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반도체 가격 급등…콘솔 게임기 값도 줄인상 게임 트렌드 전환·북미 공략…판매 전략 고심 커져 하반기 신작 잇단 출격… 콘솔 드라이브는 지속돼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 최대 규모의 종합 게임 전시회 플레이엑스포(PlayX4) 당시 전시장 앞으로 관람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AI(인공지능)발 반도체 공급난으로 콘솔 게임기 가격 인상이 지속되자, PC·콘솔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던 국내 게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게임 이용 트렌드가 모바일에서 콘솔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이 플랫폼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하드웨어 가격 상승으로 초기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신규 유저 유입과 시장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닌텐도는 지난달 29일 인기 휴대용 게임기 '스위치 2' 가격을 오는 9월 1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존 64만 8000원이던 기기 값은 75만 8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온라인 서비스인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구독료도 함께 인상된다. 개인 요금제 1개월 이용료는 4900원에서 5900원으로, 패밀리 플랜은 3만7900원에서 4만7900원으로 오른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닌텐도는 스위치 가격을 36만원에서 41만원으로, 스위치 라이트는 24만9800원에서 27만9800원으로, 스위치 OLED는 41만5000원에서 46만5000원으로 각각 3만~5만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다른 콘솔업체의 상황도 매한가지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 마이크로소프트(MS)도 RAM·SSD 가격 상승을 이유로 콘솔 가격을 올렸다. 콘솔 3사 중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린 소니는 지난 5월 PS5 국내 판매 가격을 16%에서 최대 43%까지 끌어올렸다. PS5 디지털 에디션은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26만원 올라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디스크 드라이브가 포함된 스탠다드 에디션은 74만8000원에서 94만8000원으로, 최고 사양 모델인 PS5 프로는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각각 인상되며 역대 콘솔 기기 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MS도 오는 8월 1일부터 512GB 저장장치를 탑재한 엑스박스 시리즈 S 가격을 100달러 올린 500달러로 책정한다. 1TB 모델은 150달러 인상되며, 보급형 엑스박스 시리즈X 시작 가격은 약 750달러로 높아진다.
이 같은 '콘솔플레이션'의 주범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콘솔용 메모리 칩 가격은 1년 새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위해 엔비디아 GPU용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서버용 D램 생산에만 라인을 집중하면서, 게임기에 들어갈 범용 소비자 D램과 낸드플래시가 극심한 공급난을 겪고 있어서다. AI 서버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중동발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류비까지 얹어지자, 수익성 악화를 버티지 못한 제조사들이 결국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게임업계에서는 기기값 상승이 신규 유저 유입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모바일에서 콘솔로 이동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이전 대비 성공 확률이 낮아진 모바일 MMORPG 위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PC·콘솔로의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서구권 공략과 애플·구글 등 플랫폼사의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콘솔 시장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2020년 1조 원 돌파 후 지난해 1조 2,300억 원 규모까지 덩치를 키웠다. 게다가 전 세계 콘솔 시장 규모는 537억 달러로 모바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진출을 노리고 있는 북미(34.7%)와 유럽(39.8%)이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문제는 게임기를 보유해야 게임 패키지 매출이 발생하는 콘솔 생태계 특성상, 기기 가격 상승은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가격 부담으로 다수 유저들이 이탈하고 오직 골수 팬들만 남는 '마니아화'가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 다변화 전략은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게임사들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콘솔 신작을 내놓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산하 빅파이어게임즈는 파괴된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MMO 택티컬 슈터 '신더시티'를 글로벌 출시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몬스터는 흥행 IP '레이븐'의 세계관을 잇는 언리얼 엔진 5 기반 다크 판타지 4인 협동 액션 게임 '이블베인'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주요 신작인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의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네오위즈는 효자 타이틀 'P의 거짓'의 닌텐도 스위치 2 버전인 '컴플리트 에디션'을 오는 8월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닌텐도 스위치 같은 플랫폼은 신작 게임을 신형 기기에만 독점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기 교체를 유도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기기 가격이 오르면 이용자들이 게임기를 교체하는 데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신작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