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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모빌리티쇼] "아들 잠깐 나와봐" 아빠들 환호한 HD현대 '굴착기 시뮬레이터'

신제품 안내·운전 연습 목적…고객사 인기 페달·레버 움직여 땅 파기·버킷 교체 체험 굴착기 운전석 옮겨 놓은 듯, 현실감 높아

2025-04-09 15:44:08

오는 13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리는 가운데 한 관람객이 HD현대 전시관에 마련된 굴착기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오는 13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리는 가운데 한 관람객이 HD현대 전시관에 마련된 굴착기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고양=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국내 최대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리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최근 방문한 이곳에 말끔하게 광을 낸 신차들 사이, 단촐해 보이는 기기 한 대가 아빠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HD현대(267250) 전시관에 설치된 '굴착기 시뮬레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주변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굴착기 운전을 체험하거나 구경하려는 '어른이(어른+어린이)'들로 북적였다. 전시 개막에 앞선 지난 3일 언론 공개 행사를 통해 HD현대 굴착기 시뮬레이터를 미리 체험해 봤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운전석에 앉으면, 기본 조작법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운전석 기준으로 레버가 좌우에 각 하나씩, 그리고 전면에 2개가 위치해 있다. 전면 레버는 페달과 하나로 연결돼 손으로 밀고 당기거나 발로 밟아 조작이 가능하다. 좌우 레버는 오락실 게임기에 있는 조이스틱처럼 작동했다.

굴착기는 크게 운전석이 있는 캐빈과 전진·후진을 해주는 궤도, 팔 역할을 하는 붐과 암, 바가지처럼 생긴 버킷으로 구성된다. 사람이 물건을 집을 때 어깨, 팔꿈치, 손목을 이용하듯 굴착기도 붐, 암, 버킷 각도를 바꿔 가며 작업을 수행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개발한 굴착기 시뮬레이터 화면. =성상영 기자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개발한 굴착기 시뮬레이터 화면. =성상영 기자


동작은 4개 레버 조작을 통해 이뤄진다. 전면 첫 번째 페달을 밟으면 왼쪽 궤도가, 두 번째 페달을 밟으면 오른쪽 궤도가 앞으로 가는 방식이다. 운전석 왼쪽 레버는 차체를 제자리 회전하거나 암을 접고 펴는 데 쓰이며, 반대편 레버는 붐과 버킷을 움직인다.

실제 자동차 운전에는 나름 자신이 있는 탓에 별 거 있겠나 싶었지만, 앞선 설명을 들으며, 조작을 시작하니 자동차와는 다른 세계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지 부스 관계자는 "제가 도와드릴 거고 가상 현실이라 장비 고장날 일 없으니 마음껏 해보라"며 안심을 시켜주기도 했다.

관계자가 일러준 곳으로 천천히 굴착기를 끌고 나갔다. 화면 속에는 캐빈 내부에서 바라보는 1인칭 시점으로 전방 작업장 풍경이 보였다. 모래 더미 가까이 굴착기를 붙여 붐과 암을 들어 올렸다.

임무는 정해진 깊이까지 땅을 파서 옆에다 옮기는 것. 모래 더미 위로 그리드(격자 무늬)가 표시되며 어느 정도까지 파 내려가면 되는지 알려줬다. 깊이를 맞추는 건 둘째 치고 왼쪽 오른쪽 레버 기능이 헷갈리면서 '뇌정지'가 왔다

굴착기 시뮬레이터로 암석을 부수는 브레이커(일명 '뿌레카') 작업을 하는 모습. =성상영 기자
굴착기 시뮬레이터로 암석을 부수는 브레이커(일명 '뿌레카') 작업을 하는 모습. =성상영 기자


마음을 가다듬고 양손에 쥔 레버를 앞뒤로 과감하게 움직였다. 곧이어 붐과 암이 길게 뻗어 나가며 버킷을 모래 속으로 내다 꽂았다. 실제 건설 현장이었다면 반장에게서 샤우팅이 날아왔을 게 빤했다. 아무 일 없는 듯 버킷을 오므려 모래를 펐다.

그렇게 몇 바가지를 퍼다 나른 뒤 버킷 교체 실습으로 넘어갔다. 이는 버킷을 분리하고 '브레이커'라는 부품으로 교체하는 일이다. 브레이커는 속칭 '뿌레카'로도 불리는데, 아스팔트나 암석을 수직으로 두드려 깨는 작업에 쓰인다.

도구를 교체하려면 레버를 정교하게 움직여 위치를 맞춰야 하는데, 예상보다 조작이 어려워 여기부터 반쯤 포기해 버렸다. 그저 손에 힘을 빼고 숙련된 조교(?)가 대신 조작해주는 대로 따랐다. 이어진 암석 깨기 작업까지 겨우 마치고 나니 등줄기에 땀 한 방울이 흘렀다. 난생 처음 해보는 굴착기 운전은 그렇게 끝났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굴착기 조작이 일정 수준 손에 익으려면 숱한 연습 밖엔 답이 없다. 하지만 연습을 위해 빈 땅을 찾고 장비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시뮬레이터가 진가를 발휘한다고 한다. 그래픽은 최신 3D 게임과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굴착기 움직임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묘사돼 초급자가 연습하기에 알맞을 듯하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 HD현대 전시관. =성상영 기자
2025 서울모빌리티쇼 HD현대 전시관. =성상영 기자


시뮬레이터의 또 다른 개발 목적은 고객사 측에 신형 굴착기 기능을 설명하고 해당 직원이 이를 숙달하도록 돕는 것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시뮬레이터 한 대당 가격이 2000만원 넘지만, 고객사 러브콜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향후 시뮬레이터를 토대로 원격 작업이 가능한 무인 굴착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HD현대 굴착기 시뮬레이터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깨알 같은 재미 요소로 평가할 만했다. 최근 트랙터 트레일러(일명 '추레라' 트럭)를 모는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게임이 입소문을 탔는데, 'K-굴착기 시뮬레이터' 같은 게임으로 출시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뮬레이터는 서울모빌리티쇼가 끝나는 13일까지 체험 가능하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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