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효성티앤씨가 글로벌 시장에서 스판덱스 1위 수성을 위해 1조 원대 '영끌 투자'를 단행했지만 막대한 이자 비용과 세금 폭탄에 짓눌리며 당기순이익이 80% 가까이 증발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간신히 방어했지만 재무 건전성이 무너져 내린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빚을 내어 지은 중국 공장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대규모 자산 상각(손상차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 감사인 역시 이들 사업부의 '현금창출단위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꼽으며 효성티앤씨의 '선투자 후회수' 전략이 재무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선 상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7조6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소폭 감소했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저가 공세와 원사 수출 위축 속에서도 선방한 수치다. 원가율 개선 노력에 힘입어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 역시 2515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7.1% 감소에 그치며 표면적으로는 수익성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손익계산서를 뜯어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에서 각종 영업외손익과 금융비용을 가감한 세전이익은 110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8.0% 급감했다. 차입금 급증으로 금융비용만 3246억 원이 발생한 반면 금융수익(1915억 원)을 차감한 순금융비용은 약 133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기타수익마저 전년(793억 원)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359억 원에 그쳤다. 본업에서 2515억 원을 벌었지만, 금융·영업외 손익 역풍으로 세전 기준 이익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셈이다.
결정타는 '세금 폭탄'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티앤씨는 세전이익(1108억원)의 무려 65.5%에 달하는 726억원을 법인세비용으로 납부해야 했다. 통상적인 기업의 법인세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전년도 실효세율(13.8%)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폭등했다. 해외 법인들의 복잡한 수익 구조와 이연법인세 자산 인식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장부상 막대한 세금 비용이 차감된 결과다.
이자 떼이고 세금까지 내고 나니 손에 쥔 돈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당기순이익은 3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2% 추락했다. 특히 모회사 주주들의 몫인 지배주주 순이익은 단 108억 원에 불과해 전년(1345억 원) 대비 92%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주주가치의 척도인 주당순이익(EPS) 역시 2517원으로 전년(3만1175원) 대비 90% 이상 축소됐다.
문제는 이처럼 실속 없는 수익 구조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효성티앤씨의 '출혈 투자'가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 내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대만과 중국 광둥성 스판덱스 설비 확장 등을 중심으로 총 1조2497억원의 현금을 투자활동에 쏟아부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7배 급증한 규모다. 공장 증설 등 유형자산 취득에만 전년 대비 88% 늘어난 4430억원을 썼고 각종 금융자산 투자 등 나머지 투자 집행액도 8000억원대에 달한다.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부족하다 보니 투자 재원은 고스란히 외부 '차입(빚)'으로 충당됐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만기로 빌린 장기차입금은 2024년 말 3883억원에서 2025년 말 9897억원으로 155.0% 수직 상승했다.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역시 1조2148억원에 달한다.
'차입 경영'의 여파로 회사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3조7822억원으로 1년 새 30.2% 급증했다. 반면 순이익 급감으로 자본 확충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재무 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부채비율은 193.3%까지 치솟았다. 통상 IB업계에서 위험 수위로 간주하는 '부채비율 200%' 턱밑까지 차오른 셈이다.
반면 기업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5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 급감했다. 투자 수위는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는데 정작 본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은 말라가면서 재무 완충 여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외부 감사인의 시선도 싸늘했다. 올해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효성티앤씨의 적정 의견을 내면서도 '현금창출단위에 대한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지목했다. 감사인이 지목한 대상은 회사의 주력 사업인 '폴리에스터원사 사업부'와 수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중국 스판덱스 법인 3곳(광둥, 취저우, 자싱)'이다.
회계기준(K-IFRS)상 기업은 자산(기계, 공장 등)에서 창출될 미래 현금흐름(사용가치)이 장부상 가치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그 차액만큼을 당해 연도 손실(손상차손)로 한꺼번에 털어내야 한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지연돼 효성티앤씨의 현금창출단위의 평가액이 장부가액을 밑돌게 되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재무제표에 일시에 반영해야 할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효성티앤씨는 이날 오전 11시 열리는 주주총외에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했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조 회장의 선임 안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글래스루이스는 권고안에서 "횡령·배임 등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인물을 이사회에 복귀시키는 시도는 단순한 거버넌스 결함을 넘어 이사회의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지난 12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어 효성티앤씨를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조현준 효성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키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