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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철의 펀치펀치] ‘재벌인척’ 하다 혼쭐난 KT와 구현모 대표

2023-03-03 16:15:12

문인철 위원
문인철 위원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재벌정책이다. 하지만 공정위 어느 문건에도 재벌이라는 단어는 없다. 대신 ‘대규모기업집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공정위는 매년 대규모기업집단을 발표한다. 지난 2월에 발표된 대규모기업집단은 76개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이 되면 규제를 받는다. 상호출자금지와 순환출자금지 등의 규제다. 재벌이 경제력을 무한정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재벌정책이다.

재벌과 대규모기업집단은 성격이 다르다. 재벌은 한 일가가 기업집단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장악하는 형태다. 반면 대규모기업집단은 말 그대로 규모가 큰 기업집단일 뿐이다. 76개 대규모기업집단에서 1위는 삼성이고 2위는 SK, 3위가 현대자동차 순이다. 15개를 한정해서 보면 특이한 기업이 있다. 특이하다고 표현한 것은 재벌이 아니 어서다. 자산순위 6위에 해당하는 포스코와 12위인 KT다. 이 두 기업은 재벌이 아니다. 한 일가가 소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기업경영에서 재벌이 아닌 경우 차이가 많다. 재벌은 사장을 임명할 때 지분이 제일 많은 재벌가문에서 정하면 끝이다. 하지만 포스코나 KT는 특정가문이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사장을 임명할 수 없다.
요즘 KT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KT는 51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 금융사만 해도 5개나 된다. 케이뱅크와 비씨카드가 KT 계열사다. 계열사가 나왔으니 15대 기업집단 중 누가 계열사를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2위 SK는 계열사가 무려 201개에 달한다. 회장님은 계열사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순위 15위인 카카오는 계열사가 두 번째로 많다. 126개나 된다. 그 다음으로 한화가 93개다.

KT가 재벌경영 흉내를 내다가 혼쭐당하고 있다. KT 자체에서 대표 후보군을 뽑아서다. 바로 제지를 당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KT 이사회가 내부인사만으로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을 두고 “이권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KT 측은 면접대상자에 전·현직 임원만 포함된 것은 정해진 선정기준에 따른 결과라고 항변한다.

KT의 재벌 흉내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KT는 자신들 맘대로 대표를 뽑을 수 없는 구조다. 정부의 허락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국민연금은 현재 KT의 지분 9.95%를 갖고 있는 1대 주주다. KT의 2대와 3대주주는 현대자동차(7.79%)와 신한은행(5.48%)이다. 산술적으로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이 뭉치면 국민연금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8.29%)이고 현대자동차의 2대주주(7.78%)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견과 동일할 국민연금 의견에 반기를 들 수 없다. KT가 재벌이라면 이런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 보통 말하는 주인 없는 기업이기에 KT 내부 의견만으로 대표를 선출할 수 없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KT 대표는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추천했다. 내부승진이든 외부발탁이든 항상 그랬다. 이게 현실임을 KT에서 잠시 잊고 있었는지, 기업집단 순위 12위에 취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KT 대표는 전문경영인이다. 현재 KT의 임원이라 해서 자신들의 기업이 아니다. 구현모 현 KT대표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다. 몇 가지를 보면 재벌회장 흉내를 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쌍둥이 형을 도와줘 배임여부까지 나온다.

KT 대표는 어차피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낙하산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자격 있는 전문경영인을 추천해야 한다. KT도 더 이상 재벌 흉내를 멈춰야 한다. 어울리지 않다.

<문인철/빅데이터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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