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54조원 규모 투자 단행해 항공기 100대 도입 예정 지난해 영업익 1.5조 수준...매년 1조원 이상 자금 조달 필요 "채권이나 차입 중심 조달 예측...시장에서 엄격한 평가 거쳐" "2040년경 도입 자산으로 현재 재무구조만으로 판단 어려워"
대한항공 비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대한항공이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103대를 도입하는 데 54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으로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의 수십 배에 달하는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현재의 수익 구조와 유동성상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총 54조 873억원을 투입해 신규 항공기 103대를 도입한다고 지난 3월 공시한 바 있다. 이는 대한항공이 투입할 자기자본 10조 9632억원 대비 493.35%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 기간은 2026년 3월부터 2039년 말까지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필연적인 행보라고 분석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 산업에서는 기재 도입과 관련한 투자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낌없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기 기재가 다소 노후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통합 항공사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부분이 반영된 투자 결정으로 보여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 비용은 사전에 예상할 수 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 규모가 워낙 커서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부담을 크게 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25조226억원, 영업이익은 1조1141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수익성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매출은 29조원대까지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1조1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8년에도 1조715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투자금을 갚으려면 단순 계산상 연평균 2조35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향후 예상되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대를 모두 쏟아부어도 원금을 갚는 데만 50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외부 조달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익잉여금 등 유보금을 활용할 시에도 이사회의 의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대한항공의 재무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329%였던 부채비율은 약 340%로 상승했다. 순차입금비율 역시 114.2%에서 147.5%로 치솟았다. 유동비율 역시 2024년 32% 수준에서 지난해 64%로 개선됐으나, 통상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100%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 3월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C&D)를 사모펀드로부터 7500억원에 재인수한 점과 해당 회사가 보유한 차입금 약 7100억원에 대한 자금보충약정도 잠재적 부담 요소다.
최근 고환율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이달 들어 KB증권과 NH투자증권 주관으로 각각 500억원과 1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두 채권 모두 만기는 3년, 발행금리는 연 4.309%로 강제상환 조건이 명시돼 있다. 통상 부채비율 등의 재무 부담이 확장될 경우 회사채를 즉시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향후 자금 조달 과정에서는 시장의 평가가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결국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될 지가 핵심인데, 자기자본으로 어느 정도를 충당하고 나머지를 어떻게 조달할지가 관건”이라며 “구체적인 자본 조달 방안은 향후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지배력 유지 문제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주식 발행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신주 발행보다는 채권이나 차입 중심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의 경우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가 보다 엄격하게 반영될 수 있다”며 “어느 정도의 이자를 감내하면서 참여할 만한 계획인지를 시장에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장기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항공기는 적시에 도입하지 못하면 향후 사업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있어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입되는 항공기는 통상 2035년 이후 약 40년쯤 들어오는 자산이기 때문에 현재의 재무 상태나 영업이익만으로 단순하게 결부지어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 계획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항공기 도입 시 파이낸싱을 활용 과정에서 고효율 최신 기단의 경우 ESG 채권을 활용하거나 금리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여러 상황을 종합해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