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6일(미국 동부시간)부터 발효, 관세 부담 증가 관세 부과 방식을 미국 구매자 최종 구매 가격 기준으로 변경 미국 가격을 세계 철강 가격 기준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다분
모델들이 LG전자의 세탁가전 ‘트롬 워시타워’를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 LG전자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철강 관세 정책의 본질은 완제품 시장을 조절해 철강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과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되찾으려는 의도가 더욱 강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 기준 25%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넘는 제품에 25% 관세가 일률 적용된다. 이들 금속 함량이 15% 이하인 완제품에는 해당 품목 관세가 면제된다.
미국은 그동안 세탁기, 냉장고의 경우 제품에 포함된 철강 등 금속 함량 비중을 따져서 여기에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나머지 세탁기 부분에 대해선 해당 수출국에 대한 일반 관세율을 적용해 왔다.
예를 들어 철강 자재 원가가 16%인 완제품 가격 1000달러의 한국산 세탁기를 미국 수입자가 수입(한국기업은 수출)한다고 하면, 미국 수입자는 세관에 철강 자재 원가 160달러의 50%인 80달러, 나머지 840달러 부분은 상호 관세인 15%가 적용된 126달러를 더해 206달러를 냈다.
앞으로는 새로운 관세를 적용하면, 이 세탁기는 25% 관세율이 일괄 부과되어 미국 수입자는 46달러가 더 많은 250달러를 내야 한다. 높아진 관세만큼 수입자의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의 미국 내 판매가격도 인상되어 소비자의 구매 부담 또한 커진다. 한국의 세탁기와 냉장고 등 고부가가치 백색가전과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한국 본사와 미국 지사 간 이뤄지는 ‘기업내무역’ 비중이 높다. 수출자와 수입자가 한 기업이라 관세율 인상의 여파를 그대로 받는다.
그런데 이번 발표의 핵심은 관세율이 아니다. 해외업체가 철강 가격을 낮게 신고해 관세를 회피하는 문제를 막고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부과 방식을 해외업체들의 신고 가격 대신 미국 구매자들의 최종 구매 가격 기준으로 변경키로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포고령 서명에 앞서 프레스콜에서 “세계 각국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의 신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예상했던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우리 철강산업에 더 효과적이고 유익하도록 50% 관세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델들이 삼성전자의 일체형 세탁건조기 2026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미국 철강 시장은 세계 시황과는 다른 상황을 보인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평균 이하의 급락세를 보이는 국제 시세와 달리, 미국은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시장 진입을 막아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기존 25%였던 수입산 철강에 2025년 6월 3일부터 50%로 관세율을 매기고 있다. 수입 제품 유통을 줄이고, 자국산 제품 생산과 판매가 늘면 미국 내 철강재 유통가격은 떨어져야 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높다. 50% 관세를 내고 수입한 비싼 철강재 가격만큼 미국 철강업체들이 생산한 철강재에 가격을 매겨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소비자들의 철강재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세탁기의 관세를 산정한다면, 생산원가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납부할 관세액은 더 늘고, 이렇게 수입된 제품은 미국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
20세기 초중반 철강산업 패권을 차지하고 있던 미국은, 현재 서부 텍사스 중질유와 같은 원유 가격처럼,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철강재 가격이 세계 철강 시장의 기준이 되는 ‘피츠버그 가격’을 공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민에게 피츠버그 가격의 향수를 풍기며 미국 철강산업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따라서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대통령이 관세를 이용해 철강 시장의 흐름을 미국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새로운 피츠버그 가격’을 도입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새로운 피츠버그 가격 제도는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이어져야 성공한다. 이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따른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 증가 가능성에 대해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관세 이외에도 내수 가격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추가 수단을 구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기업에 미국에 투자해 현지생산을 하던가, 아니면 수출을 포기하라고 통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에서 제조됐으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로 제작된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특정 금속 비중이 높은 일부 산업 장비 및 전력망 장비에는 2027년까지 15% 관세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