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김민철 대표 서명...내년 1월31일까지 종결 안되면 양측 해제 가능 순현금 두산과 달리 SK실트론은 하향검토...개별 순손실 5742억원 기업가치 EBITDA 12.8배...SUMCO·실트로닉 등 해외 경쟁사 비슷한 수준 최태원 회장 잔여 지분 29.39% 협상·SiC 미국법인 청산은 변수
분당두산타워. 사진=두산그룹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두산이 SK실트론 지분 70.61%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웨이퍼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인수 대상인 SK실트론은 지난해 574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두산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인수금융 1조원을 가정할 경우 200%에 근접한 191%까지 오를 것으로 신용평가사들은 추산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1%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계약서에는 장용호 SK㈜ 대표이사와 김민철 두산 대표이사가 각각 서명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SK㈜가 직접 보유한 보통주 51.0%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특수목적회사가 보유한 지분 약 19.6%(워머신제육차 11.5%, 워머신제칠차 8.1%)로 구성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보유한 나머지 29.39%(키스아이비제십육차 19.4%,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 10.0%)는 이번 계약에서 제외돼 두산과 별도 협의로 진행된다. 계약금 10%(2300억원)는 계약 체결일 다음 영업일까지 지급되고 나머지 90%(약 2조700억원)는 거래종결 예정일인 2027년 1월31일 지급된다.
양사는 계약서 상에 해당 계약금을 민법상 해약금이 아닌 것으로 못박았다. 두산이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거나 SK㈜가 배액을 상환하고 해제하는 것을 모두 금지했다. 계약체결일로부터 6개월인 내년 1월31일까지 거래가 종결되지 않으면 양측 모두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담겼다.
인수 대금에는 초과이익을 나누는 조건이 붙었다. 2027년부터 2034년까지 SK실트론의 연도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기준금액(2027년 8900억원~2034년 1조7000억원)을 넘어서면 초과분의 40%에 지분율 70.61%를 곱한 금액을 SK㈜에 추가 지급한다. 실질 유출률로 환산하면 약 28%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2026년 말부터 2028년 말까지로 정해진 기한(만료 후 6개월 내 완료 시에도 인정) 안에 특정 거래처 품목의 품질인증을 마치면 품목당 250억원에 지분율을 적용한 금액을 지급하며 대상 품목 4개를 모두 인증하면 최대 706억원이 더해진다.
SK실트론 미국법인 등이 청산 과정에서 보유 자산을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할 경우 처분이익 일부를 나누는 조항도 있다. 70.61% 지분가치 2조3000억원을 100%로 환산하면 SK실트론의 지분가치는 약 3조2600억원, 순차입금을 더한 기업가치는 5조88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EBITDA(4590억원) 대비 12.8배다. SUMCO(12.4배), 실트로닉(10배) 등 해외 경쟁사와 비슷하거나 낮은 가격이다.
거래종결까지는 국내외 규제 승인 절차도 남아있다. 두산은 계약체결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해외 경쟁당국 신고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 또는 유사한 신고가 필요한 경우 신고 의무가 있는 당사자가 계약체결일로부터 5주 이내에 신고서 초안을 관련 정부기관에 제출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SK실트론은 미국에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 자회사를 두고 있다.
두산과 SK실트론 실적을 단순 합산하면 몸집은 단숨에 커진다.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두산 연결 매출액이 기존 19조8000억원대에서 약 21조8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조원대에서 1조4700억원 수준으로 뛸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인수 이후 실제 사업 운영에 따른 변동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합산수치다.
