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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만든 습관”…글로벌 불안 속 ‘불황형 소비’ 고착화

2026-04-14 09:00:00

민간소비 증가율 1%대 둔화…“필요한 것만 산다” 소비 기준 변화
산업부 “유통 매출 등락 속 필수재 중심 소비 지속”…구조 재편 가속

▲사진제공=AI 생성
▲사진제공=AI 생성
[빅데이터뉴스 최용선 기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소비 시장에서 ‘불황형 소비’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소비 위축을 넘어 소비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대응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14일 유통업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관 전망에서 올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은 1.5~1.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률이 2~3%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질 구매력 개선이 제한되면서 소비 여력 역시 크게 확대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필요한 소비만 하는’ 방향으로 구매 기준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 현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최근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5% 내외 등락을 보이고 있지만, 식품과 생필품 등 필수재 중심 소비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일부 월 기준 1% 안팎 감소세를 보인 반면, 편의점과 백화점은 4~6% 증가하며 업태 간 온도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식품과 생필품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는 반면, 패션·가전·생활용품 등 비필수 소비는 감소 또는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 상승 시 소비를 미루거나 대체재를 찾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구매 자체를 줄이는 ‘지출 축소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매출 구조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에서 식품 비중은 과거 50~60% 수준에서 최근 70%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점포의 경우 신선식품 비중이 75%를 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중심으로 매장 구성을 강화해온 전략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대응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이마트는 ‘5K 프라이스’ 전략을 통해 주요 생필품 가격을 5000원 이하로 맞추는 균일가 구조를 확대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 상품군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대용량 기획 상품과 묶음 할인 구성을 강화하며 객단가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쇼핑 역시 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중심으로 가성비 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신선식품 특화 매장 비중을 늘리며 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식품 매장 리뉴얼 이후 방문객 수가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채널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쿠팡은 ‘로켓프레시’와 정기배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반복 구매를 유도하고 있으며, 할인 행사 빈도를 늘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역시 가격 비교 기반 쇼핑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최저가 중심 경쟁을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인 경기 요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번 형성된 절약형 소비 습관이 쉽게 되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필요한 것만 산다’는 소비 인식이 확산되면서 향후 소비 회복 속도 역시 과거보다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소비 구조 변화’로 해석한다. 경기 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가성비 중심 소비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 역시 단순한 가격 할인 경쟁을 넘어 상품 구성과 가격 전략, 공급망 전반을 재정비해야 하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기 회복과 함께 소비도 빠르게 반등했지만, 지금은 소비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며 “가격뿐 아니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와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용선 빅데이터뉴스 기자 cys4677@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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