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JBL 80주년·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 우드스탁에서 가정용 스피커·자동차·휴대용 오디오로 확장 하만 인수 10년…지난해 매출 15.8조원·영업이익 1.5조원
JBL 모델이 21일 서울 삼성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 위치한 JBL 80주년 및 바워스 앤 월킨스 60주년 특별 전시관 입구. [사진=김다경 기자]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바워스 앤 윌킨스의 '노틸러스' [사진=삼성전자]
“처음부터 예술적인 모양을 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소리가 뒤로 빠질 때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과 잡음을 없애기 위해 긴 튜브 구조를 연구하다 탄생한 디자인입니다.”
21일 서울 강남구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만난 바워스 앤 윌킨스(B&W)의 스피커 ‘노틸러스’는 설명부터 독특했다. 달팽이를 닮은 외형은 장식이 아니라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설계의 결과였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JBL 창립 80주년과 B&W 6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시에서는 이처럼 음향 기술의 역사를 보여주는 제품부터 최신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선 이어폰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1993년 출시된 노틸러스는 소리가 스피커 뒤쪽으로 빠져나가며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과 잡음을 줄이기 위해 긴 튜브 구조를 적용했다. 도슨트는 “고음에서 저음으로 갈수록 관의 길이가 길어져 저음부에는 무려 3m 길이의 관이 필요한데 이를 스피커 안에 넣기 위해 앵무조개의 나선형 구조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소리의 왜곡을 줄이려는 기술적 고민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링으로 사용되는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 다이아몬드 온 필터(오른쪽). [사진=김다경 기자]
B&W의 최상위 제품군인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도 전시됐다. 도슨트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선보인 최상위 라인업으로 영국 워딩 공장에서 직접 제작된다”며 “앞쪽에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다이아몬드 돔을 적용해 고음역대를 사실적으로 재생한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는 고음역대의 정밀한 재생을 위해 다이아몬드 소재를 활용한 B&W의 대표 기술이다.
B&W와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인연도 전시의 주요 소재다. 도슨트는 “1979년 존 바워스가 오리지널 801 모델을 애비 로드에 직접 보냈고 엔지니어들이 짧게 들어본 뒤 모니터링 스피커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800 시리즈는 스튜디오에서 해리포터와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007 시리즈의 영화 음악 모니터도 B&W 스피커가 사용됐다.
800 시리즈를 직접 청음해보니 악기의 세밀한 차이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왜 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스튜디오 모니터링용으로 쓰이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워스 앤 윌킨스 Px8 S2 헤드폰. [사진=김다경 기자]
전시장에는 맥라렌과의 협업 제품도 마련됐다. B&W는 맥라렌의 자동차용 오디오 시스템을 개발해 왔으며, 맥라렌 F1 팀과도 오디오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도슨트는 맥라렌 드라이버들이 경기 전 준비 과정에서 B&W 무선 헤드폰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앰버서더인 데이비드 베컴이 여행할 때 무선 스피커 ‘제플린’을 챙겨 호텔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직접 시연해보니 B&W 무선 헤드폰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에 의존하지 않아도 음악에 깊이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음향이 뛰어났다. 귀를 압박하는 듯한 느낌도 적어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할 것 같았다.
1957년 출시된 세계 최초 스테레오 라우드스피커 JBL 파라곤. JBL의 하이엔드 스피커 프로젝트 K2의 유산을 계승한 최신 모델(오른쪽). [사진=김다경 기자]
1~2층 JBL 전시는 전문 음향 장비부터 가정용 스피커, 휴대용 제품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보여줬다. JBL은 1946년 음향 엔지니어 제임스 B. 랜싱이 설립했다.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JBL 스피커가 사용됐고 이후 대형 공연장과 음악 페스티벌에 음향 장비를 공급하며 전문 음향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1980년대에는 조지 루카스가 추진한 THX 인증 영화관 스피커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했다.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검증받은 음향 기술이 JBL의 출발점이었다.
JBL은 전문 음향 기술을 가정으로 가져왔다. 1950년대 대표작인 ‘파라곤’은 좌우 스테레오 채널을 하나의 대형 캐비닛에 통합한 제품이다. 1970년 출시된 ‘L100 센츄리’는 스튜디오 모니터를 바탕으로 개발해 가정용 오디오 시장에 선보였다. 도슨트는 L100을 “오디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가정용 스피커로 꼽히는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80주년 한정판 ‘L100 Classic 80’은 이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파라곤으로 청음했을 때 별도의 음향기기에서 소리가 나온다기보다 나무로 된 가구 자체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해 신기했다. 검은 스피커 유닛이나 현대적인 장치가 눈에 띄지 않아서인지 음악을 듣는 순간 과거의 공간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L100 Classic 80은 전 세계 800쌍만 생산하는 한정판이다. 제품 뒤편에는 수석 시스템 엔지니어 크리스 헤이건의 친필 서명과 개별 시리얼 번호를 새긴 명판이 붙는다. 과거의 대표 모델을 기념 제품으로 재해석하면서 한정 생산과 개별 번호를 통해 소장 가치를 더했다. 전문 음향에서 가정용 오디오로 영역을 넓힌 JBL의 역사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JBL 펄스 6(오른쪽)과 JBL 그립, JBL 클립 스피커. [사진=김다경 기자]
휴대용 스피커에서는 2012년 출시된 ‘JBL 플립’이 전환점으로 소개됐다. 도슨트는 “플립 1세대는 블루투스 스피커의 대중화를 이끌며 JBL 포터블 오디오의 판도를 바꾼 제품”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놓인 ‘펄스 6’는 360도 사운드와 조명 효과를 결합해 야외 캠핑과 파티 환경을 겨냥한 제품이다.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휴대성과 시각적 요소를 더했다.
전문 음향 장비도 전시의 한 축을 차지했다. 대형 공연장과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사용하는 ‘VTX A6’ 라인 어레이 스피커와 ‘VTX B15’ 서브우퍼 시스템을 배치했다. 도슨트는 이를 두고 “대규모 관객에게 왜곡 없이 균일한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용 스피커와 휴대용 제품이 일상 속 음악 감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VTX 시리즈는 넓은 공간에서 여러 관객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전문 음향 기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뒤 오디오 사업을 확장해온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를 발표하고 2017년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금액은 약 80억달러(당시 약 9조4000억원)였다. 하만은 자동차 전장과 소비자 오디오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삼성전자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만의 2025년 매출은 15조7833억원, 영업이익은 1조531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1%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B&W와 데논, 마란츠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사운드 유나이티드 관련 사업도 인수했다. JBL의 대중적인 휴대용 오디오와 전문 음향 장비, B&W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개인용 오디오를 함께 확보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삼성전자 손영권 고문(하만 이사회 의장)은 "JBL이 80년간 쌓아온 사운드의 역사와 바워스앤윌킨스의 60년 유산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삼성전자는 하만과 함께 전 세계 고객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오디오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