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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의 正주행] 목포-신의주 잇는 '1번 국도', BYD T4K가 달렸다

2025-10-15 05:00:00

T4K 냉동 탑차로 국도 1호선 480㎞ 종주
포터·봉고3 대비 캡 높아 시야 확보 장점
1회 충전 땐 공차 상태로 200㎞ 이상 주행
14시간 이상 연속 충전·주행도 무리 없어
인포테인먼트 화면 크지만 완성도 아쉬워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단조로운 일상은 때때로 기행을 일삼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어 낸다. 요즘 나오는 신차들이 대체로 그렇다. 몇몇 차를 빼면 전반적으로 안전·편의성이 상향 평준화됐다. 어느 차를 타봐도 적당히 잘 나가고 편하다. 나쁘게 말하면 여간해선 차별화 요소를 찾거나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잘 차려진 백반 같은 승용차 대신, 별미 같은 상용차가 입맛을 당기곤 한다.

중국 친환경차 제조사 BYD가 국내 시장에 선보인 전기 1t 트럭 '티포케이(T4K)'를 최근 시승한 이유다. 올해 8월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2600여 만대 차량 가운데 상용차가 6분의1이 넘는 것도 별미를 맛볼 명분이었다. 왜 하필 T4K냐고 묻는다면 가장 '유니크'하기 때문.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3가 양분한 1t 트럭 시장에서 T4K는 이단(異端)과 같은 존재다.
GS그룹 계열 종합상사인 GS글로벌이 2023년 4월 출시한 BYD T4K는 카고 모델을 시작으로 냉동 탑차와 하이 내장 탑차가 잇따라 나왔다. 시승 차량은 가장 최근에 판매가 시작된 냉동 탑차였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기행(奇行)의 시작: 누구도 하지 않는, 굳이 할 필요도 없는

막상 시승 예약을 잡고 보니 냉동 탑차로 뭘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왔다. 냉동식품 배송 기사 일일 체험이라도 하자니 도저히 현실성이 없었다. 가게 이사를 앞둔 지인, 가구 관련 일을 하는 친척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당장 일이 없다고 했다. 그저 전기 트럭 탄 후기쯤으로 끝내기엔 기회가 너무 아까웠다.

고심 끝에 공차 운행을 하기로 했다. 다만 콘셉트를 확실하게 잡기로 했다. 시쳇말로 '뻘짓'도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렇게 서울에서 경기 파주시 임진각으로 길을 잡았다.
임진각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실질적인 1번 국도 종점이어서다. 웬만한 사람은 하지 않는, 굳이 할 필요도 없는 1번 국도 종단을 해보기로 했다.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자면 '1번'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 따위가 있겠다. 무엇보다 포터와 봉고3를 상대로 감히 도전장을 낸 BYD T4K가 장거리 주행 환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배터리를 넉넉하게 채우고 전장 5370㎜, 전고 2620㎜에 달하는 길고 높은 차체에 대한 적응도 미리 마쳤다. 오후 5시께, 북측 미수복 지역을 제외하고 480㎞(임진각-목포)에 이르는 대장정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출발은 호기로웠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첫 번째 구간은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 남단, 자유로IC를 출발해 통일로를 따라 고양시, 서울 은평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지나 성산대교로 이어졌다.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 대신 곳곳에 신호등과 50~60㎞/h 속도 제한이 있는 도로를 50여㎞나 달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도로 포장 상태도 좋지 못했고 통행량은 많았다.
◆높고 넓은 캡, '반 뼘'의 차이가 편안함을 만든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T4K의 높은 캡(운전실)이 주는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포터나 봉고3보다도 운전석이 높아 한 체급 큰 2.5t 트럭을 타는 듯 시야 확보에 유리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앞에 있어도 전방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큰 트럭이 빠른 차로를 골라 다니는 비결은 이것이었다.

성산대교를 건너 만성 정체로 악명 높은 서부간선도로로 들어섰다. 탑 높이가 지하 도로 제한 높이인 3m보단 30㎝ 이상 낮아 여유가 있었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T4K가 운전자에게 얼마만큼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줄지 알아보고 싶어 지상 도로를 택했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T4K는 거북이 운행을 하는 와중에도 발목과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다. 회생제동과 기존 브레이크를 통한 제동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피로감을 줄여 줬다. 차량이 거의 멈추기 직전까지 개입해 브레이크 디스크 또는 드럼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인 점도 특징이다.

