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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박찬운 교수 “청와대 ‘국회법 개정안’ 위헌?…터무니없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의 법률위반 여부를 감독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권한”

2015-06-01 14:18:17

[빅데이터뉴스 김태영 기자] 청와대가 개정 국회법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행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는 것과 관련, 변호사 출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마디로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박찬운 교수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과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박 교수는 “세상에 어떤 입법부가 행정부의 하위법령이 모법인 법률을 위반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며 “만일 그런 입법부라면 그것은 행정부의 통법부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 국회법 왜 개정 했나?

먼저 현행 국회는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위해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의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 해당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위법한 대통령령 등에 대해 국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에 직접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ㆍ폐기 요구를 정부가 거부한 것이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단초가 됐다.

이에 국회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를 처리해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은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의원 21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 청와대 “헌법상의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

이에 청와대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까지 연계시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 개정까지 요구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본래의 취지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홍보수석은 “정치권에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입법부가 직접 심사하고 변경까지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홍보수석은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 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위헌 논란 ‘국회법 개정안’…정부 받아들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에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했는데, 이것은 정부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취지는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박찬운 교수 <입법부가 대통령령 수정요구를 한다고 그게 헌법 위반일까?>

▲변호사출신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변호사출신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하지만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 출신 박찬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입법부가 대통령령 수정요구를 한다고 그게 헌법 위반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찬운 교수는 “지금 헌법 논쟁이 활발하다. 법률의 집행을 위해 만들어지는 행정부의 행정법규(시행령인 대통령령이 대표적인 행정법규임)에 대한 국회 수정요구권을 정한 (개정) 국회법에 관한 것”이라며 “매우 중요한 논쟁인데, 아쉽게도 전문가들의 제대로 된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몇몇 헌법 권위자라는 분들이 (보수언론) 인터뷰에 응한 모양인데, 유감스럽게도,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런 분들이 어찌 헌법권위자로 불리는지 지극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 여야는 국회법 98조의 2 제3항 (시행령이 법률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는 소관 부처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을 “국회는 시행령의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부처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박찬운 교수는 “청와대는 이 개정이 위헌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행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홍보수석)고 경고했다”며 “과연 그런가? 국회가 행정부가 만든 시행령이 법률에 위반된다면서 수정ㆍ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삼권분립을 정한 헌법에 위반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교수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그 이유를 아래와 간명하게 설명했다. 참고로 행정법규를 만드는 행위가 행정입법이다.

다음은 박찬운 교수의 의견 전문이다.

1. 행정부의 시행령은 법률에 위반될 수 없다.

행정부의 행정입법은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집행하는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것은 법률을 위반할 수 없고, 만일 위반되면 그 법규(시행령 등)는 무효이다. 효력이 없다는 말이다.

2. 입법부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의 법률위반 여부를 감독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권한이다.

행정이란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집행하는 것이다. 행정부의 집행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서 입법부는 행정부의 법률집행이 위법하지 않도록 일정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나온다. 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행정법규가 만들어졌을 경우 즉시 입법부에 보고하고 만일 그것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그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입법부의 직무유기다. 세상에 어떤 (제대로 된) 입법부가 행정부의 하위법령이 모법인 법률을 위반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만일 그런 입법부라면 행정부의 통법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입법부가 행정부가 만든 행정법규가 그 모법인 법률에 위반되었는지 아닌지를 심사하는 것은 입법부의 본연의 권한이자 기능이다. 종래 국회법 제98조의 2가 ‘시행령이 법률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는 소관 부처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라는 규정도 바로 이러한 입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을 규정한 것이었다. 이번 개정은 그 통제권을 조금 더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만일 이것이 위헌이라면 종래 국회법 98조의 2도 위헌일 수밖에 없다)

3. 행정입법이 위법한지 여부를 따지는 게 입법부가 아닌 사법부의 권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법부 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와대는 행정입법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이고 만일 이것이 법률에 위반하였는지 문제가 된다면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라고 한다. 일응 맞는 말처럼 들리는데—이것이 가장 강력한 위헌론 근거다— 그렇지 않다.

첫째, 입법부의 행정법규 수정요구는 사법적 통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법적 통제는 사법부가 시행령의 법률위반여부를 판단하여 위반된 경우 행정법규를 무효화시키는 작용이다. 그러나 입법부의 통제는 그런 작용이 아니다. 입법부의 수정요구는 말 그대로 수정요구일 뿐 그것만으로 해당 행정법규가 무효로 되는 게 아니다. 행정부로서는 당해 행정법규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둘째, 이런 수정요구권이 있다고 해도 행정입법의 법률위반 여부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권한은 여전히 유지된다. 행정부가 입법부의 수정요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입법부가 사법부에 위법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절차가 헌재의 권한쟁의 절차이다.

또한 국민은 특정 사건에서 법원에 행정입법의 헌법위반을 주장할 수 있고 여기에서 법원은 그 위헌성을 판단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입법부의 수정요구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해당 행정법규를 수정하지 않는 경우 사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져 있는 것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이 결코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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