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에 6271억 원 규모 발전설비 공급 총 684MW 역대 최대 규모, 20MW급 힘센엔진 기반 美 데이터센터 시장 첫 진출...고출력·고효율로 경쟁력 입증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대표((왼쪽)과 아론 휠러(Aaron Wheeler) AEG 최고경영자가 20MW급 힘센엔진(HiMSEN) 기반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해 한국 최초의 선박용 중형엔진으로 세계 1위에 오른 ‘힘센’엔진이 바다를 넘어 육상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발전 인프라로 위상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에엎기업인 어페리온 에너지 그룹(Aperion Energy Group, AEG)과 20MW급 힘센엔진(HiMSEN) 기반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684메가와트(MW)로 단순 계산해 20MW급 힘센엔진이 약 35대 조합한 규모다. 금액으로는 6271억 원에 달하며 HD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발전용 엔진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 물량은 안정적인 대용량 전력 공급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활용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데이터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에 공급되는 20MW급 발전용 힘센엔진은 대용량 중속 엔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과 신뢰성을 갖춘 제품이다. 고출력·고효율은 물론 빠른 기동성과 안정적인 부하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24시간 무중단 운전이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이 데이터센터용 전력 발전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6년 2월 발표한 ‘일렉트리시티 2026(Electricity 2026)’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증가분의 약 절반은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힘센엔진 라인업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산업 전력, 비상 및 보조 전원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엔진 기술력과 구축·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대표는 “이번 계약은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발전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HiMSEN)엔진. 사진= HD현대중공업
‘High-Touch Medium Speed Engine’의 약어이기도 한 힘센엔진은 자동차용 엔진을 제외하고 박용 및 산업용 엔진 시장에 있어서 고유 모델이 전무하던 국내 산업계의 오랜 숙원을 성취시켜준 상징이다.
외국 엔진 제조사의 모델을 기술료를 지불하며 생산하던 국내 중대형 엔진 제조사들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높은 로열티 부담과 시장에 적합한 모델의 부재 등 영업적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시장에 대처하고 동시에 엔진 메이커로서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다.
힘센엔진 탄생의 주인공은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다. 1990년 현대중공업 기술개발담당 부사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민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 참석해 1000마력급 중형엔진을 독자개발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수주한 선박만 잘 만들면 되지 엔진까지 개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 참석할 때 마다 제안서를 제출했고, 그의 고집에 질린 경영진들은 결국 두 손 들며 개발을 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10년의 연구개발 기간, 400억원을 투입한 끝에 2001년 4월 10일, 민 회장은 울산 조선소에서 결과물을 내놓았다.
힘센엔진은 자체 기술로 완성한 한국 최초의 엔진이자 중후장대를 특징으로 하는 중공업 부문에서 처음으로 만든 독자 브랜드였다. 전 세계 조선산업 역사를 통 털어서 1950년대 핀란드 바르질라가 자체 모델을 개발한 이후 처음 내놓은 엔진이다.
2001년 첫 4대가 양산되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간 힘센엔진은 HD현대중공업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탄생 10년 만인 2011년 2월 누적 생산량 5000대를 넘어선데 이어 5년이 지난 2016년 1만 대 돌파했다. 2024년엔 1만5000대를 달성했다. 선박용 엔진 세계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도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 덕분에 중형엔진 21%, 대형엔진 35%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힘센엔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35%에서 2013년 30%, 2014년 21%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제품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일본 등 선박을 발주한 선주들이 자국 엔진을 발주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을 기반으로 ‘이동식 발전기(PPS)’를 개발해 전력 부족난을 겪는 국가들에 수출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대할 수 있었다. PPS는 쿠바에 공급해 쿠바 지폐에 실리기도 했으며, 2011년 지진해일 피해를 전력 부족난을 겪었던 일본에 PPS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8년엔 콜롬비아에 이중연료 힘센엔진을 적용한 친환경 엔진 발전소를 완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힘센’엔진의 탄생으로 한국 조선산업은 상선 부문에 있어 선박과 기자재등을 100% 가까이 국산화 할 수 있었다.
AI시대가 들어서면서 대용향 전력 인프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대규모 발전소는 주민들의 기피시설리 치부되어 한 기를 건설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린다. 반면 PPS는 원하는 발전용량 만큼 힘센엔진을 연결해 구축하는 모듈형에 필요한 장소에 옮겨서 설치할 수 있는 이동성까지 갖춰, 빠른 시간 나에 전력 부족난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으호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20여년 전 민 회장의 요구를 경영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조선산업 세계 1위 한국은 엔진에 있어서는 지금도 선진국에 종속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면서 “‘힘센’엔진은 수입대체는 물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났고, 이를 통해 수출 확대 및 사업영역 확대라는 효과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