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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중형조선-중] “10년 만에” 268호선 로드아웃 예고한 HSG성동조선

2026-02-24 11:29:57

삼성중공업이 영업대행해 원유 운반선 4척 건조
대선조선은 HJ중공업으로부터 거주구 건설 계약
‘갑을 관계’ 규정한 협업으로 하도급 업체 전략 우려

2015년 5월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현 JSG성동조선)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 째 선박인 10만9000t급 원유 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 밑바닥에서 선박을 플로팅 도크로 끌고 가고 있는 장치가 성동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푸시풀 시스템이며, 선미 아래에 성동조선해양 직원이 서서 로드아웃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HSG성동조선
2015년 5월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현 JSG성동조선)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 째 선박인 10만9000t급 원유 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 밑바닥에서 선박을 플로팅 도크로 끌고 가고 있는 장치가 성동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푸시풀 시스템이며, 선미 아래에 성동조선해양 직원이 서서 로드아웃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HSG성동조선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황리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소재한 중견 조선업체 HSG성동조선은 10년 만에 완전한 배를 건조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이 회사는 성동조선해양 시절이었던 2017년 11월 초 11만5000t급 원유 운반선(탱커)을 크로아티아 선주인 탱커스카(TANKERSKA)에 인도한 뒤 선박 건조를 중단했다. 성동조선해양은 드라이도크 없이 육상 평지에서 선박을 조립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종(從)방향 육상건조방식인 ‘GTS(Gripper-Jacks Translift System) 공법’으로 진수히는 전 세계 유일한 회사였으며, 그 선박은 GTS공법으로 만든 267번함이었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다가 2020년 HSG그룹에 인수된 후 선박 건조는 중단하고, 블록 생산에만 주력해 왔던 HSG성동조선은 2025년 7월 4일 삼성중공업과 ‘동반성장 상생 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HSG성동조선에 유조선 전선(全船) 건조를 맡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HSG성동조선이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수주한 전선 건조 선박은 그해 11월 중형 원유 운반선 2척과 12월 추가 2척이다. 통상 선박 1척을 건조하는 기간은 1년 6개월 내외이므로, 2027년 하빈기부터 HSG성동조선 1야드에서 ‘로드아웃(Load-Out, 육상인 안벽에서 순차적으로 조립을 마친 268호선, 2069호선, 20170호선, 270호선 등 선박을 진수하기 위해 물 위에 떠 있는 플로팅도크로 이동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수주 영업을 대행해 이뤄낸 결실이다. 자체 영업력이 퇴보한 HSG성동조선을 대신해 삼성중공업이 ‘삼성’ 브랜드 공신력을 내세워 선박을 수주해 주고, HSG성동조선에게는 수수료와 품질관리 등 용역비 등을 얻는 모델이다.

회사 측은 이번 협력은 국내 중소 조선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시도하는 첫 동반성장 모델이다. 선박 영업 인프라가 충분한 대기업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물량을 HSG성동조선이 일종의 주문자상표착생산(OEM)업체 자격으로 맡아 선박을 수주해 납품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물량이 늘어나 조업 공간과 인력, 여력이 한계를 보이는 거제조선소에 추가 시설 투자할 필요없이 품질관리만 하면서 H SG 성동조선의 넓은 조선소 부지를 활용할 수 있고, HSG성동조선도 수주 영업 부담을 덜고 조선사 본래 업무인 선박 건조를 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에 흡수 합병된 HD현대미포가 규모의 사업으로 중형 선박 건조 선가 경쟁을 중국과 대등하게 진행할 수 있는 효과를, 삼성중공업-HSG성동조선 팀도 노려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양사 간 협업 관계가 밀접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한 데, HSG성동조선으로 출번한 뒤 회사는 꾸준히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선박 블록 물량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납품해 신뢰를 쌓았다. 특히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수주해 건조했으나 결함으로 운항을 못 한 ‘한국형 LNG 화물창(KC-1)’ 적용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수리 공사 사실을 외부에 숨기려 했을 때, HSG성동조선 야드로 이동시켜 수리했을 만큼 두터운 관계를 이뤘고, 전선 건조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국내 최고(最古) 조선사인 대선조선 부산 영도 조선소 전경. 1945년 설립 때부타 영도를 지키고 있던 대선조선은 2025년 한라IMS에 영도 조선소를 매각하고 다대포조선소로 통합한다. 사진= 대선조선
국내 최고(最古) 조선사인 대선조선 부산 영도 조선소 전경. 1945년 설립 때부타 영도를 지키고 있던 대선조선은 2025년 한라IMS에 영도 조선소를 매각하고 다대포조선소로 통합한다. 사진= 대선조선
중형조선소끼리의 협업 시도도 나오고 있다. 부산광역시 영도구에 담 하나 사이로 이웃한 국내 최고(最古) 조선사인 HJ중공업과 대선조선이다. HJ중공업은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79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의 거주구(Deck House) 블록을 대선조선에 위탁 제작하고 있다. 두 중형조선사가 거주구 제작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J중공업은 그간 거주구를 자체 제작해 왔으나, 친환경 상선과 특수선 건조,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 등으로 영도 조선소 내 작업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외부 조달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공정에 집중하는 동시에 생산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기술력이 검증된 대선조선이 제작을 맡고, HJ중공업이 품질과 일정 관리를 총괄하는 구조다. 첫 번째 블록은 점등식을 거쳐 납품을 마쳤다고 했다.

중형조선소의 협업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조선산업 수주 호황이 지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에 한정되었을 뿐, 중형 선박 발주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과잉 투자 여파가 지속되면서 생존을 위해 출혈 수주를 감내하면서도 건조 기술력을 향상한 중국 조선사가 물량을 모두 가져가고 있고,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가격 경쟁도 밀리고, 기술력까지 추격당한 한국 중형조선소의 입지는 더욱 줄었다. 이러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다만, 협력의 형태가 원청-하도급으로 불리는 ‘갑을 관계’로 이뤄진다는 점은 고민해 봐야 한다. HSG성동조선과 대선조선 모두 영업력이 밀려 선박 건조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과 HJ중공업으로부터 물량을 수주한 것은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건조비보다 낮은 선가로 계약해 건조해야 하니 HSG성동조선이 얻을 수 있는 이익 폭은 직접 영업했을 때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HJ중공업으로부터 수주한 대선조선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런 패턴에 익숙해 자체 영업력이 퇴보하면 HSG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은 앞으로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언젠가 다시 돌아올 조선 경기 침체기에 생존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HJ중공업과 대선조선의 ‘영도 협업’은 이번 거주구 사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12월28일 영도 조선소를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인 한라IMS㈜에 1071억5000마 원에 매각했다. 대선조선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절차를 통해 2020년 동일철강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조선소 상황에 맞지 않은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2023년 10월부터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다. 회사 발전을 위해 투자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영도 조선소 매각도 부채 상환을 위한 자산 매각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조선의 미래 경쟁력을 더욱 약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독약이 될 수도 있는 갑을 계약 형태까지 수용했다. 조선업이 호황 일 땐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가 꺾이면 바로 위기로 빠질 수 있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대선조선은 새 주인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이 생전 조선소 부지로 탐을 냈었을 만큼 천혜의 부지 여건을 가진 대한조선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고, STX조선해양의 후예인 케이조선과 SK오션플랜트는 새 주인 찾기에 한창이다. 3사도 조선업 호황 바람에 기업 가치가 상승해 몸값도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회사도 경기 불황을 자력으로 뚫고 나갈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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