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강원 인제군 LX 오프로드 파크 행사장에 렉서스 LX 700h이 도열한 모습. =성상영 기자
[인제=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렉서스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타본 이는 드물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렉서스다. 렉서스코리아는 국내 소비자에 화답하듯 보디 온 프레임(뼈대 역할을 하는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방식) 기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LX 700h'를 선보였다.
지난 20일 강원 인제군과 춘천시 일대에서 만난 LX 700h는 이전까지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렉서스의 또 다른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낸 플래그십(기함) 차량이다. 캠핑과 오프로드(험로) 주행을 즐기면서도 가족을 편하게 태우고 싶은, 전천후 패밀리 SUV를 원하는 아빠에겐 '원 픽(한 가지 선택지)'과 다를 바 없다.
LX 700h는 국내에서 공백 상태였던 렉서스의 '풀사이즈 SUV' 자리를 채웠다. 렉서스는 전장(길이) 4.4m급 'UX'와 4.6m급 'NX', 그리고 4.8m급 'RX'를 판매 중인데 이들 모두 정통 SUV에선 살짝 비껴난 크로스오버 장르에 가깝다. 그만큼 보디 온 프레임 대형 SUV LX 700h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렉서스 LX 700h 뒷모습. =성상영 기자
외관은 전통적인 SUV의 전형을 잘 따르면서 근육질 몸매가 강조된 모습이다. 전면은 렉서스 'L'자형 주간주행등과 모래시계 모양 라디에이터 그릴로 패밀리룩(특정 브랜드 제품의 공통된 형상)을 형성한다. 여기에 불룩하게 나온 휠하우스(바퀴를 감싸는 부분)가 웅장함을 더했다.
실내는 기함급 차량답게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그러면서도 기능적인 부분은 놓치지 않았다. 요즘 상당수 차와는 달리 물리 버튼을 많이 썼는데, '오프로드(험로)에서 언제 터치 패널 누르고 있냐'는 일본 엔지니어들의 고집이 담긴 모습이다. 직관적으로 배치된 각 버튼은 실제 조작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내·외관은 트림(세부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LX 700h는 뒷좌석에 최고급 사양을 추가한 'VIP'와 7인승 표준 모델인 '럭셔리', 오프로드 특화 모델 '오버트레일' 세 가지로 나왔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3열 좌석이 있는 럭셔리 모델이다.
렉서스 LX 700h가 약 30도 기울기를 가진 사면을 극복하는 모습. 상단 12.3인치 화면에선 카메라를 통해 측면과 하부 상황을, 하단 7인치 화면에선 오프로드(험로) 주행 정보를 보여준다. =성상영 기자
시승 코스는 다양한 장애물이 포함된 오프로드와 일반국도·고속도로 위주의 공도 주행으로 구성됐다.
오프로드 코스에선 거친 바위길과 약 30도 기울어진 사면, 도강(渡江), 통나무 길 등을 체험했다. LX 700h는 '오프로드 머신'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여러 난구간을 여유롭게 돌파해 나갔다. 보디 온 프레임 차 특유의 강인함과 듬직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구동력 설정 다이얼을 사륜 저속(L4)으로 돌린 뒤 오프로드에 차량을 집어 넣자 탄탄하면서 안정감 있게 밀고 나갔다. 특히 '크롤 컨트롤'을 켜자 2~3㎞/h의 저속을 유지하며 차량이 알아서 장애물을 극복하며 전진했다. 이날 오프로드 코스는 최근 강원 지역에 내린 폭설로 진흙밭이 된 상태였지만 네 바퀴가 노면 상태에 따라 발빠르게 구동력을 제어하며 자세를 유지했다.
렉서스 LX 700h 앞좌석. =성상영 기자
중앙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함께 7인치 '유틸리티 디스플레이'를 따로 탑재한 점도 편리했다. 상단 큰 화면에선 양쪽 사이드미러 아래, 전방 하부를 보여줘 사각지대 없이 노면 상태와 함께 바퀴가 어디를 지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단 유틸리티 디스플레이에는 공조 설정 상황을 비롯해 제동·가속 페달 전개량, 차체 기울기 등 오프로드 주행 상태가 표시됐다.
이어진 공도 주행에서도 LX 700h는 믿음직한 성능을 발휘했다. 3.6ℓ 가솔린 트윈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은 묵직하면서 힘 있게 속력을 높여 나갔다. 예상 외로 듣기 좋았던 엔진 음색도 인상적이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464마력, 최대토크는 66.3㎏f·m에 달한다.
안전·편의사양은 브랜드 상위 차종인 만큼 아낌없이 들어갔다. 지능형 정속 주행 장치(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를 켜니 차량이 스스로 앞 차량과 보조를 맞추면서 제법 자연스럽게 가·감속했다. 500㎖ 생수병 6개를 넣을 수 있는 냉장고는 다른 동급 SUV에선 보기 힘든 LX 700h만의 배려 요소다.
렉서스 LX 700h 뒷좌석. =성상영 기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디 온 프레임 차가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다. 차체와 프레임을 프레스로 통째 찍어내는 모노코크 방식의 장점인 넓은 실내와 가벼운 무게, 뛰어난 승차감은 보디 온 프레임 차에선 상대적으로 약점이 된다.
LX 700h는 성인이 앉기는 힘든 3열 좌석, 2.8t이 넘는 공차중량을 갖췄다. 한 번 충격을 걸러낸 후 여운을 남기는 자잘한 진동도 있다.
물론 LX 700h는 구조적인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게 사실이다. 성인이 앉기는 힘든 3열 좌석, 모두 모노코크 차와 비교해 불리하다는 것일 뿐, 일반적인 소비자가 느끼기엔 거슬릴 수준도 아니다. 특히 3열 공간은 이 차가 배기량 3.6ℓ 엔진에 터보차저(과급기)를 2개나 단 데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까지 얹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좁다고 타박만 하기엔 너무 인색하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앞서 알려진 것과 달리 2억원을 넘지 않았다. 트림별로 △VIP 1억9457만원 △럭셔리 1억6797만원 △오버트레일 1억658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