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유명환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2억원에 전량 현금으로 취득하면서 양사 간 협력이 단순 기술 제휴에서 자본 동맹으로 격상됐다.
지난해 12월 1차 업무협약 이후 △기와체인 PoC △SWIFT 대체 송금 △3사 글로벌 결제 동맹 △예금토큰 해외송금 인프라 구축에 이은 다섯 번째 단계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결정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두나무 지분 6.55%(228만4000주)를 약 1조32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취득금액은 하나은행 지난해 자기자본의 2.78%에 해당하며 전량 현금 취득 방식이다.
매입 대상은 두나무 구주다. 해당 물량은 기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구주로 새로 발행하는 신주가 아닌 구주 인수 방식으로 진행돼 두나무의 자본 구성에는 변화가 없다.
회사 측은 인수 배경을 명확히 밝혔다. 하나금융 측은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한 신금융 경쟁력 확보"라며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디지털자산·블록체인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양사가 1년 가까이 쌓아온 협력의 누적 결과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2월 첫 번째 결실인 기술검증(PoC)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PoC의 핵심은 SWIFT 대체였다. 하나은행 국내외 지점 간 기존 국제금융통신망(SWIFT) 방식으로 주고받던 송금 전문을 두나무가 개발한 레이어2 블록체인인 '기와(GIWA)체인'상의 블록체인 메시지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와체인은 두나무의 핵심 자산이다. 기와는 옵티미스틱 롤업 기반 이더리움 레이어2(L2) 메인넷으로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금융 친화적 블록체인'을 표방하고 있다.
기술 차별화 포인트는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이다. 두나무의 독자적인 프라이버시 프로토콜 '보자기(BOJAGI)'가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송금인과 수취인의 민감한 금융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협력은 올해 4월 3사 동맹으로 한층 확장됐다. 두나무는 지난 4월 29일 하나금융그룹·포스코인터내셔널과 금융·디지털자산·산업 간 융합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3사 협력의 핵심은 SWIFT 전환과 글로벌 무역결제다. 하나금융그룹의 외국환 네트워크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공급망에 두나무의 기와체인을 연결해 △기와체인 기반 실시간 해외송금 서비스 구축 △글로벌 자금관리와 지급결제 효율화 △디지털 금융사업 기회 발굴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1조원 지분 인수가 갖는 첫 번째 의미는 자본 동맹을 통한 협력 격상이다. 기술 검증과 사업 협력 단계를 넘어 자본까지 결합되면서 일회성 협업이 아닌 장기 파트너십 구조가 갖춰졌다는 평가다.
두 번째 의미는 예금토큰 해외송금 인프라 구축 가속화다.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예금토큰을 활용한 차세대 해외송금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고객이 입금한 현금을 예금토큰으로 발행한 뒤 △전달 △지급 △정산 등 전 과정을 기와체인 상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의미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이다. 금융권은 기와체인과 같은 블록체인 레이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 서비스를 구축할 방침이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가 마무리되는 즉시 본격적인 사업화가 가능해진다.
향후 협력은 외환·송금을 넘어 신원인증과 자금세탁 방지 영역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비대면 대출상품 '닥터론'의 자격 검증 시스템을 기와체인의 자격증명 서비스 '도장(Dojang)'으로 이관 중이며 하나은행도 유사한 디지털 신원 검증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두나무는 송치형 회장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 가상자산 시장을 알리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고 있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 2026'에 부스를 꾸리며 글로벌 기와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4대 금융지주 간 디지털자산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기와체인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자본 결합까지 이뤄진 것은 하나금융이 유일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B2B 무역결제 △글로벌 송금 △디지털 신원인증 등 차세대 금융 인프라 영역에서 선점 효과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 1조원 지분 인수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정적 포석"이라며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하는 기와체인 인프라가 본격 가동되면 외환·송금·무역결제·자산관리 전 영역에서 하나금융의 차별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