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방산업체 라인메탈, 세계 최대 해운사 MSC에 2057억 원에 인수 2018년 채권단에 등 떠밀려 대우조선이 팔고 받은 210억 원의 10배 갖고 있었다면 한화그룹 일원되어 유럽 방산 네트워크 활용할 수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계열 시절의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 중공업(DMHI)’ 전경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눈앞의 미래 내다보지 못한 섣부른 결정이 커다란 화로 되돌아왔다.
대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럽 지역 최대 조선소, 루마니아 다멘 조선소 망갈리아(Damen Shipyards Mangalia, DSMA, 이하 망갈리아 조선소)가 예상대로 독일 방위산업 기업 라인메탈과 세계 1위 해운업체 스위스 MSC가 인수한다.
조선·해양 전문 매체 마린 링크(Marine Link) 보도에 따르면, 라인메탈과 MSC는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약 1억5500만 달러(약 2057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라인메탈은 수 주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인수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후 두 회사는 망갈리아 조선소를 상업용 및 군용 선박 건조 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루마니아 남동부 해안 내 100ha(100만㎡) 부지에 자리 잡은 망갈리아 조선소는 현 소유자인 다멘 조선소 그룹 내에서 최대 규모의 조선소이자, 흑해와 동부 지중해에서 가장 큰 조선소이기도 하다. 길이 302m(길이)×48m(폭)에서 360m×60m에 이르는 3개의 건조 도크와 1550m 길이의 부두 시설을 갖추고 있다.
라인메탈은 이 조선소를 국내 및 국제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다목적 시설로 개발할 예정이며, 민간 및 군용 선박 건조 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구역과 보안 구역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라인메탈 그룹 계열사로 함정 건조 사업을 담당하는 라인메탈 네이벌 시스템즈는 루마니아 정부가 발주한 길이 96m급 해상 경비함 2척과 43m급 잠수 지원함 2척을 포함한 총 4척의 함정 건조에 망갈리아 조선소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은 또한 유럽 남동부 지역의 추가적인 군함 건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팀 와그너 라인메탈 네이벌 시스템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 망갈리아 조선소를 전면적으로 확장 및 현대화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인프라를 더욱 발전시키고 생산 환경을 개선하며 미래 수요에 맞춰 생산 능력을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투자를 통해 해당 사업장은 장기적으로 남동유럽에서 당사의 전략적 활동을 실행하고 이 지역에서의 산업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계열 시절의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 중공업(DMHI)’ 전경
망갈리아 조선소는 1976년 루마니아 정부가 최대 주주인 공기업으로 설립,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으며, 당시 사명은 ‘5월 2일 망갈리아(2 Mai Mangalia)’였다.
이 조선소는 대한민국과도 인연이 있다. 공산국가였던 루마니아가 시장 경제로 전환하면서 1997년에 대우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거쳐 현재 한화오션)이 약 450억 원을 들여 조선소 지분 51%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고, 사명도 대우망갈리아중공업(DMHI)으로 변경했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대우의 기술‧재정 지원을 받아 시설을 확장하고 대형 상선 신조에 전념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핸디사이즈부터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피더선부터 포스트파나맥스 컨테이너선, 소형 화학 운반선부터 수에즈맥스 원유 운반선까지 200척이 넘는 선박을 건조해 인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조선·해양 경기가 급락해 일감이 떨어진 망갈리아 조선소는 경영난에 빠졌다. 모그룹 해체 후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던 대우조선해양도 경영난에 빠져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망갈리아 조선소 매각을 결정했으며, 2018년 네덜란드 1위 조선업체인 다 멘 그룹에 약 290억 원에 매각했다. 망갈리아 조선소를 운영하면서 투입한 자금 2조 원엔 비교도 할 수 없으며, 대우그룹이 이 조선소를 사들일 때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 헐값이었다.
인수 직후 다멘 그룹은 루마니아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 다멘 조선소 망갈리아 지분 2%를 루마니아 국영기업인 산티에룰 나발 2 마이(Santierul Naval 2 Mai)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이로써 산티에룰 나발 2 마이의 지분율이 51%에 달해 조선소의 최대 주주가 되었고, 다멘그룹은 2대 주주가 되었다.
그러나 2023년 루마니아 정부가 제정한 새로운 기업 지배구조법(법률 제187/2023호)으로 인해 루마니아 정부는 더 이상 조선소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계약을 준수하지 않게 되면서 다멘그룹은 다멘 조선소 망갈리아의 경영권을 상실했고, 결국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2024년 5월, 다멘그룹은 망갈리아 조선소 파산 신청했고, 같은 해 6월 공식적으로 파산 절차를 개시했으며, 2년 여의 매각 작업을 추진한 끝에 새 주인을 맞이했다.
주목할 점은 라인메탈-MSC가 망갈리아 조선소 인수 대금의 한화 환산액이 2057억 원에 달해 대우조선해양이 매각으로 얻은 수입 210억 원의 10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펜데믹과 라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다시 권력을 잡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을 배제한 세계 공급망 재편 및 관세 압박, 이란 전쟁 등 예측할 수 없었던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이에 아웃소싱으로 효율을 극대화해 왔던 기업들은 자체 생산 능력 확보 및 확충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렸고, 망갈리아 조선소와 같은 경영이 부실한 조선소조차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벌어졌다.
역사에서 ‘만약’이란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망갈리아 조선소를 어떻게든 가지고 있었더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꾼 뒤 진정한 육해공 통합 방위산업체로서의 행보를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특히, 미국 필리조선소에 이어 호주 오스탈 조선소 인수를 추진해 한국과 미국, 호주를 연결하는 상선, 함정, 플랜트를 망라한 범 태평양권 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이 망갈리아 조선소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대서양(유럽) 네트워크는 그냥 가져올 수 있었다.
유럽 내 조선소 가치가 치솟은 상황이라 한화그룹은 인수·합병(M&A) 대신 현지 유력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망갈리아 조선소를 2018년 매각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어나면서 전체 상선 건조 붐을 맞이했다. 2년만 채권단이 기다려줬다면, 대우그룹 해체 후에도 버텨왔던 것처럼 망갈리아 조선소 부실을 떠안고 버틸 수 있었다”라면서 “그랬다면, 지금 라인메탈과 같은 회사에 기대 이상의 금액을 받고 매각했거나, 한화그룹의 일원이 되어 함정 건조의 전초 기지로 높은 활용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