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테러 후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70% 줄고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해 선박 수는 70% 증가 거리‧비용 더 들지만, 안전한 항로에 선박 투입 늘 것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사진= HD한국조선해양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중동의 전쟁 상황이 장기화하면 화물선과 유조선을 건조하는 조선사에겐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을 키우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주요 해운사들이 선대 확장을 위해 실시한 선박 발주 물량은 경기 불황과 전쟁과 국경 폐쇄 등 선박을 운항에 가해지는 위협적 요인을 회피하기 위한 거리 조정 수요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홍해를 운항하는 상선에 테러를 가한 것이다. 후티 반군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하마스 지지를 명분으로 국적과 상관없이 홍해를 지나는 모든 상선에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은 2024년에도 계속되어 수많은 상선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그러자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빠른 시간에 넘어갈 수 있는 수에즈운하를 포기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 항로를 택하는 빈도가 늘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를 보면, 2023년 10월 약 2400척에 달했던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수는 2025년 5월 1000척 아래로 줄어 70%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희망봉을 거쳐 간 선박은 1700여 척에서 3000척 육박하는 등 70% 이상 급증해, 항로가 대체되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거리는 약 3000~5000해리(약 5500~9000km 이상) 더 길어진다. 이에 따라 운송 시간은 통상 10일에서 2주(14일) 이상 더 소요되어 전체적인 물류 리드타임이 많이 늘어난다. 화주가 부담해야 할 운임이 인상된다. 그럼애도 불구하고 희망봉 항로를 택하는 이유는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선박 한 척의 운항 거리와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노선에 투입하는 선사는 각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하는 선박을 늘려야 한다. 이를 ‘거리 조정 수요’라고 칭한다. 실제로 조선사들은 컨테이너 운반선 수주 척수가 늘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20년 5척에 불과했던 컨테이너 운반선 수주가 2021년과 2022년 각각 72척으로 늘었다. 두 해에 수주한 선박은 2023년부터 선주사에 인도되어 항로에 투입됐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세계 경제 반등 기대감과 국제해사기구(IMO) 친환경 선박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가 더 큰 요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발발한 홍해 위기 덕분에 투입된 선박을 희망봉 노선에 충분히 투입할 수 있었다.
2023년, 2024년 HD한국조선해양의 컨테이너 운반선 수주량은 각각 29척, 28척으로 줄었다. 수에즈운하 위험 요인이 제거되어 수에즈운하 노선으로 복귀하면 늘어난 선박은 공급과잉 상황이 된다. 실제로 2025년 6월 미국이 후티 반군을 공습해 선박 테러를 멈추자, 선사들은 다시 수에즈운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을 지속하면서 해상 화물 운송이 줄어들고 있어 남는 선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중동 지역은 다시 전쟁 상황에 빠졌고, 후티 반군도 테러를 재개할 것이라고 해 호르무즈해협 폐쇄에 이어 수에즈운하도 다시 위험해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3척의 컨테이너 운반선을 수주했으며, 올해는 발주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길어지면 선사들은 우회 항로에 투입할 선박 발주를 결정할 것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배제 정책에 따라 한국의 조선사들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