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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경영권 갈등 3라운드 가나...창업주 일가 분쟁 넘어 최대주주·CEO 충돌

2026-03-07 09:00:00

신동국 회장,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3%로 확대…박재현 대표 공개 비판 맞서
오는 29일 정기 주총, 지배구조 향방 가를 분수령…박 대표 연임 여부도 결정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가운데)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사장(왼쪽)이 2일 서울 송파구 한미 C&C 스퀘어에서 열린 임성기 선대회장의 동판 조형물 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미그룹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가운데)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사장(왼쪽)이 2일 서울 송파구 한미 C&C 스퀘어에서 열린 임성기 선대회장의 동판 조형물 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미그룹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창업주 일가 분쟁을 넘어 최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강화한 가운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등 현 경영진이 대주주의 경영 개입 의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기 주주총회가 그룹 지배구조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 등에 따르면 박재현 대표의 임기는 오는 29일 만료된다. 연임 여부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되지만 아직 한미약품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주총 일정과 안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표가 최근 신동국 회장을 만나 연임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연임안의 핵심 변수는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동국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개인 22.88%, 한양정밀 보유분 6.95%를 합쳐 총 29.83%까지 끌어올린 상태로 이사회 구성원을 통한 실질적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연금 약 11%, 소액주주 약 38% 등도 존재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10명의 표심이 사실상 박 대표 연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진은 김재교·임주현·임종훈·심병화·김성훈 등 5명이며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하면 총 10명이다.

갈등의 배경에는 신동국 회장의 지분 확대와 경영 개입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포인트를 추가 매입해 개인·특수관계인(한양정밀) 합산 지분을 29.83%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지분 매입에는 약 2137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으며 한양정밀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대주주로서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갈등이 표면화된 계기는 한미약품 내부에서 발생한 고위 임원의 성비위 사건이다. 해당 임원의 징계 과정에서 신 회장이 가해자를 두둔했다는 녹취가 공개되면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충돌이 격화됐다. 박재현 대표는 신 회장과의 면담 녹취록을 공개하며 대주주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이번 주총에서 연임을 하든, 하지 못하든 개의치 않겠다"며 "한미를 비리나 일삼는 조직으로 매도하는 대주주에게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박재현 대표는 "왜 회사의 공식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 가해자에게 전화해 회사가 조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누설했는가"라며 "대주주 본인을 대통령에 비유하며 '박 대표를 패싱한 것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보고 듣는 것'이라는 발언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신동국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 개입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지난 2월 한미약품 경영진은 서울 송파구 본사 로비에서 '한미약품은 대주주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경영 간섭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박 대표 역시 대주주와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흔들리면 대표직을 걸고 막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주주가 인사·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 사실상 '신동국 체제'로 회사를 만들려 한다"며 "한미는 오너가 없는 회사이지 최대주주의 사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를 강조하며 사실상 박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송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이어진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도 평가된다. 경영권 분쟁은 크게 두 차례를 거쳤다. 1라운드는 2024년 초 시작됐다. 상속세 부담이 커지자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고, 장남 임종윤 이사와 차남 임종훈 대표가 이에 반대하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당시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은 형제 측을 지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고, 2024년 3월 주총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라운드는 같은 해 7월 진영이 뒤바뀌면서 시작됐다.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이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서며 3자 연합을 결성했고, 이후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가세하면서 '4자 연합'으로 확대됐다. 결국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모녀 측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그룹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주총회가 한미약품 지배구조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 10명 가운데 5명의 임기가 이번 주총에서 만료되는 만큼 이사회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표 후보군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논란이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가 향후 한미약품 지배구조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토대로 K-바이오 대표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한 회사"라며 "문제는 상속세에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이제는 최대주주와 전문경영인 내홍으로 번지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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