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들이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미국발 관세 부담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매출 186조2545억원, 기아는 114조1409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합산 매출은 300조3954억원으로 전년(282조6000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물론 합산 기준으로도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전년(26조9000억원) 대비 23.6% 감소했다. 미국 자동차 관세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차 4조1000억원, 기아 3조1000억원 등 총 7조2000억원에 달하는 관세 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줄었다. 매출은 6.3% 증가한 186조254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아 역시 매출은 114조1409억원으로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28.3% 감소했다. 양사 모두 ‘매출 최대·이익 감소’라는 동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관세 부담이 없었다면 실적 흐름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폭(6조3607억원)을 고려하면 관세 비용이 대부분을 설명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1월 미국 자동차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기존 재고 물량에 반영된 관세 영향이 이어지며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글로벌 판매 경쟁력은 여전히 견조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고, 기아는 2년 연속 매출 10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다 판매(314만대)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호조가 실적을 떠받쳤다.
계열사 전반의 실적도 눈에 띈다.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61조1181억원, 영업이익 3조357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북미 전동화 공장 본격 가동과 전장부품 등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성장 효과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매출 29조5700억원, 영업이익 2조7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 7.0%로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도 외형 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6년 매출 188조~190조원, 영업이익 12조~14원(영업이익률 6.3~7.3%)을, 기아는 매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영업이익률 8.3%)을 제시했다. 양사 합산 매출 목표는 310조~312조원 수준이다.
다만 관세 부담은 올해도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으로만 영업이익이 4조원 이상 줄었고 기아 역시 연간 영업이익의 3분의 1수준에 해당하는 비용을 떠안았다. 미국 판매 비중 확대와 관세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만큼, 수익성 방어가 올해 경영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매출 300조원 달성을 했는데 일단 영업이익률은 20% 줄었지만 매출 자체가 300조원이라는 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다만 작년에 관세 문제로 인해서 일단 기아가 타격이 좀 컸고, 영업이익률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25% 올리겠고 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주가가 80%까지 올라갔으니까 불확실성이 좀 사라지면서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란 측면에서 현대차 그룹의 차종 다양성, 수출 활로 등이 한층 확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이브리드는 토요타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연비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내 시장에서 다양성 있는 차량을 확대하면서 매출도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작년보다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