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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생전의 유언 눈길…"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못해 미안할 뿐"

2020년 07월 10일 11:0401:01 송고

김수아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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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2002년 발간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이라는 저서에서 아내와 자녀, 지인에게 보내는 3통의 유언장을 남겼다. / 사진 = 11번가
[빅데이터뉴스 김수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18년 전 고인이 남긴 유언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2002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 시장은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에서 자녀와 아내, 지인 등에게 보내는 3통의 생전 유언을 남겼다.

박 시장은 당시 미리 남긴 유언을 통해 아들과 딸에게는 "유언장이라는 걸 받아 들면서 아빠가 벌이는 또 하나의 느닷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남길 재산 하나 없이 무슨 유언인가 하고 내 자신이 자괴감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서두를 뗐다.

박시장은 "유산은 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 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박시장은 "그토록 원하는 걸 못해준 경우도 적지 않았고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함께 모여 따뜻한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구나. 그런 점에서 이 세상 어느 부모보다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점을 실토한다"고 고백했다.

박 시장은 "너희에게 재대로 시간을 내지도 못했고, 무언가 큰 가르침도 남기지 못했으니 그저 미안하게 생각할 뿐"이라면서 "그래도 아빠가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죄를 짓거나 욕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소회했다.

이어 박시장은 "내 부모님의 선한 심성과 행동들이 아빠의 삶의 기반이 되었듯 내가 인생에서 이룬 작은 성취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바른 생각들이 너희의 삶에서도 작은 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분명 아빠의 변명이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홀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시장은 "너희는 돈과 지위 이상의 커다란 이상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면서 "그런 점에서 아빠가 아무런 유산을 남가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큰 유산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박 시장은 '아내에게'라는 유언에서는 "평생 아내라는 말, 당신 또는 여보라는 말 한마디조차 쑥스러워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아내라고 써 놓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참 잘못했다는 반성부터 앞선다"고 소회했다.

박 시장은 "변호사 부인이면 그래도 누구나 누렸을 일상의 행복이나 평온 대신 인권 변호사와 시민 운동가로서의 거친 삶을 옆에서 지켜주느라 고되었을 당신에게 무슨 유언을 할 자격이 있겠소. 오히려 유언장이라기보다는 내 참회문이라 해야 적당할 것이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말미에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게 또 하나 있소. 아직도 내 통장에는 저금보다 부채가 더 많다오. 적지 않은 빚이 있는데, 다행히 나와 함께 일하는 간사가 내가 마구 쓰는 것을 견제하면서 조금씩 적금을 들고 있는 모양이니 조만간 많이 줄어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그러나 혹시 그걸 다 갚지 못한다면 역시 당신 몫이 될 테니 참으로 미안하기만 하오"라고 말해 숙연함을 더했다.

박 시장은 "내가 당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내가 소중히 하던 책들, 이사할 때마다 당신을 고생시키며 모아온 그 책들은, 우리 아이들이 원하면 가지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느 대학 도서관에 모두 기증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한다"면서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줄 것"을 부탁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조문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말 것과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시장은 끝으로 "무책임한 남편이 끝까지 무책임한 말로써 이별하려 하니 이제 침묵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부디 몸조심하고 남은 인생을 잘 보내고 다음 세상에서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 감히 다시 만나자고 할 염치조차 없지만 그래도 당신 때문에 내가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으니 나로서야 또 만나자고 할 형편이오. 어떡하겠소? 다만 이 모든 것을 용서해 주오"라고 마무리했다.

박 시장은 누나 세 사람과 여동생을 비롯 모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절절한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김수아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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