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SK하이퍼 설립·7500억원 출자... 2035년 15GW 시설 구축 시동 현재 시설은 KT, 미래는 SKT 우위... AI 데이터센터 판도 변화 예고 "SKT 시장 지배력 확대 시…KT·LGU+ 소외 가능성...견제 필요성 커져"
SK텔레콤 구성원들이 가산 AI 데이터센터에서 B200 GPUaaS(GPU-as-a-Service)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SK텔레콤이 2035년까지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며 통신업계의 AI 인프라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과 수요 확보가 동시에 필요한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같은 규모를 따라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따라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통신 3사 간 AI 데이터센터 경쟁력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고 AI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통신 3사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사업 수익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6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SK텔레콤을 주축으로 2029년부터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2035년까지 총 15GW 규모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후속 조치로 SK텔레콤은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AI 데이터센터(DC) 사업개발 전문 신설 법인인 'SK하이퍼(Hyper)'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7500억원을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SK텔레콤은 SK하이퍼를 100% 자회사로 두고 부지 확보와 변전소 구축·운영, 고객 유치 및 사업화를 맡기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사업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울산에서 GW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구축을 시작해 2027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이후 5GW까지 확대한 후 2035년까지 영남권과 서남권으로 확장해 최종적으로 15GW 규모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통신 3사가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통신사들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확장하며 AI 데이터센터 임대와 GPU 서비스형(GPUaaS)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체된 이동통신 사업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기업 대상 AI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통신 3사 간 경쟁력 격차가 한층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과 수요 확보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개별 시설만으로는 사업성이 제한적이다. 초대형 클러스터 방식이 아니라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의 투자와 계열사 간 시너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같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시장의 주도권은 KT가 쥐고 있었다. KT는 국내 16개 데이터센터(총 162MW 용량)를 운영하며 가장 큰 규모를 갖추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4개 센터(160MW), SK텔레콤은 9개 센터(137MW)를 운영 중이다. KT그룹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담당하는 KT클라우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50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KT는 AI 데이터센터(AIDC)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이는 클라우드 매출이 포함된 수치다. SK텔레콤의 1분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증가했고, LG유플러스의 AI 데이터센터(AIDC) 매출도 같은 기간 31% 늘어난 1144억원을 기록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SK텔레콤의 계획이 실행되면 이 같은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KT는 향후 5년간 AIDC에 5조원을 투자해 총 1GW 규모의 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CAPA)을 현재 165MW 수준에서 400MW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SK그룹은 2029년 5GW, 2035년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SK텔레콤의 AI DC 매출액은 2025년 5130억원에서 2028년 8381억원, 2030년 1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메가 프로젝트가 실제 이행될 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SK텔레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실행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사들의 견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에는 네이버와 삼성SDS 등도 적극 뛰어들고 있어 통신업계만의 경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의 미래 성장동력 핵심이 AI 데이터센터인 만큼, SK텔레콤이 AI 인프라 경쟁에서 독주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의 기업가치와 성장성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관련 다각화를 통해 성장한다"며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계열사 간 연계성이 높은 만큼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에서 시너지를 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통합적인 관점에서는 SK텔레콤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그룹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주도하는 모습이 부각될 경우 KT나 LG유플러스가 소외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시장주의 관점에서 독점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부지 확보와 같은 초기 단계에서 LG유플러스나 KT가 이 같은 소리를 내면서 SK텔레콤이 주도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