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생산능력 15만4000장→19만장...캐파 늘려 밀려드는 주문 대응 8인치 파운드리 풀가동에 잇단 가격 인상...하반기도 공급 부족 지속 SiC·GaN 내년부터 순차 양산...주주환원율 31%·자사주 소각 확대
DB하이텍 부천 공장 전경. / 이미지 = DB그룹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데이터는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서 추출된 산업 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맞춰 창간의 닻을 올린 빅데이터뉴스가 2026년 9월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빅데이터뉴스는 산업 분야에 있어 빅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재와 분석을 가미한 발굴 기사를 통해 업계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정보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빅데이터뉴스는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매출 상황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전략 등을 다룰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K-산업'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데 빅데이터뉴스의 이번 기획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력반도체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12인치 선단공정에 집중하며 8인치 공정에서 발을 빼는 사이, 이 빈자리를 8인치 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DB그룹의 반도체 계열사 DB하이텍은 이같은 흐름을 타고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 확충과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양산 체제 구축이라는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DB하이텍 상우 공장. / 이미지 = DB그룹
8인치 파운드리 풀가동에 잇단 가격 인상...하반기도 공급 부족 지속 전망
28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0.18마이크로미터(㎛)급 BCDMOS(복합 고전압 소자) 공정을 개발하며 특화 파운드리 시장을 개척해왔다. DB하이텍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계열 SK키파운드리와 함께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대형 파운드리들이 8인치 생산을 줄이면서 생긴 공백을 두 회사가 흡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양사 중 DB하이텍은 위탁생산에 더해 자체 설계(팹리스) 사업까지 함께 운영해 수익원이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DB하이텍은 지난 5일 발표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판가 인상에 이어 하반기에는 BCD 공정을 넘어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공정 제품까지 가격 인상 범위를 넓혀 2차 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라인 풀가동 기조 속에 수주잔고가 늘면서 하반기에는 고객사 대상 물량 배정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 음성 상우캠퍼스에서는 클린룸 확장 등 생산능력 보완 투자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관련 투자 규모는 2715억원으로 이 중 1659억원이 지난해 집행됐다. 완공되면 월 생산능력은 부천·상우 두 캠퍼스 합산 기존 15만4000장에서 19만장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을 직접 강조한 바 있다.
조 대표는 "DB하이텍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한 고전압 전력반도체 BCD 공정은 자동차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핵심 부품으로 채택이 급증하고 있다"며 "원활한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 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이 자리에서 클린룸 시설 확장과 고전력 BCD 공정 생산능력 확충, SiC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파운드리 업황 개선을 점치고 있다. UBS증권은 UMC·SMIC·VIS·PSMC·HHG 등 2군(2nd Tier) 성숙 파운드리 업체들의 가동률이 올해 84%에서 내년 91%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DB하이텍의 지난해(2025년) 평균 가동률은 91.96%(부천캠퍼스 94.96%·상우캠퍼스 88.20%)로 집계됐으며 DB하이텍은 올해 자체 가동률이 98%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자립화 수요에 SiC·GaN 신사업까지...인도 시장도 개척
중국 파운드리 시장의 '자국산 칩(Chip) 자립화' 흐름도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SMIC, HHG 등 현지 파운드리 업체들이 12인치 전환을 추진하는 사이 8인치 성숙 공정에서는 자국화 확대와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서 물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DB하이텍은 예상했다. 여기에 인피니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달 전 고객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하반기 판가 인상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DB하이텍은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전력반도체로 공정 라인업을 넓히며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기존 실리콘(Si) 기반 반도체보다 높은 전압과 열을 견디면서 칩 크기와 저항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주목받는 소재들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9월 650V급 GaN HEMT 공정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에 시제품 생산용 웨이퍼 제공을 시작했으며, 200V·650V IC용 GaN 공정도 올해 말까지 순차 개발할 예정이다. 조기석 대표는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국방 전력반도체 측면에서도 SiC는 핵심 소재"라며 "DB하이텍은 1200억원을 투입해 SiC 공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6년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 개척도 활발하다. DB하이텍은 지난해 9월 인도 반도체 기술기업 스마트SoC 솔루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팹리스·디자인하우스 업체들에 파운드리 기술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2월에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인디아 2025'에도 참가해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DB하이텍은 BCDMOS와 Analog CMOS 기반의 파워 공정은 물론 Power GaN(Gallium Nitride) 기술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 이미지 = DB하이텍 홈페이지
5년간 1조5000억원 투자·주주환원율 31%...전문가들 "8인치는 캐시카우"
DB하이텍은 투자 확대와 주주환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DB하이텍은 2023년 12월 발표한 중장기 주주친화정책에 따라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을 합산한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실제 주주환원율은 31%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기존 10%에서 10~20%로 상향했고, 지난해 9월 자사주 89만4000주를 소각한 데 이어 올해도 59만2000주를 추가로 소각할 계획이다.
책임경영 강화 노력은 대외 평가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5년 평가에서 DB하이텍의 지배구조 등급은 전년 'D'에서 'B+'로 세 단계, 종합등급은 'C'에서 'B+'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이는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로 분리하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책임경영 제도를 도입한 것과 더불어 밸류업 공시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병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조기석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 지난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며 "내실 경영과 철저한 미래 준비를 통해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을 일시적 경기 현상이 아닌 시장의 구조적 재편으로 분석한다. 8인치는 12인치 전환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 신규 공급이 사실상 늘지 않는 시장이어서, 이미 설비와 기술을 갖춘 소수 기업에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계속 선단 공정에 투자하면서 레거시는 줄이는 쪽이었는데 8인치에서 12인치로 넘어가면서 8인치는 더 이상 투자가 안 되고 기존 설비가 캐시카우 역할만 계속 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공급이 늘지 않는 시장에서 검증된 생산 기반과 특화 공정 기술을 함께 보유한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40나노 수준의 이른바 '미드텍' 수요가 굉장히 많은데 국내에서 이걸 할 수 있는 데가 없다 보니 대만이나 중국 파운드리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 미드텍을 하는 이유는 가전이나 자동차 쪽 자국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구조적 변화는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DB하이텍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145억원, 영업이익 10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3%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721억원으로, 하반기 판가 인상 효과가 더해지면 연간 영업이익 4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