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정산 시점...은행차입금 1조8187억도 1년 내 만기 판교 연구소·KAI 지분에 7877억...받은 대금 46.3% 4개월 만에 집행 한화오션 평가손실 4714억 반영...자본총계 4293억 줄고 부채비율 159.1%
한화그룹 사옥. / 이미지 =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한화시스템의 연결 기준 차입금이 올 상반기 말 3조2608억원으로 1년 반 만에 9배가 됐다. 늘어난 2조9316억원의 58.0%는 보유 중인 한화오션 주식을 넘기고 받은 대금이다. 주가 위험이 한화시스템에 그대로 남은 계약이어서 회계상 매각이 아니라 차입으로 잡혔다. 주식을 팔아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이란 얘기다. 한화시스템이 받은 1조700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는 4개월 만에 부동산과 타법인 지분으로 바뀌었다. 정산 시점은 내년 4월이다. 한화시스템 은행차입금 2조203억원의 90%가 만기를 맞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올해 3월 6일 이사회에서 한화오션 주식 양도를 결의했다. 한화오션 주식 1328만1250주를 1조7000억원에 넘기는 거래로 지분 4.33%에 해당한다. 거래 형태는 정규 장이 아닌 시간외 시장에서 한꺼번에 넘기는 시간외대량매매다. 거래상대방은 더사라제일차와 엔투글로리제일차 등 특수목적회사 7곳이다. 양도 예정일은 4월 6일, 대금 결제일은 4월 8일이었다. 한화시스템은 넘긴 주식에 대해 양수인과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PRS는 주식을 넘기고 돈을 받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차액을 정산해야 하는 계약이다. 차액을 계산하려면 어느 주식을 얼마로 쳤는지가 계약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기준이 되는 주식인 기초자산은 한화시스템이 넘긴 한화오션 주식 1328만1250주, 기준가격은 양도 예정일 직전 영업일인 4월 3일 종가 12만8000원이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내년 4월 한화오션 주가가 12만8000원을 밑돌면 한화시스템은 그 차액에 넘긴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
넘긴 주식의 법적 소유권은 특수목적회사로 옮겨갔다. 양도 후 한화시스템이 소유한 한화오션 주식은 2216만9660주, 지분율 7.24%다. 그런데도 재무제표에는 넘긴 1328만1250주를 더한 3545만910주, 지분율 11.57%가 그대로 남아 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의 손익을 여전히 한화시스템이 지기 때문이다. 같은 주식이 법적으로는 특수목적회사 소유이지만 회계로는 한화시스템 소유로 갈린 셈이다.
주식이 한화시스템 자산에 남은 대신 받은 대금은 부채로 잡혔다. 연결 기준 차입금은 2024년 말 3292억3192만3000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2607억8265만5000원이 됐다. 2조9315억5073만2000원이 늘어난 것으로 이 중 1조7000억원, 58.0%가 양도 대금이다. 한화시스템의 은행차입금 2조202억7331만1000원 가운데 1조8186억8820만6000원은 3개월 초과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온다. PRS 정산 시점도 같은 기간에 들어 있다.
차입금이 늘어난 것과 달리 한화시스템 자본은 줄었다. 한화오션 주식 3545만910주의 가치는 지난해 말 4조272억2300만원에서 올 6월 말 3조5557억2600만원으로 하락했다. 상반기 평가손실은 4714억9700만원이다. 연결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5조9억9910만1579원에서 4조5716억5869만1900원으로 4293억4041만원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6.5%에서 올 6월 말 159.1%로 올랐다. 빚이 자본의 1.6배라는 뜻이다.
신용평가업계는 차입금이 늘었어도 한화시스템의 재무여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방산부문과 ICT부문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고 필리조선소를 넘기면 조선 부문 적자가 연결 실적에서 빠진다는 이유에서다.
양도로 받은 대금은 빠르게 소진됐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6월 24일 ㈜한화로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의 한화미래기술연구소 토지와 건물을 2878억5000만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시스템은 7월 8일 이사회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 장내 매수를 5000억원 한도로 승인하고 8월 10일 4998억5077만3600원을 집행해 마쳤다. 한도의 99.97%다. 기존 보유 148만7530주에 336만3353주가 더해져 지분율은 4.98%가 됐다. 연구소 매입까지 2건을 합치면 7877억77만3600원으로 양도 대금의 46.3%다. 받은 대금이 현금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한화시스템은 양도 이전부터 미국 필리조선소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2024년 12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분을 보유하기 위해 세운 미국 중간지주사 HS USA 홀딩스(HS USA Holdings Corp.)에 별도재무제표 기준 4057억352만원을 넣었다. 이 가운데 1409억1992만원, 34.7%는 개별 공시 없이 집행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18일 이 지분을 계열사에 3251억808만원에 넘기기로 결의했고 처분 사유로는 신사업 전략 추진을 위한 유동성 확보를 들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7조는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대규모법인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을 타법인 주식 취득에 쓸 때 당일 거래소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필리조선소에 넣은 올해 상반기 출자액 943억2229만원은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의 1.89%로 기준에 미달해 공시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2년간 투입한 4057억352만원은 같은 자기자본의 8.11%다. 한꺼번에 집행했다면 신고 대상이다.
신고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도 커졌다. 한화시스템의 연결 자본총계는 2024년 말 2조4557억9677만6189원에서 지난해 말 5조9억9910만1579원으로 2배가 됐다. 기준이 올라가면 같은 금액을 집행해도 신고 문턱에 닿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출자액을 2024년 말 자기자본으로 재면 3.90%여서 신고 대상이다.
한화시스템은 채무보증도 새로 섰다.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는 잠실마이스 주식회사의 대출에 4090억1898만원의 채무보증을 결의했다. 채무보증은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지만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신 물어줘야 하는 의무다. 이 보증을 포함한 한화시스템의 채무보증 총잔액은 4637억5098만원으로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의 9.27%다.
필리조선소 지분 60%의 보유 법인은 이달 31일 바뀐다. 한화시스템이 UAE 에지(EDGE) 그룹과 체결한 통합대공망 합작법인 주요조건합의서의 재공시 예정일은 이달 16일이다. 처분 사유로 밝힌 신사업의 윤곽이 이달 안에 드러나는 셈이다.
한화오션 주식 3545만910주는 여전히 한화시스템 재무제표에 자산이다. 한화시스템이 받은 1조7000억원은 부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