구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깊고 굵직한 리더가 필요하다. 뿌리가 깊고 굵은 줄기를 자랑하는 큰 나무는 SNS 같은 잔가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위해 잔가지를 아무리 꺾어가더라도 큰 나무의 수려함을 망치지 못하며 고목(高木)이 만들어주는 그늘을 없애지 못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런 큰 나무 같은 리더가 나와야 한다.

※ 착각하지말자 SNS
[SNS에서 내 얘기가 크게 확장될 거라는 착각]
현재 한국은 폐쇄형 SNS가 대세이다. 개방형 SNS의 사용률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거의 사라질지도 모를 정도이다. 즉, 아무리 극성지지자들이 SNS에서 떠들어 대봐야 그들끼리만 보고 말아버리는 그들만의 울타리 안 놀이터일 뿐이다.

[SNS를 하면 일반국민들과 소통하는 거라는 착각]
정치권과 정치 고관여층은 100% 가까이가 SNS를 사용하지만 그들은 전체국민의 1%도 안 된다. 일반인들 중에는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또한 정치인이나 정치권, 정치 고관여층과의 네트워킹(연결)을 하지 않으려 한다. 짜증나기 때문이다. 정치인 자신의 페친은 일반인이 꽤 많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그들이 바로 1% 안에 정치 고관여층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는 착각]
사람들의 확증편향성이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는 곳이 SNS이다. 끼리끼리만 대화하고 교류를 나누기에는 SNS만한 곳도 없다. 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라이벌에게는 무조건 비난만을 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실수는 감싸 안기만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마치 객관적인 사람인양 행세한다. 지식인은 다를 거란 착각도 금물이다. 때론 지식인이 더 그런다.

“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선거•정치 컨설턴트 김효태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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