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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서 사면복권 혜택 ‘최태원 SK회장’ 박근혜정부 가석방 특혜?

가석방은 법무부장관 권한…행형실무 관행 원칙 적용하면 비리 기업인 가석방 어려워…결과는?

2014-12-27 17:44:49

[빅데이터뉴스 김태영 기자] [로이슈=신종철 기자] 정부여당에서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비리 기업인(경제인)들에 대한 가석방 군불을 때더니 점차 ‘기업인 가석방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그렇다면 현재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인 재벌총수 비리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은 실현 가능할까.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종전과 같이 행형실무 관행을 원칙적으로 적용할 경우 가석방은 어려워 보인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종합 진단했다.

▲최태원회장
▲최태원회장
특히 이번 가석방 군불의 핵심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법적 요건인 형기 3분의 1을 채웠다는 이유만으로 ‘경제 살리기’라는 포장지를 씌워 단순히 ‘최태원 구하기’를 실행할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최태원 회장의 경우 경제사범으로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사면복권’의 혜택을 받은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 박근혜 정부에서 ‘가석방’ 혜택까지 받으면 ‘재벌 특혜 중 특혜’라는 비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회장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게 드러나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진실과 허위를 뒤바꾸고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이라도 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호된 질타까지 받은 것도 큰 부담이다.

따라서 실제로 최태원 회장 등 재벌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이 이뤄질 경우, 당장 사법부의 판결을 형해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일반 생활경제사범들과의 형평성 논란은 물론 ‘재벌 특혜’라는 국민의 법감정과도 배치되기 때문에 가석방 허가 권한을 가진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입장에서는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쨌든 칼자루는 가석방 권한을 가진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는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는 만큼 어떤 결론이 날 지 지켜볼 일이다.

◆ 청와대 “가석방은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한인섭 교수 “누굴 바보로 아나?”

먼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리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론에 군불을 지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가 싶더니,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힘을 실어주며 가석방 분위기를 조성해 가고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5선 출신인 박찬종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김무성 대표가 (SK) 최태원 회장 등 재벌의 가석방을 주장하자, 최경환 부총리가 즉각 화답한다”며 “각본에 맞춘 작전을 개시했나?”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경환 장관이 청와대에 가석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에 시선이 쏠렸다. 그러자 부담을 느낀 때문인지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리하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인 가석방론을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일반 생활경제사범도 아닌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재벌총수와 같은 비리 기업인들을 ‘방면’하는데 단순히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않고 가석방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기업인 가석방’ 공방…청와대 ‘법무장관 권한’이라고. 하하, 청와대 권한 아니라고요?”라며 “법적으론 법무장관 권한일지 몰라도, 실제로 청와대와 법무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의 의중대로 결정된다고 보면 틀림없다”며 “(청와대) 괜히 발뺌하지 말아요. 어느 코미디 대사를 빌자면 ‘누굴 바보로 아나?’”라고 꼬집었다.

◆ 황교안 법무장관 “누구든지 요건 맞으면 가석방”…가석방 대상과 절차는?

▲황교안장관(사진=페이스북)
▲황교안장관(사진=페이스북)
그런데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지난 24일 국회에 출석했다가 가석방에 관한 인터뷰에서 “경제인이라고 해서 가석방 안 된다고 말 할 수는 없다”며 “누구든지 요건에 맞으면 가석방할 수 있고, 요건에 안 맞으면 가석방 안 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즉 ‘가석방 요건’이 충족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재 언론에서 중첩되게 거론되고 있는 비리 기업인들이 법무부의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가석방으로 나올 수 있을까.

‘가석방’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구금시설(교도소, 구치소)에서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가 행형성적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형의 만료 전이라도 임시로 석방을 하고, 그 후 일정한 조건하에서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하는 행정처분을 말한다.

가석방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가석방 대상은 무기징역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징역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해야 한다. 아울러 가석방의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가석방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는 수형자의 나이,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재범의 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정을 고려해 가석방의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가석방 적격결정을 하면 법무부장관에게 가석방 허가를 신청하고, 그러면 법무부장관은 위원회의 가석방 허가신청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면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리하면 가석방은 법적으로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이 맞다. 또한 수형자가 형기의 3분의 1을 채웠고, 우수한 행형성적 등의 가석방 적격 요건이 충족됐다면 비리 기업인이라도 법무부장관이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다.

◆ 비리 기업인들 가석방에 있어 짚어봐야 할 중요한 다섯 가지 포인트

그런데 여기서 다섯 가지 중요한 대목이 있다.

첫째 그동안 법무부가 가석방을 허가해 온 행형실무 관행이다. 둘째, 일반경제사범과의 형평성 문제다. 셋째, 사법부 판결의 형해화 문제다. 넷째, 역대 정부는 기업 활성화를 도모해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인 수많은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해 왔으나, 실제로 경제 살리기 효과가 나타났느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다섯째, 국민의 법감정과 가석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느냐로 요약된다.

