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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롯데쇼핑과 협력 강화 "썩은 동아줄 될까?" 우려

가구업계, 현대리바트 매출 성장에 경쟁 '치열' 한샘, 신임 이사에 이호설 롯데 임원 선임 롯데 '아픈 손가락' 하이마트, 한샘과 시너지 날까

2025-03-11 17:20:27

이미지 편집.=최효경 기자
이미지 편집.=최효경 기자
[빅데이터뉴스 최효경 기자] 가구‧인테리어 업계 1위를 향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 기업 한샘(009240)은 롯데와 손잡고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역량 강화에 나선 상황. 하지만 롯데(004990)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023530)이 한샘과 시너지를 내겠다며 선택한 롯데하이마트(071840)는 오히려 한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하이마트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부진의 늪에 빠지며, 롯데 유통군 중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샘이 롯데와 협력관계 강화하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큼, 여력이 뒷받침해 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샘‧롯데쇼핑과 협력 확대한다지만, 결과는?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호설 롯데 유통군 HQ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샘 이사회에 롯데 임원이 합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와 한샘 간 시너지를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했다.

한샘 측에서도 롯데 임원의 이사회 진입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샘의 업계 1위 수성에 손잡은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매각설이 돌고 있는 하이마트로 인한 위험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샘 관계자는 "한샘과 롯데그룹 협업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며 "롯데그룹의 주요 유통채널인 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 한샘과 고객접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및 온라인 프로모션을 중심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과 롯데 관계는 2021년 롯데쇼핑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한샘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시작됐다. 당시 롯데쇼핑은 2595억원, 하이마트는 500억원을 각각 출자한 바 있다.

당시 롯데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한샘 경영권 확보를 통한 시너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세계(까사미아·004170)·현대백화점(현대리바트·069960)을 포함한 국내 3대 백화점 브랜드 가운데, 롯데가 유일하게 가구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었다.

지분 투자 이후 롯데쇼핑과 한샘 간 결합은 별다른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7월 경기 수원시에 하이마트·한샘의 첫 공동 매장인 한샘광교점을 출점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인천 미추홀구 하이마트 주안점에 한샘 가구 상담 코너가 마련된 게 전부다.

한샘은 올해 정기 주총을 기점으로 롯데쇼핑과 협력 확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샘은 하이마트 매장에 숍인숍(상점 내 상점) 형태로 입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 한샘, 롯데쇼핑 업고 옛 명성 되찾을까? "의문"

한샘이 롯데와 협력에 적극적 자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최근 치열해진 가구 업계 경쟁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로 군림한 한샘은 지난해 1~3분기 부진한 매출을 거두며, 현대리바트(079430)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호조를 통해 매서운 속도로 한샘을 추격했다. 한샘은 지난해 4분기 B2C 시장에서 실적을 만회하며 가까스로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은 상황이다.

이번에 예정된 인사는 한샘이 롯데쇼핑 등과 협업을 통해 현대리바트 공세를 막아내는 등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짐 셈이다. 하지만 당면한 하이마트 경영 위기가 이러한 의지를 밑받침해 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하이마트는 롯데쇼핑이 지분 65%를 보유한 회사로 지난해부터 매각설에 시달려 왔다. 장기간 매출이 저조한 데다 모회사인 롯데쇼핑조차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하이마트-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실적 악화는 롯데그룹 위기설을 부추긴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하이마트 매출을 살펴보면 △2021년 3조8697억원 △2022년 3조3368억원 △2023년 2조6101억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조3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줄어들며 2조원대 매출도 위협받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520억원 적자에서 이듬해 82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17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더해 올해 상반기까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크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경영 위기를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각설 관련 '사실무근'이라 공시한 바 있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점포 축소 작업을 지속하는 점도 한샘에게는 반갑지 않은 대목이다. 실제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400개가 넘던 하이마트 점포 수를 지난해 말 314개까지 줄였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매각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샘과 시너지 확대에 하이마트를 앞세우는 것은 사실상 골칫거리를 떠넘기는 격"이라며 "한샘과 공생이 가능할지 의문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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