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美 LNG 법인 설립...조달부터 발전까지 공급망 구축 SK이노, SKIET 흡수합병 결정...분리막 사업 재무 안정·효율화 차원 에너지 확보 경쟁 속 석화·소재는 생산능력 축소·비핵심 사업 정리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액화 천연가스(LNG) 설비.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에너지·소재 업계의 사업 전략의 간극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에너지 관련 업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원 확보 및 사업 확장에 나서는 분위기다. 반면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를 다루는 석유화학 및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LNG 등 에너지 사업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자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반면, 석유화학 기반 소재 사업은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가격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업계의 온도 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이노베이션의 행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5일 미국에 LNG 사업을 총괄할 신규 법인 ‘한화호라이즌 USA’를 설립했다. 한화호라이즌 USA는 LNG 조달과 트레이딩, 물류 최적화 등을 담당하는 글로벌 LNG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 직접 LNG를 조달하고 한화그룹의 해운·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운송부터 공급, 발전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원료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에너지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LNG 공급망 확보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월 미국 LNG 생산기업 벤처글로벌과 2030년부터 20년간 매년 150만 톤, 총 3000만 톤 규모의 LNG를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2024년에는 약 1803억원을 투자해 미국 LNG 개발업체 넥스트디케이드 지분 6.83%를 확보했다. 넥스트디케이드가 텍사스주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LNG 수출 터미널 '리오그란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LNG는 한화에너지의 발전 사업과 연계헤 활용한다. 한화호라이즌 USA는 2029년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인 한화에너지 여수 LNG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고, 향후 국내외 발전사 및 에너지 기업으로 판매처를 넓혀갈 계획이다.
기업들이 에너지 공급망 확보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과제로 부상한 점이 있다. LNG는 발전과 산업용 연료, 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력 수급과 산업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E&S를 비롯한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들도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자원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소재 업계에서는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 등 악화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2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SKIET의 분리막 사업을 모회사에 편입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양사는 오는 11월 24일 합병안을 최종 승인한 뒤 내년 1월 1일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SK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소재 사업 물적분할로 출범해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LiBS)을 주력으로 성장을 이어왔으며, 분리막 역시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분사 당시 기대했던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이 지연되면서 사업 환경이 급변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북미 등 주요 시장의 회복이 늦어진 데다 중국 분리막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가격 경쟁까지 심화했다. 이로 인해 SKIET의 공장 가동률은 올해 1분기 기준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SKIET를 독립법인으로 두기보다 모회사에 편입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2029년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정재성 SKIET 경영지원실장은 이날 합병 관련 설명회에서 “향후 중국 공장 매각과 진천 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 거점 효율화를 추진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개편 움직임은 배터리 소재뿐 아니라 석유화학 기반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생산능력 축소와 비핵심 사업 정리, 고부가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한층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월 에스테틱 사업과 중국 자회사 지분을 매각했다.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대다수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인력 감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사업 재편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이 설비 통폐합과 생산능력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인력과 조직에 대한 추가적인 효율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