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숫자가 조금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회복 흐름에 안주하지 말고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이달 초 이재용 회장이 소집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함께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영상이 사실상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전하는 이 회장의 신년 메시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임원 세미나에서도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메시지 역시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공개된 영상에 담겼다. 올해 영상에서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다시 꺼내 들며 위기의식을 한층 더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에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달라진 것은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는 점”이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삼성 역시 전략적 선택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에 놓였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기술력에서는 일본에 밀리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 발언이었다. 이재용 회장이 다시 이 표현을 언급한 것은 이제 중국과 일본을 넘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전략적 압박이 커진 현실을 환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 여파로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이달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단기 실적 개선에 대한 경계를 거듭 강조한 것은 현재의 회복세를 위기 탈출로 오인하면 안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에는 이번 국면을 놓칠 경우 재도약의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담겼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임원들에게 보다 강도 높은 실행력과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향후 과제로 ▲AI 중심 경영 강화 ▲우수 인재 확보 ▲기업문화 혁신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나 현장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이 조직 관리와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참석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전달됐다.
지난해 크리스털 패에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담겼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위기를 인식한 상태에서 실행과 성과로 삼성의 저력을 다시 증명하자는 메시지가 강조됐다는 평가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조직 관리 역량 강화를 목표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전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를 2016년 이후 9년 만에 재개했으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