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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일반

[단독] 한화에어로 '에스토니아 1700억 투자' 수주 무산에 백지화

2026-05-19 16:40:58

에스토니아 IFV 사업 취소에 투자 계획도 동력 상실
“레드백 수주 전제 청사진 제시…사업 무산에 힘 잃어”
K9·천무 이어 IFV 노렸으나 발트해 입지 확대에 제동
“기존 수출국인 만큼 협력 지속...현지 기업과도 협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에스토니아가 추진하던 신형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을 전면 취소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안했던 약 4561억원 규모의 방산 협력 패키지도 함께 무산됐다. 직접 투자 규모만 1700억원에 달했던 프로젝트다. 현지 방산 생태계 진입을 통한 유럽 시장 공략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정부가 IFV 도입 사업을 전면 철회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3월 발표한 현지 투자 계획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수주 전제로 본계약 체결 이전부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수주에 열을 올렸다. 당시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도 현지 공장 후보 부지를 거론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최종 수주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해당 투자안도 무위로 돌아갔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3월 발표한 방산 협력 패키지는 총 2억6000만 유로(약 4561억원) 규모였다. 이는 직접 투자액 1억 유로(약 1754억원)에 현지 경제 파급효과 1억6000만 유로(약 2807억원)를 합산해 산출된 수치다.

세부 투자 계획을 보면, 직접 투자액 중 약 2500만 유로는 연간 30만 발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40㎜ 탄약 공장' 건립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어 약 2300만 유로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기수출 장비의 '유지·보수·정비(MRO) 센터' 구축에 배정됐다. 이외에도 에스토니아군 전문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현지 IT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R&D) 등이 패키지에 포함됐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안은 에스토니아의 IFV 현대화 사업 수주를 겨냥해 정밀 설계된 사안이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사의 최신 IFV인 ‘레드백’을 제안할 예정이었다. 수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는 지난해 에스토니아가 추진한 IFV 현대화 사업에 차별화된 현지화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지난해 현지 업체와 에스토니아형 IFV 전장관리시스템(BMS·Battlefield Management System) 공동 개발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정부가 지난 4월 국방 전략의 방향을 전면 수정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재래식 중장비의 전장 효용성이 감소했다고 판단해 사업을 취소하고 전차·장갑차 중심에서 드론 및 방공 시스템 강화로 전력 정비의 축을 옮겼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에스토니아 IFV 사업이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패키지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며 “무산이라고 하면 논의가 진행되다가 협의가 결렬되거나 중단된 경우를 뜻하는데, 이번에는 사업 추진 동력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0년 에스토니아에 K9 자주포를 공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약 4400억원 규모의 천무 유도미사일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에스토니아 방산·항공우주산업협회(EDIA)에 한국 기업 최초로 가입하며 현지 방산 생태계 진입에도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이번 IFV 수주 기회가 무산되면서 발트해 지역에 깃발을 꽂는다는 시장 공략 전략은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양측의 기존 방산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1일에 체결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에스토니아 국방투자센터(ECDI) 간 정부 간(G2G) 수출 계약에 따라 에스토니아군에 천무 3문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SK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핀란드 및 에스토니아도 작년부터 K9 추가 도입에 대한 예산 산정을 꾸준히 진행해온 결과 연내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에스토니아는 이미 자사의 지상 무기체계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인 만큼 협력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며 “에스토니아 기업인 밀렘 로보틱스와 기존보다 크기가 큰 무인차량 공동 개발 협약을 맺어 관련 개발을 계속 진행하는 등, 이들과의 협력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방산 수주는 지역이나 국가 단위로 접근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진출할 때 필요한 사업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다”며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여러 국방산업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지역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면 실제로 성사되는 사업도 있는 반면 무산되는 사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 인사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데, 이번 사안은 주체가 에스토니아 측에 있었던 만큼 현지에서 추진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우리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내용들을 잘 선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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