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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뺀 대한민국 수출은 ‘정체’…착시현상 심화

2026-10-04 08:57:08

연간 반도체 수출 비중 처음으로 40% 선 넘어
반도체 특수 제외하면 4000억~5000억 달러대
1~9월 무역수지 2525억 달러, 2004년 수출액 보다 많아
미국 등 주요 교역국 통상 보복 대상 될 가능성 커져
반도체 수출 절반은 중국으로, 미국의 견제 효과 없어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대한민국 수출액이 반도체를 제외하면 4000만~5000만 달러 내외에서 정체를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과 2026년 자동차, 조선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의 수출이 늘면서 전체 수출액 증가를 도모했다고는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특별하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반도체 의존도가 이례적으로 커졌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반도체 업황이 하강할 경우 해당 업종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일 빅데이터뉴스가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화 수출입 통계를 통해 대한민국 총수출액과 반도체 수출액(MTI코드 831 기준)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2026년 9월 말 현재 한국 수출액 8145억3200만 달러, 반도체 수출액은 3403억2400만 달러로, 반도체 비중이 41.8%에 달했다.

반도체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반도체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2025년(1734억600만 달러)에도 24.4%, 2024년(1419억2000만 달러)에도 20.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026년 월간 추세를 보면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하다. 5월 42.4%로 40% 선을 처음 넘어서더니 6월 44.0%, 7월 41.3%, 8월 47.5%에서 9월엔 총수출액 1209억4400만 달러에 반도체 수출 602억9500만 달러로 49.9%까지 확대됐다. 이달엔 월간 반도체 수출액이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한국이 거둔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1~9월 무역흑자는 2524억7600만 달러로 2025년 연간 흑자(774억3500만 달러)의 3배를 넘어섰다. 특히 건국 이래 연간 무역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 올해 처음인데, 무려 2500억 달러 대라는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한국의 연간 총수출액이 2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4년 2538억4500만 달러로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22년 만에 수출액보다 많은 금액을 수출로 거둬들이는 시대를 맞이했다.

반도체의 위력 덕분이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증가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가격 강세도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만큼 무역흑자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연도별 수출액 대비 반도체 수출액 비중 자료= 산업통상부, 한국무역협회
대한민국 연도별 수출액 대비 반도체 수출액 비중 자료= 산업통상부, 한국무역협회

이렇듯 한국의 교역 규모는 반도체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의 수출 규모는 정체되었다는 표현이 맞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2014년 5100억1800만 달러에서 2015년 4638억4000만 달러로 떨어지며 6년간(2016년 4331억9800만 달러, 2017년 4469억8800만 달러, 2018년 4781억5400만 달러, 2019년 4483억300만 달러, 2020년 4133억2100만 달러)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5164억2000만 달러로 5000억 달러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2022년 5543억5600만 달러, 2023년 5335억9600만 달러, 2024년 5416억8900만 달러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5년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이 7093억3000만 달러로 급증하면서 정체를 극복했다. 전기자동차와 상선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반도체를 받쳐준 덕분이었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의 성장 속도가 워낙 크다 보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가는 되도록 수출액과 수입액의 균형을 맞춰 무역수지를 적자가 아닌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이 아니므로 어느 국가가 부를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면 교역으로 손해를 본 국가들의 견제가 커져 중장기 미래엔 관세와 물량 축소 등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반도체 덕분에 거둬들인 25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액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증시와 비슷한 국제 시장에서의 시세에 따라 결정되는 데 당장 수요가 부족해 절대적인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수요 산업이 투자와 구매를 축소한다면 하루아침에 가격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너무나도 크다. 지금 한국 경제가 이러한 반도체 경기 변동성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거둬들이는 막대한 외화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반도체 시황이 꺼졌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현재의 호황을 독식하고 있다는 의식이 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 회사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강제했고, 한국도 용인과 평택에 부지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해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으려고 하고 있다. 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지어 제품을 출하한다면 공급이 늘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 매출 폭증을 일으켰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러시가 최근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라인 하나를 까는 데에는 수조~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만큼 확신 없이 섣부르게 투자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압박받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한편, 국가 교역에서 특정 산업과 제품의 비중이 높고 대상 국가가 상위 5개국 집중도가 센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구조는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것이므로,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처음 집권했을 때부터 한국과 대만 일본 등이 중국으로의 고부가가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출하는 것 막기 위해 갖은 통상 규제를 시행했으며, 2025년 재집권한 뒤에도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제약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출액 적인 측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가 소용이 없었다.

2026년 1~8월 반도체 수출액 2800억2900만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액은 878억47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207.3% 급증했으며, 여전히 1위 수출국이다. 2위는 홍콩으로 204.6% 늘어난 429억5300만 달러였다. 홍콩은 중개무역이라고 하지만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의 중간 경유지 성격이 더 강해 사실상 중국 수출로 본다. 이러면 양국으로의 수출액이 1308억 달러로 비중이 46.7%에 달했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부시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이 제재를 본격화한 2017년부터 우려와 달리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과 2023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2026년엔 6월까지 수출액(570억7000만 달러)이 2025년 연간 규모(477억6800만 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다, 미국이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대부분 완제품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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