먼저 가석방 실무 통계를 보면 이번에 가석방 대상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비리 기업인들의 경우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회의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가석방이 되려면 형기의 3분의 2 이상 즉 최소한 70% 이상 나아가 85% 정도의 형기를 채워야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법적으로 3분의 1을 채웠기에 가능하다는 이유로 종전 법무부가 취해온 행형실무 관행을 깨고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법무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 가석방 실무는 어떻게 해왔을까.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무부로부터 받은 <가석방자의 형의 집행률 현황>을 보면, 형기의 50% 미만을 마친 사람에 대해서는 가석방이 실시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으며, 대부분이 70% 이상의 형기를 마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현행법에는 형기의 1/3을 마친 사람이 가석방 대상자가 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70~80% 이상의 형기를 마친 사람만이 가석방됐던 것”이라며 “그동안 법조계에서 형기의 2/3를 마쳐야 가석방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법무부의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 의원은 “최근 언론에 가석방 대상자로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들 중에서 형기의 70% 이상을 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또 가석방 대상자로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들 중에서 가석방이 예상되는 내년 3.1절이 돼도 형기의 60%도 채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기호 의원은 “따라서 ‘비리 기업인 일부가 형기의 1/3을 마쳤으므로 가석방되는 것이 특혜가 아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니다”며 “즉,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들이 현행법상 가석방 대상자로 분류되는 것은 맞지만, 실제로 근시일내에 가석방이 된다면 그 동안 사례가 한 번도 없던 특혜 대상자가 되는 것”이라고 특혜라고 못 박았다.

검사 출신인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 대표)도 페이스북에 “법률상으로는 형기의 1/3을 복역하면 가석방을 할 수 있지만, 실무상으로는 형기의 80~90% 정도를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도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1/3 이상의 형기를 마친 경우 ‘가석방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행형실무에서는 선고형의 3분의 2 이상인 사실상 85% 가량의 기간이 경과해야 비로소 ‘가석방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 재벌기업 총수 기업인들만 혜택? 일반 생활경제사범들과의 형평성 논란

재벌기업 총수 기업인들만 형기의 3분 1을 채웠다는 이유로 가석방을 하게 되면, 일반 생활경제사범 등과의 형평성 비난도 피해가기 어렵다.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한 박찬종 변호사는 트위터에 “김무성 대표, 형기 1/3을 넘긴 최태원 회장 등의 가석방을 주장하는데, 현재 47개 교도소에 3만5000명의 수형자가 있고, 잔여형기 1~3개월을 남겨 놓고 가석방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겨우 (형기 1/3) 최소조건을 갖춘 재벌에게 특혜를 주지 말고, 하려면 공평하게 해야”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또 “김무성 대표, 최태원 회장 등 재벌의 가석방ㆍ사면을 주장하자, 곧이어 최경환 부총리가 화답하다. 각본에 맞춘 작전을 개시했나? 경제 살리기가 명분? 3만5000명 수형자의 90%가 생계형 경제사범”이라며 “이들을 역차별하는 행태가 ‘유전무죄 유권무죄’”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변호사는 거듭 “김무성과 최경환, 최태원 회장 등 재벌의 가석방ㆍ사면은 일반 수형자와의 형평을 맞춰 역차별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며 “이봐요, 재벌에게는 특혜를 주고, 오히려 일반수형자는 역차별 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지며 “상황인식이 이래서야! 이러니 재벌정당 소릴 듣지”라고 질타했다

김정범 변호사도 “기업인의 경우에만 1/3 법적 요건을 갖추었다는 이유를 들어 가석방을 하게 된다면, 다른 수형자들의 경우와 형평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사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법집행에 대해 일반 서민들은 유전무죄(有錢無罪)ㆍ무전유죄(無錢有罪)를 외쳐왔다”며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이 일반 수형자에 비해서 특혜가 주어진다면 이 또한 유전무죄의 전형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 조수연 변호사는 “최경환 장관이 연일 경제인 가석방을 주장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추운 겨울 새벽에 교도소 면회실 앞에서 줄을 서며 사랑하는 가족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리는 노모나 처,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했으면 한다”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면서 “최 장관은 억장 무너지는 군불을 그만 때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 재벌총수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하면 정말 경제 살렸나?…사법부 판결 형해화

