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사업성과 10.5% 특별성과급 재원 활용 DS 내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 확대 전망 노조 22~27일 투표…주주단체는 법적 대응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와 극적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반도체(DS) 부문 성과보상 체계를 개편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속에서 메모리 사업부 성과를 별도 반영하는 특별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고 지급 상한까지 폐지하면서 반도체 인력 이탈을 막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진행한 마라톤 교섭 끝에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당초 이날부터 예정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오는 22~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에는 조합원 과반 이상이 참여해야 하며 참석 조합원 가운데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된다. 이 경우 총파업 관련 리스크도 사실상 해소될 전망이다. 반면 찬성표가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될 경우 노사는 다시 협상을 재개해야 하고 총파업 가능성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노사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금) 체계는 유지하되 별도로 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OPI처럼 지급 상한도 두지 않았다.
성과급 배분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특별성과급 재원의 40%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3개 사업부와 공통 조직에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공통 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성과급은 현금 대신 자사주 형태로 지급된다. 세후 금액 기준으로 지급되며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고 나머지는 각각 1년·2년간 보호예수 방식이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부 중심의 성과보상 체계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HBM4와 AI 메모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핵심 설계·공정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관련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3조6010억원으로 이 가운데 DS 부문은 24조9000억을 기록했다. 이는 57.1%에 달한다. 올해 증권업계가 추정한 올해 DS 부문 영업이익 270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특별성과급 재원 규모만 약 28조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부문 공통 배분 몫인 40%는 DS 부문 전체 임직원 약 7만7000명에게 지급된다. 여기에 사업부 실적 기반 차등 배분이 추가된다. 현재와 같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가 적자를 이어갈 경우 실적 배분 재원 상당 부분은 메모리 사업부와 연구소·공통조직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성과급에 기존 OPI까지 더하면 연봉 1억원 기준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5억5000만원 수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공통 재원 배분 구조 덕분에 약 1억5000만원 수준 특별성과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사업부별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내부 형평성 논란은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실제 MX·생활가전 등 비반도체 사업부와의 보상 차이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기본 임금 체계도 함께 조정됐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6.2%로 합의됐으며 직급별 연봉 상한선(샐러리캡)도 상향됐다. CL4(부장급)는 개발·비개발 구분 없이 1억3000만원으로 일원화됐고 CL3(과·차장급)은 1억1000만원, CL2(대졸 신입)은 8000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김영건 미래에셋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수요 강세가 2분기에도 AI 메모리 중심의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HBM4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결국 핵심은 최고 수준 엔지니어 확보와 조직 안정성”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사가 20일 늦은 시간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예정됐던 파업은 물론 파업 예정에 따른 생산 차질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당초 파업 예정 시점이 21일 오전 6시였던 만큼 이날 생산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추진될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잠정합의안 관련 이사회 결의가 이뤄질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