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 유통·서비스 기업들이 협력사에 대한 거래·납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며 상생 행보에 나서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로 중소 협력사의 자금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기업들이 유동성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조기 지급 규모도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그룹을 중심으로 한 선지급 규모는 이미 조 단위를 넘어섰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과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등 27개 계열사가 참여해 1만3000여개 파트너사에 납품 대금 1조749억원을 설 연휴 이전에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결제 일정 대비 수일에서 수주 앞당긴 조치다.
신세계그룹도 협력사에 지급할 거래 대금 1조7000억원을 최대 7일 앞당겨 지급한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15개 계열사가 참여해 중소 협력사 9000여곳에 결제 대금 2332억원을 선지급하며 명절 전 자금 지원에 나섰다.
중견·전문 유통 및 서비스 기업들도 조기 지급 대열에 합류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중소 협력사 100여곳을 대상으로 정산 대금 약 500억원을 기존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지급한다. BGF리테일은 2013년부터 명절 전후 정산금 선지급을 이어오고 있다.
코레일유통도 설 명절을 맞아 1170여개 협력사에 총 263억원 규모의 정산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이달 말 지급 예정이던 납품원가와 매장 운영원가 등을 최대 17일 앞당겨 오는 12일에 지급할 계획이며, 향후 명절 정산 대금 조기 지급을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은 1000여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판매 대금을 앞당겨 지급한다. 카지노·리조트 운영사인 파라다이스도 협력사에 지급할 거래 대금 187억원을 기존 일정 대비 일주일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식품·뷰티 업계의 상생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OEM(주문자위탁생산) 기업과 원료·포장 업체 등 36곳을 대상으로 하도급 대금 약 138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다. 지급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약 50일 앞당겨진다. 오뚜기는 명절마다 대금 조기 지급을 실시하는 한편 동반성장 펀드 조성, ESG 컨설팅 등 협력사 지원을 지속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9개 계열사에 원부자재와 용기, 제품 등을 공급하는 4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280억원 규모의 거래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오는 20일까지 지급 예정이던 대금을 최대 10일 앞당겨 순차 지급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명절 전 조기 지급을 이어오고 있다.
애경산업도 58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약 88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을 최대 5일 앞당겨 현금으로 지급한다. 명절을 앞두고 집중되는 협력사의 자금 수요를 고려한 조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대금 조기 지급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상생과 동반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