그런데 역대 정부가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재벌총수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 등을 한 경우 정말 경제 살리기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민판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서기호 의원은 “법원은 죄마다 정해진 형의 범위에서 여러 양형인자를 고려해 형벌의 정도를 확정하는데, 법무부가 형기의 1/3을 마쳤다는 이유로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하고 석방하는 것은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트위터에 “형 선고할 때 재벌총수는 이런저런 이유로 깎아준다. 형집행 과정에서 집사변호사들이 자주 접견하여 징역살이 편하게 한다. 게다가 때 이른 가석방이면...단계 단계마다 특혜로 점철!!!”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김정범 변호사도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은 가능한 최대한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가석방이 남용된다면 사법부의 판단을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게 되므로 삼권분립의 가치에도 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따라서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의 특혜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써 심각하게 국가질서를 흩뜨리는 헌법 파괴행위가 될 것”이라며 가석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흔히 정치권에서는 국민경제의 어려움과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 투자유치를 이끌어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는데, 그렇다면 일반 수형자는 국가나 사회발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결국 정치권이나 언론의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논의는 경제회복을 이유로 범죄행위를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에서 “언제나 명분은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 정치적 부담이 큰 대통령 사면 대신 가석방이라는 수단으로 바뀌었지만, 경제범죄에 대한 선처를 투자 증대라는 거시경제적 목적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면권 행사 논리와 같은 맥락”이라고 간파했다.

참여연대는 “비리 기업인을 사면하면 해당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고, 또 이론적으로 검증이 가능하지도 않다”며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광복절에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45명의 재벌총수 및 경영진들을 특별사면했고, 2009년에는 배임과 조세포탈로 유죄판결을 받은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으로 특별 사면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그 이후 재벌들의 투자가 늘어나 우리 경제가 좋아졌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오히려 한 번의 비리를 추가적 비리로 연결하는 초대장이 되는 것은 아닌가? 이번에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 중에는 이미 과거에 경제비리를 저지르고 특별사면을 받은 적이 있는 기업인이 포함돼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최태원 회장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비리 기업인을 사면하면 투자가 활성화 된다’는 주장은 자신들만은 법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재벌의 뻔뻔한 요구를 반영한 거짓말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는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을 유력한 경제정책으로 호출하는 관행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경제 살리기에 진짜 필요한 정책은 외면하면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 총수의 초법적 행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드높은 시기에,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 경제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을 끊임없이 풀어 주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비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경제라는 이름으로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가석방을 운운하는 것은, 그 경제인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순간 우리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뿐만 아니라, 이 정권이 마치 경제 살리기에 주력을 다하고 있는 듯한 허위의식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중의 음모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희 교수는 그러면서 “법치의 확립을 위해서 뿐 아니라, 진정한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도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비리 경제인들에 대한 가석방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사면복권 혜택 받았던 최태원 검찰과 법원 농락(?)하다 재판부로부터 호된 질타

MB정권서 사면복권 혜택 ‘최태원 SK회장’ 박근혜정부 가석방 특혜?
가석방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데,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재판 과정을 들여다보면 가석방에 불리한 요소도 적지 않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는 2013년 1월 3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벌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크게 혼이 났다. 그 이유가 기가 막히다.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또한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하며 SK그룹 최고경영자 형제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의 호된 질타가 눈길을 끌었다. 이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최태원, 최재원은 수사 초기 대책회의에서 횡령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 및 재판에 대비한 대응책으로서 거짓된 내용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에 따라 SK계열사 임직원들로 하여금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게 하고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위증을 하게 했으며, 자신들은 그때그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들면서 마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진실과 허위를 뒤바꾸고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이라도 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고 질타했다.

특히 “최태원, 최재원이 수사초기부터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취한 이런 태도는, 피고인들이 과연 기본적인 규범의식이나 준법정신을 지니고 있는지, 법보다 자신들이 지닌 다른 어떤 힘을 더 중시하는 것은 아닌지,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재판제도 및 재판기능을 수행하는 법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태원은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에 활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향후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꼬집으며 “따라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최태원 형제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 2월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에게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2005년 6월 서울고법에서 배임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그 후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사면 및 복권된 바 있다.

따라서 최 회장은 과거 경제범지에 대한 사면복권 혜택을 받은 전례가 있음에도 또 경제범죄를 저질러 징역 4년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도 반성은커녕 검찰과 법원을 농락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재판부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은 점은 이번 가석방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가석방 대상에 오르내리는 기업인은 누구?

현재 언론에서 중첩되게 거론되는 가석방 비리 기업인을 보면 대략 5명 정도다.

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고, 48% 정도의 형을 살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의 경우에도 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 받고, 48% 정도의 형을 살고 있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데 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54% 형기를 채웠고,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 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28% 형기에 불과하다. 구 전 부사장은 내년 3.1절을 보더라도 형기의 34%밖에 채우지 못하는 상태다.

▲서기호의원자료
▲서기호의원자료


사기대출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병석 C&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6월 27일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재판장 염기창 부장판사)가 징역 10년, 항소심에서 징역 7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돼 서울고법에서 2012년 12월 14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구자원 LIG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0월 31일 구속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재판장 김용판 부장검사)는 2013년 9월 14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2014년 2월 11일 구본상 부회장에게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은 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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