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해외 계열사를 동원,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지배력을 높이는 행위와 관련해 "루프 홀(규제 구멍)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영풍과 고려아연 사태처럼 순환출자의 빈 구멍을 활용한 비판적 지적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주 후보자는 "해외 기업을 이용한 (상호출자 규제) 우회을 막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집단 내부 거래나 자사주 활용을 통한 지배력 확대, 사익 편취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제재 강도는 그런 행위에서 얻는 이익을 능가하도록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고려아연이 호주에 설립한 계열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회사 지분을 확보한 뒤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현재 이 회사 최대 주주인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향후 주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을 경우 공정위가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을 직접 들여다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주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사전 서면 질의에 "일부 기업이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변칙적 순환출자를 형성한 것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검토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펴 조속히 결론 내겠다"는 뜻도 전했다.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SMC는 지난 1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영풍 주식 10.3%를 취득했다. 당시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4%를 갖고 있어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상법상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된 기업 간 지분율이 10% 이상이면 의결권이 제한된다. 고려아연이 SMC를 통해 영풍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영풍이 고려아연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소멸시킨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변칙적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며 맞섰다. 영풍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의결권을 되살리기 위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신설 유한회사인 YPC에 넘기기도 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새 수장을 맞는 공정위의 대응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