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2대 주주 오른 한화…국감 쟁점 부상·노조 반발 지속 수직계열화 시너지 기대 속 독과점·기술 집중 우려 영향 매각 경쟁·방산 생태계 영향 우려...李정부 방산 정책 주목
KAI가 개발한 AAP가 비행 하는 모습. 사진=KAI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계기로 민영화 논쟁이 확산하면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주도로 육성한 항공우주산업의 경쟁체계와 핵심 기술·인력의 향방이 걸린 데다 향후 지분 매각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방산 육성과 산업 생태계 다변화를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가 KAI 민영화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국회와 방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KAI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조합원 3800여명이 참여하는 청와대 앞 상경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한화의 인수 시도에 반대하며 정부에 KAI의 독립경영 보장과 방산업계 경쟁체계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KAI 민영화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화의 KAI 경영권 확보 가능성과 관련해 "현시점에서는 의견을 낼 단계가 아니다"라며 "아직 민영화 관련 국가 정책 자체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KAI 인수에 따른 공급망 위험과 방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일 예정된 한국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도 김종출 KAI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지분 매각 여부와 민영화가 방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한화의 지분 확대다. 한화그룹은 올해 KAI 지분을 15.89%까지 늘리며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5월에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향후 경영권 확보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키웠다.
한화의 KAI 인수가 현실화하면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과 한화시스템의 레이더·항공전자 기술에 KAI의 완제기 개발·생산 역량을 결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과 역내 산업 기여를 중시하는 방산 조달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직계열화를 통한 통합 수출 역량 확보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집단으로의 사업 집중에 따른 독과점과 경쟁 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KAI는 여러 방산업체의 엔진과 레이더, 무장체계를 항공기에 통합하는 체계종합업체다. 그런 만큼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경쟁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LIG D&A도 한화의 KAI 인수가 국내 방산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육성한 기술과 전문인력의 민간 이전 문제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KAI는 1999년 정부 주도의 항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립된 이후 정부 지원과 공공사업을 통해 기술과 전문인력을 축적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개발한 핵심 기술과 인력이 특정 기업집단에 집중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영화 이후 수익성 중심의 경영이 강화되면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국가 전략사업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한화가 단기간 내 KAI 인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부문 통합을 추진하는 한편 자산 매각에는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부 자산 매각의 전면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완료하며 민영화된 철도를 다시 공공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마쳤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현재 보유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당장의 인수 추진보다는 향후 정책 변화에 대비한 장기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기반을 미리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향후 KAI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한화가 이미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인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다른 인수 후보가 뚜렷하지 않아 매각 과정에서 충분한 경쟁이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LIG D&A 역시 KAI 인수에 관심을 보인 바 있지만 실제 지분 확보에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인수 경쟁이 제한될 경우 적정 매각가격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각가격 뿐 아니라 민영화 이후 방산업계의 경쟁 구도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한화의 KAI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특정 기업집단으로 방산 역량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방산 육성 기조와 상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내 방산업계가 대기업과 하드웨어 무기체계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방산 생태계 다변화와 혁신기업 육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 중심으로 인수 구도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민영화의 필요성과 산업적 파장, 매각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