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을까지 고유가 가능성 언급 정유업계, 1분기 실적 호조 예상..."서류상 이익 불과해" 석화업계는 직격탄...2분기부터 수익성 더 악화 가능성 "5월 일부 물량 감소...통행료 여부 떠나 빠른 해결 필요"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선언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올 가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속에 국내 정유업계는 표면적인 실적 호조 이면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원료비 부담이 직결되는 석유화학업계는 대규모 적자 위기에 직면하는 등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즉시 효력을 발휘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진입하거나 떠나려는 모든 선박을 봉쇄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본격적인 봉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는 선박에 대해 공해상 안전 항해를 보장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며 이란의 자금줄을 압박했다. 이는 오는 21일까지 남은 휴전 기간 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해협 통제권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유가 지속 여부에 대해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가을까지 고유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일 오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7% 급등한 배럴당 103.44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7% 상승한 104.93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해 3월 평균 72.5달러에서 올해 3월 128.5달러로 77.2% 급등한 상태다.
고유가 지속으로 정유업계는 1분기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어둡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조 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에쓰오일(S-Oil) 역시 2조 원대 영업이익이 추산된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유사한 흐름이 기대된다. 다만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이익이 반영된 효과에 가깝다. 정제마진이 3월 기준 배럴당 29.3달러까지 올랐으나 운임 상승과 수송 지연 등 비용 부담으로 실제 현금 흐름은 지표만큼 원활하지 않다. 향후 유가가 안정될 경우 고가에 들여온 재고가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석화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적자 전환해 1725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도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약 2170억원 적자가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부타디엔(BD) 강세로 785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한화솔루션은 39억원 수준의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커 2분기에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정부와 업계는 대체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5월까지 총 1억1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확보하고 비축유 스와프를 통한 단기 대응에 나섰다. 정유사들도 카자흐스탄, 미국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하며 가동 차질이 없도록 대응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통행료 부과 여부를 떠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통행료 부과나 사태 장기화는 기업의 판단이라기보다 국가 간 협상 차원의 문제라 상황별 가정에 따른 대응 전략을 짜거나 경제성을 분석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다만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통행료 여부를 떠나 최대한 빨리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설령 통행료가 부과되더라도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며, 그 수준 또한 기업의 존립을 흔들 만큼 천문학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배럴당 1달러 안팎의 통행료가 현실화될 경우, 중동산 원유의 운송비는 미국산 원유 도입 비용과 유사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물가에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업계는 통행료 변수를 미리 반영해 수치를 산출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본 뒤 유가가 안정된 이후 경쟁력을 재평가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5월 수급은 일부 물량 감소로 원활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정유사들이 스팟 물량을 직접 확보하는 등 발로 뛰어 대응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