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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애경산업 '고평가' 논란에도 인수 의지 '활활'…3파전 결과는

2025-07-31 15:14:30

태광산업, 신성장 동력 확보 작업 본격 착수
트러스톤 반발에 EB 발행 중단…인수 '제동'
매각가 논란에도 '적극' 행보…공장 실사 나서

애경산업 서울 공덕동 사옥 전경. ⓒ애경산업
애경산업 서울 공덕동 사옥 전경. ⓒ애경산업
[빅데이터뉴스 최효경 기자] 태광산업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사업 투자'라는 그룹 중장기 비전에 맞춰 애경산업 인수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른 경쟁 후보자들보다 한발 빠른 행보를 보이며 적극적인 의지를 과시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태광의 자금 조달 계획이 처음부터 제동에 걸리며 인수 추진 결과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일각에서는 애경산업 매각가가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평가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시장에서 제시된 애경산업 매각가는 6000억원으로, 시가총액 43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 "1조5000억 신사업 투자"…체질 전환 나선 태광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최근 애경산업 인수 작업에 착수, 본격적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활동에 나섰다.

태광그룹은 이달 초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분야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그간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직면해 있던 '구조적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해 신사업 투자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복안이다.

태광산업의 대규모 투자 전략은 애경산업을 통해 이미 가동된 셈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초반부터 시름에 빠졌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애경산업 인수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의했고, 이를 통해 2000억원의 M&A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문제는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상법 위반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한 것.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절차상 문제도 있다"며 법원에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태광 측은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며 지배구조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감독원도 정정보고서를 요구하며 사실상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 태광은 EB 발행 절차를 중단했다.

이로써 태광의 애경산업 인수 재원 조달은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EB 발행이 무산될 경우, 그룹이 당초 계획한 구조 하에서는 인수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 그럼에도 '직진'…3파전 유일 공장 실사 나서

이러한 상황에도 태광은 애경산업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양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지난 29일 "애경산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 매수 희망자들의 인수의향서를 신청받고 소수의 매수 희망자와 실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현재 애경산업 인수전은 태광 외에도 앵커프라이빗에쿼티(앵커PE), 폴캐피탈코리아가 뛰어든 3파전 구도다. 앵커PE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펌'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폴캐피탈코리아는 장기 보유형 투자자로 분석된다.

이 중 태광은 최근 애경산업의 주요 생산 기지인 충남 청양 공장을 방문해 설비, 생산능력, 인력 구성 등을 점검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번 실사는 3개 후보군 중 단독으로 진행된 것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절실한 태광이 본입찰 이후 인수 가능성을 본격 타진하기 위해 발 빠르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청양 공장은 애경산업의 기초, 색조화장품 생산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곳으로, 이 공장 외에는 생산 기능 대부분을 제조자 개발생산(ODM)에 맡기고 있다.

태광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업계 안팎에서는 태광이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쟁자인 앵커PE와 폴캐피탈코리아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분류되는 데 반해, 태광은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장기적인 사업 연계성과 중장기 운영 계획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도 핵심 쟁점이다.

◆ 애경산업 '몸값 논란'…"시가총액보다 2000억 비싸"

관련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의 '몸값'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애경산업 매각주체인 AK홀딩스는 전체 지분 63.38%를 약 6000억 원에 매각하고자 한다. 이는 최근 애경산업 시가총액(약 4300억 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애경산업의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6791억 원, 영업이익 468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630억 원 수준이다. 인수 가격이 성사될 경우, EBITDA 대비 16배 수준의 거래가 성립되는 셈이다. 이는 동종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다른 인수 후보들은 가격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 매출이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애경산업은 현재 화장품 부문 매출 중 약 70% 가량을 중국 시장으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되며 뷰티 사업 부문의 성장성이 불확실해졌다.

한편 본입찰은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9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태광이 재무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사와 조직적 대응을 이어가며 선두 주자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AK홀딩스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태광의 EB 발행 여부가 아직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자금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경우 판세가 뒤바뀔 수도 있다"라며 "태광은 이번 M&A를 단순 사업 확장 이상의 그룹 체질 전환 카드로 삼고 있어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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