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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의 正주행] 볼보 X90, 작은 변화 큰 만족…"사골이라 놀리지 말아요"

2025-08-21 06:00:00

부분 변경 거친 '볼보 XC90 B6 울트라'
'디테일' 변화에 집중하며 진부함 덜어내
'에어 서스펜션' 탑재…승차감 소폭 개선
검증된 성능이 장점…가격 인상 폭 작아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 앞 모습 =성상영 기자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 앞 모습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볼보자동차의 선택은 안정 속 변화였다. 지난달 두 번째 부분 변경을 거쳐 돌아온 기함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은 내·외관이 큰 폭으로 바뀌기보단 전반적인 상품성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이번 부분 변경은 2016년 2세대 모델이 나온 이후 약 9년 만, 2019년 1차 부분 변경 이후론 6년 만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사골' 소리도 들린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앞선 1세대 모델이 2002년에 처음 나와 2014년까지 12년 이상 장수한 만큼 2세대 XC90의 수명도 적잖이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난 신형 XC90은 단순한 사골은 아니었다. 푹 우려낸 국물에 조미료를 알맞게 넣어 고릿한 맛은 덜어내고 감칠맛을 끌어올린 느낌이었다. 변화가 크진 않았지만 결코 오래 묵은 구닥다리는 아니었다.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140㎞를 XC90과 함께 달려 봤다.

볼보 XC90 옆 모습 =성상영 기자
볼보 XC90 옆 모습 =성상영 기자


◆살짝 고쳐서 신형 느낌 살렸네

외관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단연 얼굴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세로형 무늬를 볼보 엠블럼이 사선으로 관통하는 형태에서 우하향, 우상향하는 빗금이 절반씩 그어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볼보차를 상징하는 '토르의 망치' 주간 주행등은 최근 디자인 추세에 맞춰 날렵해졌다. 보닛과 펜더 형상도 소폭 수정됐다는 게 볼보자동차의 설명이다.
범퍼 형상도 달라졌다. 부분 변경 이전에는 좌우와 하단에 있는 공기 흡입구가 전체적으로 꽉 채웠다면 신형은 차체 도장면의 면적이 넓어지고 한결 깔끔해졌다.

뒤쪽으로 넘어가면 이전 모델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대로였다. 하지만 기존 선형 발광다이오드(LED) 대신 면 발광 조명이 후미등에 들어가면서 구형 차량이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았다.

볼보 XC90 뒷 모습 =성상영 기자
볼보 XC90 뒷 모습 =성상영 기자
실내 역시 극적인 변화보단 '디테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11.2인치로 커진 게 가장 눈에 띈다. 또한 송풍구 무늬가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1열 센터 콘솔(가운데 수납함) 팔걸이 모양이 네모 반듯하게 바뀌었다. 한 가지 더 꼽자면 탑승객 정면으로 보이는 크래시 패드 마감이 가죽에서 재활용 직물 소재로 교체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면이 커졌을 뿐 아니라 UI(사용자 환경)이 개선되고 반응이 빨라졌다. 화면 내 메뉴 배치나 버튼 크기도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에 기반을 두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괜찮았다.

겉보기에 쉽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용 편의성이 개선된 곳도 있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변속기 노브 오른쪽에서 센터페시아 하단으로 옮겨 갔다. 컵 홀더는 기존 충전 패드가 있던 위치까지 앞으로 이동해 스마트키 수납함과 일체형이 됐다. 따라서 큰 스마트폰을 올려 놓기 편해졌고 컵 홀더가 팔걸이의 간섭을 받지 않게 돼 수납이 한결 용이해졌다.

볼보 XC90 1열 좌석 =성상영 기자
볼보 XC90 1열 좌석 =성상영 기자
◆"유일한 '에어 서스펜션' 탑재 1억 미만車
"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무엇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B6 울트라 트림(모델 등급)에 에어 서스펜션(공압식 현가장치)이 적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XC90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T8 울트라(2024년 기준 1억1520만원)에만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에어 서스펜션은 가격 1억원 이상 최고급 차량 중에서도 일부에만 들어가는 장치다. 일반 스프링이 사용된 현가장치보다 승차감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신형 XC90 B6 울트라 트림 가격은 9990만원이다. 1억원 미만 차량 중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량은 XC90이 유일하다는 게 볼보차코리아의 설명이다.

