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으며, 'AA+,안정적' 신용등급을 등에 업었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 회사채 수요예측은 흥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빅딜로 꼽혔던 지누스 인수 이후 계열사 영업손실과 실적 부진 등이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현대백화점은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1000억원), 3년물(5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30~+30bp(1bp=0.01%p)를 가산해 제시했다. 대표주관업무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된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3년에 발행한 1000억원 회사채가 오는 27일 만기로 돌아온다. 또한 오는 5월 28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금리는 각각 3.90%, 3.69%다.
반면 지난 17일 기준 2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4%대, 3년 만기는 2.3%대다. AA+ 등급 기준 각각 2.8%대 금리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현대백화점이 2%대 자금조달에 성공한다면, 이자 비용 절감과 전체적인 재무 안정성 기여도까지 기대할 수 있다.
◆ 회사채 시장서 '무적'…지누스, 변수에서 상수로 자리 잡나?
현대백화점은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는 '이슈어'다. 특히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입지와 경쟁업체 대비 우량한 신용등급 등으로 항상 흥행에 성공했다. 예컨대 지난 2012년 4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이래 미매각 사례가 없다.
특히 지난 2022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빅딜'로 주목 받은 지누스는 이제 현대백화점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지누스를 인수한 후 첫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지난 2023년 현대백화점은 2000억원의 자금을 모으기 위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무려 1조7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에도 현대백화점은 1500억원을 모집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2조3600억원의 투자 수요가 쏟아졌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에 따른 차입부담 확대를 지적했지만, 시장은 이를 변수로 받아들이지 않은 형국이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2022년 지누스 인수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며 "인수 대가 지급과 차입금 연결실체 편입으로 순차입금이 1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후 영업창출현금 확대가 이어지며 차입부담이 경감했지만,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는 M&A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실제 지누스는 지난 2022년 말 당기순이익 297억원을 기록한 후 2023년 당기순이익 5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현대백화점의 연결 실적에도 부담을 줬다. 현대백화점의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4% 감소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사업보고서 공시 이래 첫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누스 인수 직후 부채비율도 63.8%에서 85%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 부채비율은 88.6%다. 100% 이하의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영위하고 있지만, 지누스 인수로 인해 무차입 경영은 차입경영 기조로 전환됐다. 순차입금이 1조원 이상 늘었으며, 차입금의존도도 20%대 중반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이후에도 풍부한 유동성, 본업(백화점)의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자금을 조달해왔다"며 "꾸준히 지적된 지누스와 면세점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