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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인철의 펀치펀치] ‘유승민 당 대표’가 되면

2022-12-22 11:03:41

문인철 논설위원
문인철 논설위원
내년 3월 국민의힘 당 대표는 누가 될까. 이번 주 몇 가지 여론조사가 나왔다.

모두 유승민 전 의원이 압도적이다. 뉴시스가 의뢰한 여론조사를 인용한다. 유승민 36.9%, 나경원 14.0%, 안철수 11.7%. 유승민 전 의원이 앞서도 한참 앞선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면 달라진다. 나경원 26.5%, 안철수 15.3%, 유승민 13.6%. 유 전 의원은 1등도 아닌 3등으로 떨어진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확실한 1등인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맥을 못 쓴다. 이런 결과는 유 전 의원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유승민 58.3%, 안철수 6.3%, 나경원 5.5%.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지지도다. 절대적인 지지다.
국민의힘이 긴장했다. 바빠졌다. 이제까지 대표선출은 당원투표 70%, 일반국민여론조사 30%였다. 과거 한나라당 때부터 해오던 오랜 방식을 바꿨다. 여론부담도 컸지만 감행했다. 당원투표 비율 100%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한 것이다. 긴장하고 바빠진 것은 오로지 유 전 의원 때문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과히 ‘유승민 당 대표’ 실현에 대한 공포감이라 하겠다.

이러한 공포감은 어디에서 올까.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지지층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윤석열 후보와의 감정의 골이 깊어서도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의 앙금이 남아서도 아니다. 야당 인사 이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저격해서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유 전 의원을 경계할까. 오랜 전통인 당헌·당규를 바꾸기까지 하면서다.

‘유승민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정부가 망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제 막 취임 7개월이 지난 정부에서 망한다는 불안감은 지나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15년 2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다. 원내대표 자격으로 국회 대표연설을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로 박 정권을 비판했다. 원내대표 당선 후 첫 작품이 대통령 때리기였다.

대통령 시행령과 관련해서도 갈등을 빚었다. 이후 유 전 의원은 ‘배신의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듬해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체제였다. 청와대와의 공천 갈등이 컸다.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에게 요구한 내용 중 하나다. 청와대는 유승민 의원 등 계파 의원들에 대한 공천배제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거부했다.

옥쇄파동을 거쳐 그 덕에 유승민 의원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졌다. 이후 과정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박근혜 정부의 쇠락이다. 탄핵까지 당했다. 박근혜 정부가 망한 것이다. 이 과정의 한 중심에 유 전 의원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유승민 당 대표’를 가정해보자. 윤석열 정부를 밀어주고 받쳐주는 대표가 될까. 잘하는 일에는 박수를 친다. 하지만 못하는 일에는 가차없이 비판을 한다. 여당 대표 위치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과거 원내대표일 때도 그랬으니 당 대표가 되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상상일 뿐일까. 지난해부터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현실적이다. 당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된다. 더욱 유승민 정치를 할 것이다. 대선을 위해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한바탕 큰 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될까. 내후년 총선 때까지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바로 3개월 후부터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거대 야당 민주당을 설득하는 일만 해도 벅차다. 유승민 당 대표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유승민 대표가 반대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 취임 1년도 안 되어 레임덕 상황에 빠지게 된다. 심하게 표현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된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망하게 된다. 단순히 가정에 끝날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달린 사안이다.

차기 지도부를 당원투표 비율 100%로 선출하기로 한 이유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망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물론 내년 봄 전당대회에서 선택은 국민의힘 당원 몫이다. 외국의 한 속담이 있다. ‘이제까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앞으로도 없다.’ 혹 유승민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 속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 줄곧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지만, 대표가 되면 그러지 않을 행보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전혀 필요 없다. 그런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문인철/빅데이터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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