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현대차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이하 유증)를 발표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자금조달 목적은 부채상환 및 차세대 IT 시스템 개발(이하 차세대 시스템) 등이다. 자금조달 목적에는 시설자금을 위한 1000억원도 포함됐다.
◆금감원 제동, 자금조달 목적 'RCPS 상환' 누락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6일 주당 6640원에 3012만482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의했다. 자금조달의 목적은 △시설자금 1000억원 △채무상환 225억3000만원 △기타 자금 774억7000만원이다.
현대차증권의 시가총액은 약 2400억원이다. 따라서 시가총액에 맞먹는 유증 추진으로 주주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대주주인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이 유증에 참여한다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예컨대 현대차증권의 2대 주주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12일 유증에 231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특수관계자 기아차도 보유 지분율 4.54%에 따라 배정된 물량 약 101만주를 전량 청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상쇄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증권의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대차증권의 유증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현대차증권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유증 자금 중 절반을 부채상환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증 대금 사용 목적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용도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IB업계에서는 현대차증권이 RCPS 상환 용도를 목적에서 누락한 것은 과거 조달한 자금 상환을 기존 주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 RCPS 상환 내년 5월, 2000억원 위해 '일반 주주배정' 진행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9년 자본확충을 위해 1036억원 상당의 RCPS를 발행했다. RCPS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주식의 한 종류로 상환권과 전환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면서 일정 조건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특히 기업가치가 높아져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전환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된다.
문제는 전환가(1만1000원)보다 현대차증권 주가(19일 종가기준 7590원)가 낮다는 점이다. 특별한 밸류업이 없는 한 RCPS 투자자들도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 다시말해 RCPS는 현대차증권에게 부채로 돌아온 것이다. 아울러 현대차증권의 RCPS 상환기간은 내년 5월이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위한 주주배정 유증은 더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 투자의 경우 통상 제 3자 배정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기존 발행된 주식수 5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로 발행 가능하다. 즉 현대차증권이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위해 유증을 한다면 발행 주식 총수의 절반을 초과할 수 없다. 이 기준대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1300억원이다.
그러나 현대차증권이 조달하려는 자금규모는 2000억원이다. 결국 부채상환과 차세대 시스템 개발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 위해 비판을 받으면서도 일반 주주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세대 시스템 개발로 퇴직연금, 자산관리(WM)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국내 증권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현대차증권은 주주배정을 통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이 향후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일단 근간이 되는 차세대 시스템 개발과 관련한 공사는 공간이 크다. 이는 곧 대규모 인력이 들어갈 만큼 큰 사업"이라며 "과거 쓰던 시스템은 오래돼 교체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테일 뿐만 아니라 운용, 퇴직, 파생, 채권 등 여러 플랫폼들을 담아 정확하고 빠르게 데이터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시스템 개발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RCPS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어 결국 현대차증권이 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자본 조달을 위해 IB 역량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차세대 시스템 투자로 WM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안하는 증권사가 어디 있냐"며 "문제는 주주배정 유증을 선택한 것이다. 차세대 시스템에 투자할 거라면 모회사인 현대차 등에 3자 배정을 하는 것이 맞지만 이 방안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채 상황은 그럴 수 있지만 차세대 시스템 개발은 현대차증권이 제조업을 영위하는 공장이 아닌 이상 주주배정의 근거가 되기는 약하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