막히는 길을 큰 어려움 없이 뚫고 경부선 철도와 나란히 달렸다. 안양과 수원을 차례로 통과한 뒤 화성, 오산, 평택을 거쳐 충남 천안시로 접어들었다. 임진각에서 출발해 140여㎞를 겨우 달렸을 뿐이지만 이미 해는 떨어지고 없었다.

한나절이 다 될 무렵 슬슬 배터리가 걱정됐다. 계기반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50%가 조금 넘었다. 임진각에서 출발할 때 92%였으니 대략 40% 정도를 쓴 셈이다. 배터리 용량(82킬로와트시·㎾h)에 비춰 단순 계산하면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냉동 탑차 기준 상온 205㎞)보다 훨씬 먼 거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냉동기를 10시간 가동했을 때 약 11㎾h 전력을 소모한다고 하니 '1일 1충전'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듯보였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목포 1번 국도 종점까지 남은 거리는 340㎞, 한참을 더 달리다 충전을 위해 충남 계룡역 인근 주차장에 자리를 잡았다. 자정에 다다른 역 주변은 칠흑 같이 어두웠다. 다행히 T4K 충전구에는 조명이 내장돼 있었고 어렵지 않게 충전기를 연결했다.

T4K는 최대 92㎾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0%에서 80%까지 53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실제 22%에서 92%까지 70%를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50분이었다. 충전량이 많아질수록 속도가 떨어지는 특성을 생각하면 준수하다. 다만 충전기에 표시된 충전량은 61.67㎾h, 차량 계기반 숫자와 총 배터리 용량을 토대로 계산한 충전량은 57.4㎾h로 차이가 있었다.

충전이 진행되는 동안 쪽잠을 청했다. T4K는 좌석 등받이 뒤 공간이 넉넉한 편이어서 제법 편하게 몸을 기댈 수 있었다. 목베개만 있다면 한두 시간은 충분히 눈을 붙일 수 있을 듯했다. 주차 중 에어컨이나 오디오 같은 전기 장치를 쓸 수 있는 유틸리티 모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충전기를 물리고 차량 전원을 넣으면 해당 기능이 비슷하게 구현됐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지치는 건 사람뿐, 돌발 상황에도 T4K는 평온했다


1번 국도는 계룡을 벗어나 대한민국 남성의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키는 논산 육군훈련소로 이어졌다. 왠지 모르게 통풍 시트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다. 속력을 좀 더 높여 논산을 탈출, 전북 전주시를 향해 내달렸다.

전주부터는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도심을 우회해 개량된 전주 이남 구간은 최고 속력이 90㎞/h인 곳이 있을 정도로 길이 시원하게 뚫렸다. 200여㎞만 더 가면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목포까지는 국도와 접한 곳에 마땅히 충전할 곳이 없어 완주군 상개 졸음쉼터에서 한 번 더 배터리를 채웠다.

잘 정비된 도로는 신호등 하나 없이 단조로웠고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집중력은 빠르게 떨어졌다. 주요 시·군 외곽을 끼고 남쪽으로 향하던 1번 국도는 광주 시내를 관통했고 풍경은 어느새 밝아졌다. 허리 통증을 느끼며 시계를 보니 임진각을 떠난 지 12시간쯤 지나 있었다. 승용차의 편안한 시트, 차로 유지 보조와 차로 변경 경고 같은 지능형 안전 기술이 그리워졌다. 당연한 줄 알았던 편리함이 1t 트럭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운전자의 노동 강도를 좌우할 수 있겠다 싶었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연신 하품을 해대는 동안에도 T4K는 야속할 정도로 쌩쌩했다. 쉴 틈 없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며 지칠 법한 배터리도 여유가 있었다. 전남 나주, 무안을 잇따라 통과하니 드디어 끝이 보였다. 목포 초입에 이르자 서울 서부간선도로 끄트머리에서 갈라진 서해안고속도로와 재회했다.

