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정은 선원의 전투 지역 하선·본국 송환 요청 권리 보장 전쟁 리스크로 급여·수당 급등, 두려움 상쇄하고 항해 강행 호르무즈해협 리스크가 일으킨 선사·선장·선원 선택의 딜레마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HMM 오슬로호’ 사진= HMM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미사일을 발사하고 포탄을 쏘는 전쟁 중인 해역을 항해하라고 선사의 지시가 내려오면, 선원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당연한 권리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손에 거머쥘 수 있는 돈 때문이다.
6일 해운업계와 미국 언론 더 아리타인 이그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 보도에 따르면, 걸프만 지역 안보 상황 위험도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선원 안전을 위해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제교섭기구(IBF, International Bargaining Forum) 국제협약(국제노사합의)은 선원들은 전쟁 지역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받을 권리와 하선하고 본국으로 송환을 요청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해 피해를 입혔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걸프만 안쪽으로 들어와도 쿠웨이트에서 두바이 등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모든 항구가 이란의 공격 사정권 내에 있다. 이에 IBF를 비롯한 많은 모든 해사 기구도 선박들에 걸프만 운항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으며, 머스크와 CMA CGM 등 대형 선사들은 걸프만 이 지역 항해를 중단시켜 선원과 선박을 전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선주들은 자사 선장에게 해당 지역을 오가며 항해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하고 있다. 선주가 지시해도 선원이 항해를 거부하면 불가능한 데, 그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항로에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띄운 선사들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월28일 개전 직후부터 이 지역을 지나는 화물선 운임과 보험료는 물론 선원들의 급료와 위험수당도 급등했다. 해운 업계에선 지금 선원들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단 한 번의 항해로 선박 가격의 3분의 1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논리가 현 상황에 적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탄 외국인 선원에겐 매우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면서, “미얀마‧필리핀 선원들은 달러로 고정액 월급을 받는데 (위험 지역을 항해하면) 훨씬 큰돈을 만질 수 있어서 배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선주의 수가 많은 만큼, 개별 목소리도 다르고, 사업모델도 차이가 있어서 선원 안전만 강조할 수 없다. 그래서 관련 단체들은 선사에게 전쟁 위험 회피를 위해 운항을 중단하라기보다는 위험 지역을 오가는 선박을 평가하고 관리하라는 구속력이 권고만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
국제 유조선주 연합회(INTERTANKO)와 국제정유사해운포럼(OCIMF)은 5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선원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들의 안전과 복지는 최우선 사항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며 “운항 관련 결정은 철저한 기업 주도의 실사 및 포괄적인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인적 요소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종류의 선박을 대표하는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우려를 표명하며 안전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강조했다. ICS 지도부는 성명에서 “선원들은 자신들의 잘못 없이 비극적인 생명의 위협에 처해 있다. 모든 국가가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항행의 자유는 세계 무역에 매우 중요하다. 모든 국가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고, 특히 선원들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