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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뗐다” 한화가 설계한 美 군수지원함 건조 가시화

2026-03-31 10:49:58

바드마린US와 미 해군 NGLS 개념설계 사업 하청 계약
길이 100m 미만 소형 선박이지만, 건조비는 상선의 3배
건조 계약 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지 영향력 키워야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그룹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그룹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현지에서 미국해군의 군함 건조를 위한 첫 계약을 체결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중장기적 시점으로 바라본다면 참여 폭과 건조 선박 크기와 종류 확대가 기대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와 한화필리조선소는 30일(현지시간) 선박 설계기업 바드 마린US(Vard Marine US, Inc. 이하 바드마린)의 하청업체로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양사는 이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Next Generation Logistics Ship) 개념설계(Concept Design)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방위산업을 포함한 공공 조달 사업에 외국 업체의 직접 참여를 제한하고, 현지 업체의 하도급 또는 파트너 계약을 체결해 간접 참여토록 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미국 현지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이같은 규제와는 상관없지만 지배구조의 최정점이 대한민국 기업인 한화그룹으로 바뀐 뒤 처음 체결하는 계약이라 간접 참여 방식을 적용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드마린은 캐나다 밴쿠버와 오타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지사를 둔 조선 설계 및 해양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다. 세계 최대 유람선 건조업체로 알려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그룹에 속해있다. 선박 설계, 엔지니어링 및 조선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와 루마니아, 베트남, 브라질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며, 선박을 직접 건조하거나 수리 및 개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드가 설계한 대표 선종은 ‘바드-1 시리즈(VADR-1 Series)’라 명명한 플랫폼 지원선(Platform Supply Vessels)이다. 플랫폼 공급선은 해양 석유 및 가스 시추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선박이다. 바드-1 시리즈 선종이 NGLS 요구 사항을 부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바드는 NGLS 개넘설계 사업의 주계약사에 선정됐으나 대외적으로는 민간 선박 분야에서 장점을 보이는 업체로 알려졌다. 따라서 부족한 군함 설계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한화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계약 체결에 따라 시장 조사를 공동 실시하고, NGLS 플랫폼에 대한 개념설계 및 개선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생산 용이성, 상선 건조 공법 적용, 생산 비용 분석도 지원한다. 기능설계 계획 및 특수 연구 수행을 위한 옵션도 포함돼 있다.
NGLS의 미 해군 공식 명칭은 ‘경형 보급 유조선(T-AOL)’이다. 상선 기술을 활용해 미 해군 전방 작전 부대에 연료, 보급품, 탄약 등을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 함정은 소형, 경량, 저비용 유조선으로 구상해 연안 해역과 전투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초기 연구에 따르면, T-AOL의 예상 크기는 약 3000~4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범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선으로 치면 연안 운송을 주로 담당하는 소형 벌크선이나 1000~2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피더(Feeder)급 컨테이너 운반선으로, 선종에 따라 다르지만, 길이 100m 미만, 폭은 15~20m 내외인 경우가 많다. 대형 선박이 접안하기 어려운 소규모 항만에 주로 입항할 수 있는 체급이다.

미 해군은 2023 회계연도 함정 건조 계획에서 T-AOL의 척당 건조 비용을 함정당 약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290억 원)로 예상했다. 이는 최신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적용한 2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의 2025년 기준 척당 평균 건조 비용 약 4000만~5000만 달러(약 611억~763억 원) 수준과 비교하면 3배 비싸다. 군함이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미국 현지에서 건조하는 만큼 재료비와 인건비 등 높은 건조 원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예상 건조 비용은 신형 존 루이스급 함대 유조선 건조 비용 8억 달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경제·국방·이민·복지·산업정책 등 핵심 국정 공약을 담은 포괄적 입법으로, 2025년 7월 4일 최종 서명해 발효한 ‘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에는 1억 달러의 사전 조달 자금이 포함되어 있다.

계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화는 한화디펜스USA가 설립되고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래 미 해군과 체결한 첫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이번 수주가 조선 분야 한미 협력을 통한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개념설계 결과물을 승인받아 실제 건조 발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개념설계 사업을 맡는 업체가 군함 건조 계약도 연이어 수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한화는 바드의 하청 계약자 관계이기 때문이므로 우선권은 바드마린에게 주어진다. 한화필리조선소가 있으므로 유리하지만, 미국 국내 다른 조선소와의 경쟁을 의식해야 한다. 앞으로 한화가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지속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톰 앤더슨(Tom Anderson)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한화는 바드와 협력해 미국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의 설계과정에 참여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번 수주는 다양한 해양 작전 환경에 배치된 미군 장병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해군이 필요로 하는 함정을 건조하는 데 있어, 한화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조선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 지도부도 T-AOL과 같은 보급함대에 대한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모함과 구축함은 보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정 시간 동안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수송사령부(MSC)는 오랫동안 인력 부족에 시달려 왔으며, 함대 전체를 운용할 만큼 충분한 승조원도 없어 일부 소형 지원 함정의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대럴 코들 미 해군 참모총장은 최근 싱가포르 해군기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군 수송사령부가 과도한 운용으로 인해 취약해지고 있으며, 그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USNI 뉴스 보도에 따르면, 코들 총장은 “군 수송사령부는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함대 운용에 대한 부담이 막중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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