문제는 '몸집'을 불리는 데 드는 빚이다. 인수금융 1조원이 투입되면 두산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61.1%에서 191.0%로 30%p 가까이 상승한다. 차입금의존도도 30.5%에서 36.4%로 높아질 것으로 신용평가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더 가파른 그림을 내놨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9.3%에서 115.2%로, 차입금의존도는 31.1%에서 39.4%로 뛴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 수치는 모두 올해 3월 말 재무제표를 기준선으로 삼고 있어 순차입금이 순현금으로 개선된 2분기 실적과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최태원 회장의 잔여 지분 29.39% 인수는 반영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의 자금 동원 여력 자체는 넉넉한 편이다. 두산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6865억원, 차입금 1조6745억원으로 순차입금이 오히려 마이너스 120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순현금 상태다. 앞서 1분기 두산로보틱스 지분 18.1%를 9477억원에 매각(PRS 방식)해 재원을 미리 확보해뒀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공동 주선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활용하면 1조원의 추가 인수 자금과 SK실트론이 안고 있던 차입금 1조5000억원의 상환 재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반도체 후공정 자회사 전자BG가 인공지능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공급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전자BG는 올해 2분기 매출 6760억원, 영업이익 2103억원(영업이익률 30%)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같은 자금 구조와 실적 개선을 근거로 신용평가업계는 두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작 인수 대상인 SK실트론은 사정이 다르다. 두산이 순현금 상태에서 신용등급 전망까지 긍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SK실트론은 매출 2조원대의 외형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내며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SK실트론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2조773억원, 영업이익 4073억원을 냈지만 당기순손익은 5742억원 손실이었다. 영업이익 흑자에도 당기순손실이 큰 건 SiC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재고자산평가손실과 유무형자산손상차손 등 일회성 손실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이번 거래에서 SiC 사업을 청산 대상으로 분리해 실리콘(Si) 웨이퍼 사업만 인수하기로 했다.
SK실트론이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오른 건 최대주주 변경 때문이다. 그간 SK그룹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근거로 자체 신용도보다 한 단계 높게 얹혀 있던 상향 요인이 최대주주가 두산으로 바뀌는 거래 종결과 함께 사라진다. 여기에 SK실트론 자체의 수익성과 차입 지표도 악화돼왔다.
SK실트론의 매출 대비 EBITDA 비율은 2023년 33.9%에서 올해 1분기 16.8%로 3년 새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순차입금은 EBITDA(연환산 기준)의 8.6배까지 불어났다.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하향 검토 신호로 제시한 구간(EBITDA 대비 매출 마진 30% 미만, 순차입금 대비 EBITDA 3배 초과 지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셈이다. 다만 이는 신용평가사가 모니터링 목적으로 설정한 참고 지표일 뿐, 구간 진입이 곧 등급 조정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신용평가사들도 선을 긋는다.
SK실트론의 지난해 SK하이닉스 및 그 해외법인 대상 매출은 504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4.3%를 차지하는 최대 거래처인 만큼 최대주주 변경 이후 이 거래 관계가 유지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지배구조 변경 제한 특약이 걸린 차입금은 신용평가사별 기준 시점에 따라 1조2000억원대에서 1조4890억원대까지로 파악된다.
SiC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법인의 청산 리스크도 변수다. 올해 3월 말 기준 해당 법인의 자산은 7966억원, 부채는 7307억원으로 자본이 659억원에 불과해 청산 과정에서 잔존 재고자산과 유형자산에 추가 손상이 발생할 경우 재무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SK실트론 편입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스마트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반도체 및 첨단소재(전자BG·두산테스나·SK실트론) 등 '삼각편대'로 재편하는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다만 SK실트론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이를 보인다. 2025년 기준 SK실트론은 그룹 매출의 10.4%를 차지해 두산밥캣(44.6%), 두산에너빌리티(36.1%)에 이은 3위지만, 영업이익 비중으로는 11.3%로 두산밥캣(40.3%), 두산에너빌리티(29.1%), 두산 자체사업(19.3%)보다 낮은 4위에 그친다. 외형 기여도에 비해 이익 기여도는 아직 상대적으로 작다는 뜻이다.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다. 두산 주가는 지난달 31일 하루 만에 30%(27만원) 오른 뒤 2거래일 동안 총 33만8000원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5조4734억원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SPA 체결만으로는 두산과 SK실트론의 신용등급을 변동하지 않고 잔금 납부 등 거래가 실질적으로 종결되는 시점에 최종 등급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의 잔여 지분 협상 결과, SiC 사업 청산 과정에서의 추가 손상 규모,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관계 변화 여부가 향후 신용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