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아연괴 생산량 절반 이하로 뚝, 3년 연속 영업손실 지속 지속된 환영사고 발생에 “석포제련소 폐쇄하라” 목소리 점증 “영풍, 고려아연 적대적 M&A 성공 시 석포제련소 버릴 것” 소문도
영풍 석포제련소 주조공장에서 직원들이 주조기에 담겨 고체로 굳어지고 있는 액체 상태의 아연의 표면을 철판으로 반질하게 다듬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환경문제로 시민단체로부터 폐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 채명석 기자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영풍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석포제련소의 정상 가동이다.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눈이 멀어 훈수를 두며 한눈팔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니, 석포제련소의 머지않은 미래를 예감하고 온산제련소로 갈아타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영풍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9090억 원, 영업손실은 2592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2조7874억 원) 대비 4.36% 증가했지만, 2년 연속 2조 원대에 머무른 저조한 실적이며,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2022년 4조4295억 원에 비하면 65.7% 수준밖에 안 된다. 매출이 축소되었으니 고징비 부담이 증가해 영업손실은 2024년(1607억 원)보다 61.3% 증가했으며, 2023년(1698억 원)부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 악화의 주요인은 단연 석포제련소 때문이었다. 연이어 처지는 환경오염 의혹 사고와 이로 인한 조업정지 처분, 통합환경허가 조건 위반, 토양정화명령 불이행 문제 등이 누적되며 생산 운영에 부담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포제련소는 폐수 유출, 무허가 배관 설치 등 물환경보전법 위반과 관련해 지난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이행했다.
조업정지 영향 등으로 석포제련소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1~9월 40.66%에 머물렀다. 2024년 같은 기간 53.54% 대비 12.88%p 낮은 수준이다. 대표 제품인 아연괴의 경우 석포제련소의 생산 능력은 1~3분기 기간은 30만t인데, 2025년 1~3분기는 12만1988t으로 2024년 1~3분기16만630t에 비해 24.1% 줄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생산 능력 40만t인 석포제련소는 2022년 32만6278t, 2023년 32만178t에서 2024년 20만8208t까지 줄었으며, 2025년에는 20만t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업 활동이 멈춘 이유는 환경오염 이슈의 영향이 컸다. 석포제련소는 과거에는 경상북도와 강원도를 잇는 산간 지역에 소재한 수많은 탄광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지만, 모든 탄광이 문을 닫았고, 생산활동을 지속하는 유일한 사업장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했다는 점이 더 부각하면서 환경오염 유발의 주범으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지역단체의 반발에 환경부까지 나서서 문제로 받아들이고 수사와 조사를 이어갔다.
지역 민심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원죄를 면할 수 없다. 특히 사고가 한 번 일어났다면 드러난 문제를 개선해 재발을 막아야 했는데, 석포제련소는 사고가 이어졌다. 회사와 전현직 전문경영인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영풍에 대한 신뢰를 포기한 지역 주민들은 석포제련소를 이전하거나 폐쇄하라고 요구해 왔고, 그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석포제련소 폐쇄는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석포제련소는 단일 아연 제련소 가운데에서 생산 규모 기준 세계 4다. 세계 1위인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비해선 작지만, 그래도 꽤 큰 규모다. 석포제련소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전 부지를 구하는 것도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전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설을 해체하는 순간 고철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전은 시설을 새로 짓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부지를 마련하고 시설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고려아연이 미국에 건설하기로 한 제련소 투자 규모가 11조 원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가늠할 수 있다.
석포제련소는 경상북도 지역사회에도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경북 이북 지역에 소재한 유일한 대규모 사업장으로 석포제련소가 상당액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폐광촌이 된 경북 봉화군은 인구 소멸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석포제련소 임직원이 있기에 마을이 유지될 수 있다. 실제로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과 식당, 가게 주인은 석포제련소에 근무했거나 하고 있는 이들이며, 이들의 자식들이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석포제련소 임직원은 월급을 받아 강원도 태백시나 경북 안동시에 소비하는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소중한 재원이다. 석포제련소 덕분에 영유아와 초등학생이 증가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런 석포제련소가 떠나가면, 인두도 빠져나가는 살기 힘든 곳이 되고, 위로는 태백시에서 안동시에 이르는 경북 이북‧강원 이남 지역경제가 붕괴하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석포제련소 폐쇄를 외치는 환경단체들은 이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석포제련소는 석포에 남아 있는 게 존재의 의의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려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이 더 적극적으로 석포제련소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석포제련소 문제로 경영진이 사법 당국에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되자 영풍은 장형진 회장을 등기임원과 회장직에서 물러나 2선 격인 고문 직함을 달았다. 그런데 법적 책임에서 벗어났을 뿐 회사 경영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가 말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근거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방패막이로만 삼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결정권이 없는 전문경영인이 발휘할 수 있는 경영 수완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장형진 고문과 영풍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과 거둔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의 상당 비중을 석포제련소 안전관리 투자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사고가 잦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비교해도 많다고 한다. 석포제련소 직원 대부분이 근무 경력이 긴 숙련공들로 조업 안전에 있어선 누구보다 전문가들인데도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이유는 ‘오너’인 장 고문 1인 체제 아래에 있는 전문경영인들이 장 고문의 지기가 올바르지 않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직된 기업문화가 석포제련소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낸다.
한 기업 안전 관리자는 “사업장에서의 안전장치를 아무리 마련해 놓아도 직원들의 심리가 불안하면 어떻게라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석포제련소 직원들은 10년 넘게 환경단체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수시로 방문하는 공무원들의 조사와 수사에 일일이 대응하는 상황을 지속해 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연히 직원들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 영풍 오너 일가는 석포제련소의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는 고려아연을 놓치지 않는 방법만 고민하고 있다. 영풍 주주와 투자자는 배임이라 불러도 무방한 오너 일가의 회사에 대한 무관심에 불만을 표출하고 비판해야 한다. KZ정밀이 주주 서한을 보내며 영풍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를 지지할 주주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은 영풍의 현재 모습은 석포제련소의 폐쇄도 쓸만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연 업계에 들렸던 소문 중 하나가 영풍 오너 일가가 문제만 일으키는 석포제련소를 운용하느니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굳이 장소를 이전해서까지 이 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고 있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를 폐쇄해도 영풍은 여러 형태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투자회사로서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을 인수에 석포제련소에서 했던 방식대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배당금 이익만 챙기는 것이다. 이런 밑그림을 그려놓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다한 석포제련소의 정상화에는 관심이 덜 보이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던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풍 주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지에 대한 답은 쉽게 얻을 수 있다. 바로 MBK에 현재의 영풍이 거액을 투자해 인수할 매력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라면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향상을 외치는 MBK가 지배구조도 부실하고,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려고 드는 영풍과 손을 잡고, 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지는 듣지 못하더라도 답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