종착지까지 불과 13㎞를 남겨두고 바닥 난 체력이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입체 교차로 진입 지점을 헷갈려 목포 시내가 아닌 영암 쪽으로 들어서 버렸다. 그대로 쭉 가면 2번 국도를 따라 부산으로 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되돌아갈 판이었다. 유턴도 되지 않아 돌아갈 곳을 찾다 보니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남은 거리는 20㎞ 넘게 늘어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였다. 길을 똑바로 찾아 갔더라면 배터리가 20%보다 더 남았겠지만 한 순간에 방전을 걱정할 상황이 됐다. 엄습한 불안감 속 운전대를 잡은 손에는 땀이 맺혔다. 방향을 바로 잡아 원점으로 되돌아왔을 때 남은 배터리는 고작 17%였다. 도시에서 탑차 주차가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를 찾기란 쉬운 일도 아니었다.

한편으로 '플랜 B~F'를 쥐어짜내면서 다른 한편으로 남은 배터리에 기대를 걸었다. 큰 도움은 안 됐겠지만 공조 장치를 끄고 휴대전화를 충전 패드에서 빼내 남은 전력을 함께 쥐어짰다. 배터리 잔량이 15%가 됐을 쯤 목포대교 진입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목포신항, 기행의 끝이자 신의주로 향하는 출발점


다리만 건너면 목포신항이 있는 고하도였다. 그제서야 유달산 케이블카와 콘크리트 주탑 너머로 펼쳐진 섬,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희열 때문인지 트럭 운전석에서 맞는 목포 앞바다는 승용차를 타며 본 것과는 또 달랐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충전 걱정도 없었다.

목포대교를 뒤로 하고 전남 목포시 달동 신항교차로를 마주했다. 분단이 되지 않았더라면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총 940여㎞를 달릴 수 있었을 1번 국도의 기점이다. 반대편 서울 방향으로는 "여기서부터 국도 1호선(목포~신의주)이 시작됩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있었다. 이는 장장 14시간에 걸친 기행의 일단락을 알리는 표지이기도 했다.

막판에 가슴을 졸이게 한 배터리는 13%를 남긴 채 전기를 다시 담을 수 있었다. 완주 상개 졸음쉼터(잔량 96%)에서 목포 신항교차로까지 83%만큼 배터리를 소모해 212.9㎞를 달렸다. 100%에서 완전 방전(0%)될 때까지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257㎞가 나온다. 공차에 냉동기를 끈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운행 환경에서 150~180㎞는 무난하게 주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T4K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면이 크고 동작 반응이 빠릿했지만 완성도가 부족했다. 화면 분할 버튼이 있는데도 막상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한쪽에 공조 장치 메뉴를, 다른 쪽에 내비게이션을 띄워 놓지 못했다. 국내 1t 트럭 운전자의 연령대와 편의성을 고려해 메뉴와 아이콘 크기를 더 키우는 등 전반적인 사용자 환경(UI)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BYD T4K =성상영 기자
BYD T4K =성상영 기자

◆구간별 배터리 소모량·거리

​△서울 송파구(82%)─33.1㎞(10%)→경기 양평군(72%) / 1%당 3.31㎞

△경기 파주시(92%)─223.5㎞(70%)→충남 계룡시(22%) / 1%당 3.19㎞

△전북 완주군(96%)─212.9㎞(83%)→전남 목포시(13%) / 1%당 2.57㎞

△전남 목포시(100%)─148.1㎞(74%)→충남 계룡시(26%) / 1%당 2.00㎞

△전북 군산시(92%)─185.1㎞(70%)→서울 강남구(22%) / 1%당 2.64㎞

(냉동기 꺼짐, 공차 상태로 운행한 기록으로 근사치이며 실제 주행 결과는 다를 수 있음)

◆BYD T4K 냉동 탑차 주요 제원

​△차량 전장=5370㎜ / 전폭=1770㎜ / 전고=2620㎜ / 최대 적재중량=800㎏

△냉동 탑(내측 기준) 전장=2850㎜ / 전폭=1630㎜ / 전고=1650㎜

△서스펜션=(전·후)판 스프링

△브레이크=(전)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후)드럼

△공차중량=2320㎏(카고 모델 기준)

△최고 출력=140㎾(190ps) / 최대 토크=330Nm(33.6㎏f·m)

△배터리=(용량)82㎾h (셀 소재)LFP (셀 제조사)BYD 자회사 핀드림스 배터리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환경부 기준, 상온)205㎞ (저온)164㎞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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