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정 10대 그룹 대표 계열사 10곳 상반기 연결 기준 FCF 희비 갈려 10개사 잉여현금흐름 합계 186조8155억원...전년 동기 대비 약 18배 늘어 포스코홀딩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롯데케미칼·현대자동차·GS칼텍스 5곳 적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 이미지 = 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그룹 대표 계열사들의 잉여현금흐름(FCF)이 187조원에 육박하며 1년 새 약 18배 늘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9%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2사가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리며 다른 업종의 부진을 가리는 '반도체 착시'가 현금흐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철강·방산·석유화학·정유 등 10대 그룹 대표 계열사의 절반은 회계상 이익을 내고도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했다.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급감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반도체 2사와 나머지 대기업 간 '곳간 양극화'도 한층 뚜렷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빅데이터뉴스가>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10대 그룹 대표 계열사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 합계는 186조81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0조3875억원 대비 약 18배 늘어난 규모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취득에 쓴 설비투자액을 뺀 값이다. 기업이 빚을 갚거나 배당에 쓸 수 있는 실제 여윳돈이란 얘기다.
분석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1일자로 지정한 자산총액 상위 10개 그룹의 대표 계열사다. 금융 계열사 중심인 9위 농협은 분석 대상에서 빠졌고 11위 신세계그룹이 포함됐다.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전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롯데케미칼·포스코홀딩스·HD한국조선해양·GS칼텍스·이마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 합계는 185조1434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사가 10개사 전체의 99.1%를 차지했다. 나머지 8개사의 잉여현금흐름 합계는 1조6721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8개사는 지난해 상반기에 합계 1조7968억원 적자였다.
10개사의 상반기 설비투자액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한 63조5557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사의 비중은 81.7%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328.3% 증가한 145조3552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32조9603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 이상 늘어난 112조394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60.6% 증가한 92조9164억원이다.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현금과 단기 예금이 그만큼 쌓였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단기·장기 차입금과 사채를 합한 삼성전자의 차입금은 11.2% 감소한 22조4087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404.4% 증가한 91조7425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도 크게 늘렸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5% 증가한 18조9940억원이다. 이는 10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72조7485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6월 말 차입금은 지난해 말 대비 16.5% 감소한 18조5866억원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9.8% 증가한 26조8360억원이다.
비반도체 기업 가운데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많은 곳은 HD한국조선해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한 3조9761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4.0% 증가한 4조3795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설비투자액은 22.2% 감소한 4034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193.9% 증가한 10조9960억원이다.
LG전자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늘어난 1조5433억원이다. LG전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74.7% 증가한 3조5529억원이다. LG전자의 설비투자액은 10.1% 증가한 2조96억원이다.
이마트는 잉여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섰다. 이마트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509억원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상반기에 859억원 적자였다. 이마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82.4% 증가한 5614억원이다. 이마트의 설비투자액은 21.1% 감소한 3105억원이다.
2026년 상반기 대기업 잉여현금흐름(FCF)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인 곳은 포스코홀딩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롯데케미칼·현대자동차·GS칼텍스 5곳이다. 순이익이 흑자여도 잉여현금흐름은 적자일 수 있다. 회계상 순이익에는 외상 매출처럼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금액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에 실제로 남은 현금만 따진다.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이어지는 기업은 부족한 자금을 차입이나 보유 현금으로 메워야 한다. 투자자와 신용평가업계가 순이익과 함께 잉여현금흐름을 살피는 이유다.
적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포스코홀딩스다.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1조6268억원 적자다. 포스코홀딩스의 적자 폭은 전년 동기 7383억원에서 확대됐다. 포스코홀딩스의 반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조3047억원이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70.9% 감소한 7086억원에 그쳤다.
포스코홀딩스에서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으로 2조6826억원이 유출됐다. 재고자산과 외상 매출 등 영업에 묶이는 돈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상반기 같은 항목 유출액은 1325억원이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한 2조3354억원이다. 포스코홀딩스의 6월 말 차입금은 지난해 말 대비 6.7% 증가한 30조4039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1조1821억원 적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상반기에 3570억원 흑자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반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조6068억원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707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143억원 순유입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선 데는 매입채무 감소의 영향이 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입채무는 상반기 중 1조8023억원 감소했다. 원자재와 부품을 사들이고 치르지 않았던 대금을 그만큼 지급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지급금도 762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입채무가 1조5270억원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한 8114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6월 말 차입금및사채는 지난해 말 대비 24.6% 증가한 15조4448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8743억원 적자다. 롯데케미칼의 적자 폭은 전년 동기 3522억원에서 확대됐다. 롯데케미칼의 반기순이익은 227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상반기에 7176억원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411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에서는 운전자본 변동으로 1조5999억원이 빠져나갔다. 재고와 외상 거래 등 영업에 묶이는 돈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의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8% 감소한 3332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의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23.7% 감소한 1조4278억원이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차입금및사채는 9.2% 증가한 10조2654억원이다.
현대자동차는 잉여현금흐름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887억원 적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상반기에 3조9536억원 적자였다. 현대자동차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405.4% 증가한 4조8497억원이다. 현대자동차의 설비투자액은 4.6% 증가한 5조1383억원이다.
현대자동차의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에는 금융부문의 영향이 컸다. 현대자동차의 연결 실적에는 차량 할부금융 등을 하는 금융부문이 포함된다.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금융업채권 변동에 따른 유출액은 1조8591억원이다. 금융부문이 고객에게 내준 할부·대출 잔액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이 유출액은 전년 동기 3조9150억원보다 2조559억원 적다. 현대자동차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증가분 3조89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금융업채권 유출 감소에서 나왔다.
GS칼텍스는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다. GS칼텍스의 상반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1264억원 적자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상반기에 188억원 흑자였다. GS칼텍스의 반기순이익은 2조845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상반기에 446억원 순손실을 냈다.
반면 GS칼텍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68.9% 감소한 1332억원에 그쳤다. GS칼텍스에서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으로 4조1345억원이 유출됐다. GS칼텍스의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7% 감소한 2596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