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이월기간 연장·일몰 폐지 촉구 LGD, AI로 설계기간 한 달→8시간…“투자 당해연도 환급 필요”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안보가 된 디스플레이, AI로 이끄는 초격차'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다경 기자]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조혁신을 경쟁력 강화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을 고려해 세액공제 제도를 손질하고 투자 당해연도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안보가 된 디스플레이, AI로 이끄는 초격차’ 정책 토론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참석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I를 활용한 생산공정 고도화와 신규 시장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AI를 활용한 소재 설계와 AI 기반 검사 강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패널을 넘어 폴더블·슬라이더블 등 신규 폼팩터와 차세대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8.6세대 IT용 생산라인에 4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올해 7월 양산 투입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세제와 인프라 지원 강화를 요구했다. 허 부사장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의 이월기간을 현행보다 늘리고 일몰 없이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비용 전반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첨단 생산시설의 적기 가동을 위한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도 요구했다. 허 부사장은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전력·용수 등의 핵심 인프라를 제때 공급하는 한편, 글로벌 고객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확대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도 요청했다. 중소기업이나 국책연구소가 신기술과 공정을 개발하고 대기업이 이를 검증해 양산으로 연결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LG디스플레이는 AI를 실제 개발과 생산 현장에 적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중국의 추격에서 살아남는 방향은 압도적이고 차별적인 기술”이라며 기술 중심의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특히 2024년부터 자체 AI를 개발해 개발·생산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서 엣지 프레임 설계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 한 달 정도에서 8시간으로 줄어든 사례도 소개했다.
이 그룹장은 “맞춤형 독자 AI를 개발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제조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투자세액공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법인세에서 차감하는 방식이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해에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를 기록하면 세제 혜택을 즉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투자 당해연도에 세액공제 혜택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직접환급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 그룹장은 “R&D나 생산시설에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면 그해 수익이 줄거나 적자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그해 바로 환급해주는 제도가 도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방투자 지원제도에 접경지역의 특수성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우대지수’가 서울과 지방 간 물리적 거리를 기준으로 지원 수준을 달리하는 방식이라면 경기 파주처럼 수도권에 위치하면서도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지역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그룹장은 “LG디스플레이가 위치한 파주는 서울과 물리적으로 멀지는 않지만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접경지역이라는 부분을 감안해 제도를 설계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에서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추격, 미국의 공급망 대응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중심의 디스플레이 공급망이 미국의 관점에서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와 주요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중국산 디스플레이 의존에 대한 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을 중국군사기업 명단에 포함시키는 등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은 AI 시대를 맞아 공간컴퓨팅(XR·AR), 로봇 인터페이스 등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업과 팹별로 분산된 제조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 현장에서는 자동차·방산·로봇 등으로 디스플레이의 적용 분야가 확대되는 만큼 OLED 이후의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