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앤디 이어 루트로닉·쌍용C&E서도 유사한 상장폐지 방식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분 희석…인수기업서 반복되는 패턴 유사
SK디앤디 사옥. / 이미지 = SK디앤디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인수 기업의 경영권 확보 이후 추진하는 구조조정 및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둘러싸고 자본시장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의 사위인 한상원 대표가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주요 상장사 인수 후 대규모 유상증자, 저평가 구간에서의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적극 활용하며 일반 소액주주들과의 마찰을 빚고 있다. 한앤컴퍼니 측은 기업가치 제고와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 및 지분 가치 희석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로부터 SK디앤디 경영권을 매각받아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컴퍼니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대응 및 유동성 확보를 이유로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 수의 약 240%에 달하는 수준이다.
발표 직후 SK디앤디의 주가는 급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영권 인수 이후의 성장 기대감보다는 급격한 주가 하락과 지분 가치 희석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개매수 등으로 상당수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일반 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면서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거나 손절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잔여 지분을 낮아진 가격에 매입하거나 소액주주 비중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사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비교해봐도, 한앤컴퍼니는 인수 기업의 비상장화(상장폐지) 과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과거 루트로닉과 쌍용C&E 사례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루트로닉의 경우 2차례의 공개매수 이후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해 잔여 주식을 매수하며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상폐 직후 단행된 대규모 유상감자로 회사 현금이 펀드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에서, 일반 주주 배제 후 기업 자산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쌍용C&E 역시 고율 배당과 자본 감자 등으로 선제적 자금 회수를 진행한 뒤,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무는 시점에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한앤컴퍼니측은 비상장사 전환을 통해 공시 의무나 주주총회 등 공적 규제 부담을 줄이고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 과정에 참여해 온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진 상장폐지와 지분 구조 개편 과정에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풀이된다. 주가가 하락한 시점을 활용한 자진 상폐 절차는 소액주주의 장기 투자 성과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상법상 지배주주가 일정 지분율 이상을 확보하면 잔여 주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의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고율 배당, 유상감자, 상장폐지 후 재매각을 통해 투자 수익률을 확보하는 동안 일반 주주는 주가 폭락과 지분 가치 하락의 손실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 사실"이라며 "SK디앤디 사태는 그 동안 한앤컴퍼니식 방식에 쌓여있던 불만이 외부로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