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8월 t당 평균 수입가격 617달러, 2022년 이후 최고가 올해 들어 가격 공세 이어지며 700달러 넘기도, 수입중량도 늘어 경기 침체로 국내 공급량 감소, 현대제철‧포스코 전기로 가동 확대 6월 이후 국제가격 하락해도 인상, 당분간 가격 강세 이어질 듯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에 사용되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기로. 사진= 현대제철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침체했던 철강경기가 반등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기로 제철소에서 쇳물을 만드는 핵심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수입가격이 급등하며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철강업계와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간 철스크랩(MTI코드 6914) 수입액은 6억6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억100만 달러 대비 10.4%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수입 중량은 107만509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5먼7224t보다 7.1% 줄었다.
수입 중량은 줄었는데 수입가격이 늘었다는 것은 철스크랩 가격이 인상됐음을 뜻한다. 2006년 1~8월 대한민국의 철스크랩 t당 평균수입가격은 617달러에 달했다. 2025년 연간 t당 평균가격 532달러보다 85달러(16.0%)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중단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t당 591달러)보다 높은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격 강세는 2026년이 시작되면서 벌어졌다. 1월 수입액과 수입중량은 각각 9.0%, 28.1% 감소한 7700만 달러, 12만165t이었는데, t당 평균 수입가격은 638달러였다. 5월까지 수입가격과 수입중량이 모두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졌는데, t당 평균 수입가격은 올랐다. 2월에 513달러로 떨어졌으나 3월 579달러로 다시 오른 뒤 4월엔 월간 최고 수입가격인 749달러에 달했다가 5월엔 663달러로 반등했다.
6월엔 수입액과 수입중량이 모두 증가했다. 수입액은 1억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0%, 수입중량은 18만7957t으로 23.6% 늘었다. 7월엔 수입액 9700만 달러로 14.2% 증가했으나 수입중량은 14만4745t으로 10.2% 줄었다. 하지만 8월에 수입액 1억1300만 달러, 수입중량 17만9932t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3%, 85.7% 증가했다. t당 평균 수입가격은 6월 577달러에서 7월 668달러, 8월 626달러로 600달러 대가 보편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2926년 월별 철스크랩 수입현황 자료= 한국무역협회
업계에선 철스크랩 평균 수입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단순히 해외 가격이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라 국제 철스크랩 가격, 국내 수급, 수입선 변화, 환율·운임, 전기로 수요가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철스크랩 가격 자체가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국제 철스크랩 시장은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철스크랩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6월 말 기준 일본산 H2(두께 6mm 이상의 고품질 중량 등급 철스크랩)의 FOB(본선인도조건) 기준 수출 가격은 t당 5만4000~5만4500엔(342~345.25달러), 슈레디드는 5만6000~5만7,500엔(354.76~364.26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한국이 철스크랩을 수입할 때 가장 중요한 공급국 가운데 하나가 일본이므로 일본산 가격이 올라가면 한국의 평균 수입단가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내 철스크랩 가격이 올라가면서 물량 확보를 위해 수입업체들이 높은 가격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가 올해 들어 국내 철스크랩 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2월 국내 중량A 평균가격은 t당 40만5000원으로 전분기보다 약 6% 상승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겨울철 철스크랩 발생량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6월에는 국내 중량A 평균가격이 44만 원을 넘어 2024년 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철스크랩을 들여올 때도 과거처럼 “싼 물량을 기다리는 전략”보다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국내 공급 부족 때문에 비싼 수입 철스크랩도 필요해졌다 2026년 철스크랩 시장에서는 수요는 증가하는 데 국내 발생량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나타났다. 특히 철근 수출이 크게 늘면서 철스크랩 소비가 증가했다. 즉, 국내 고철 부족 → 제강사의 수입 의존도 증가 → 해외에서 확보 경쟁 → 수입가격 상승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수입선이 달라지는 것도 평균 수입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일본산 저가 철스크랩 물량 비중이 줄어들면서 미국·유럽 등 상대적으로 비싼 물량 비중과 고급 스크랩·슈레디드 비중이 늘었고, 특정 시기에 긴급 조달 물량도 증가했다. 이러한 요인이 2026년 시장에 모두 겹치면서 국제 철스크랩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한국의 t당 평균 철스크랩 수입단가가 올랐다.
더불어 환율도 원화 기준 수입단가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
2026년에는 해상 수입 운송비도 일부 항로에서 상승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일본발 해상 수입 운송비용은 전월보다 20.2%, 전년 동월보다 23.1% 상승했다. 철스크랩은 가격이 낮은 원료이기 때문에 운임이 t당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원료 가격이 그대로여도 운임이 오르면 한국에 도착한 철스크랩의 실질 원가는 올라간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수입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한 6월 말에 국제시장에서는 철스크랩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일본도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가격이 내려가면 시차를 두고 한국 수입단가에도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철스크랩 수입량이 증가추세로 가고 있어 가격이 떨어져도 물량 단위 금액 규모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철근·형강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스크랩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폐철 발생량도 줄었으나 철스크랩 소비는 증가세로 전환했다. 2026년 상반기 국내 제강사의 철스크랩 소비량은 약 1087만t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전기로 가동 확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3월부터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가동했고, 포스코도 광양제철소에 연산 270만t 규모 전기로를 구축해 가동에 들어가는 등 전기로 가동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전기로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철스크랩만으로는 부족하며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가 업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용어설명>
O H2 철스크랩
두께 6mm 이상의 고품질 중량(Heavy) 등급 철스크랩을 뜻한다.
O 슈레디드(Shredded) 철스크랩
일본에서 발생한 폐자동차, 가전제품, 폐건축 자재 등을 대형 파쇄기(Shredder)로 잘게 부수고 물리적으로 선별하여 품질을 높인 고품위 철스크랩을 말한다.
FOB(Free On Board, 본선 인도 조건)
무역 거래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형거래조건(Incoterms) 중 하나로, 판매자(수출자)가 약속된 항구에서 구매자가 지정한 선박에 물품을 실어 넘겨줄 때까지의 모든 비용과 위험을 책임지는 조건이다.
O 한국 중량 A(KB1) 철스크랩
한국산업표준(KS D 2101)에 따른 분류 중 하나로, 두께 6.0mm 이상의 고품질 중량 철스크랩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