마침 시승 차량이 XC90 B6 울트라였다. 앞서 부분 변경 전 XC90 T8 울트라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상당히 느낌이 비슷했다. 작은 요철은 무심하게 넘기고 깊게 패인 곳이나 불룩 솟은 지점은 묵직하면서 부드럽게 지났다. 차체 크기와 무게가 비슷한 다른 SUV와 비교하면 상하 반동이 좀 더 큰 편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부담스럽거나 노면을 붙잡고 달리는 느낌을 원한다면 서스펜션 감도를 단단하게 설정하면 된다.

볼보 XC90 2열 좌석 =성상영 기자
볼보 XC90 2열 좌석 =성상영 기자
정숙성은 기함급 모델답게 준수했다. 신형 XC90은 B 필러(측면 2번째 기둥)에 방음 대책이 보강됐다고 한다. 부분 변경 이전과 차이를 뚜렷하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전반적으로 잘 잡혔다. 시속 100㎞/h 이상 고속에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래 된 만큼 전반적인 완성도 높아

파워트레인(구동계) 성능은 부분 변경을 두 차례나 거친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오래 끓인 사골 국물이 물릴 수는 있어도 맛은 보장하는 법이다. 특히 낮은 엔진 회전 수에서 발휘되는 토크(회전력)가 만족스러웠다. 가벼운 오르막에선 2000rpm(분당 엔진 회전 수) 이하로도 버겁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깊이 밟을 때 발생하는 지연 현상(터보 랙)도 거의 없었다. 엔진을 보조하는 전기 모터가 먼저 반응하며 터보차저(과급기)가 작동할 시간을 벌어준 덕분이다. 중고속 이후로 속력을 더 내보면 힘이 부족하지 않고 은근하게 밀어줬다.

볼보 XC90 실내를 3열에서 바라본 모습 =성상영 기자
볼보 XC90 실내를 3열에서 바라본 모습 =성상영 기자
연비는 서울 시내 구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공인 수치(복합 9.5㎞/ℓ) 보다 높았다. 주요 구간별로 계기반에 표시된 연비를 비교한 결과 DDP에서 마포대교 북단까지는 6.8㎞/ℓ, 영종도에 이르는 전체 구간에서는 11.7㎞/ℓ를 기록했다. 영종도에서 북로JC까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전 구간을 100㎞/h로 정속 주행했더니 12.8㎞/ℓ이 나왔다.

승차감을 다소 해치는 요소가 있었던 점은 아쉽다. 정차 중 자동으로 엔진 시동을 끄는 IGS(공회전 제한 장치)가 작동할 때마다 작은 충격이 전해졌다. 가속 페달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밟았다 떼었다를 반복하면 마치 기계식 클러치가 붙었다 떨어지는 것 같은 꿀렁임도 있었다. XC90이 볼보차에서 갖는 위상이나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욕심을 부려도 괜찮겠지 않을까.

신형 XC90은 얼핏 보면 별로 바뀐 게 없어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 보면 신차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수입 SUV 시장에서 볼보 브랜드 자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가격 인상 폭까지 크지 않으니 1억원 이하 7인승 SUV를 원하는 소비자가 눈여겨 볼 만한 차라고 할 수 있겠다.

◆볼보 XC90 B6 AWD 울트라 제원

​△전장=4955㎜ / 전폭=1960㎜ / 전고=1775㎜ / 축거=2984㎜

△공차중량=2150㎏
△엔진=2.0ℓ 가솔린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변속기=8단 자동 / 연료=휘발유

△최고 출력=(엔진)300ps (모터)10㎾ / 최대 토크=(엔진)42.8㎏f·m (모터)4.1㎏f·m

△배터리=해당 사항 없음

△연비=(복합)9.5㎞/ℓ (도심)8.4㎞/ℓ (고속)11.3㎞/ℓ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해당 사항 없음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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