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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일반

[한솔그룹 줌인]영업익 2.9배 과징금 폭탄 맞은 한솔제지...지주사 한솔홀딩스 영향받나

2026-04-27 09:00:00

한솔홀딩스 지분법 손실 추정치 435억...신임 한경록 대표 취임 1년 만에 '비상사태'
새한제지서 한솔제지까지 60년…'담합 낙인' 흑자전환 성과 한순간에 흔들

사진=한솔그룹
사진=한솔그룹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국내 최대 제지기업 한솔제지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6개 인쇄용지 회사들이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다. 한솔제지가 2024년 304억원 적자를 털어내고 당기순이익 3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해당 과징금 규모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499억원의 2.9배에 달한다. 3년 치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뱉어내야 하는 셈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부과된 과징금 1425억8000만원은 한솔제지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 6976억원의 20.44%에 달한다. 이는 한솔제지가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납부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한솔제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6억원으로 2024년 말 505억원에서 49.2% 줄어든 상태다. 과징금 1426억원 대비 현금으로 충당 가능한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82%, 약 1170억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징금 확정 시 손실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솔제지 지분 30.52%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솔홀딩스는 자회사 과징금이 충당부채로 인식되는 순간 지분법으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1426억원의 30.52%를 적용하면 최대 435억원 규모다. 한솔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은 89억원 흑자였지만 이익 대부분이 자회사 비지배지분에서 나온 것으로 한솔홀딩스 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은 -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 상태였다. 따라서 그룹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까지 동반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자산 처분을 고려할 수 있으나 현금화는 어려운 재무 구조로 보인다. 유동자산은 매출채권 3355억원, 재고자산 3729억원 등으로 총 8210억원이다. 그러나 재고자산의 경우 한국수출입은행 무역금융 관련 양도담보로 1820억원 한도가 이미 설정됐으며 매출채권 일부도 담보로 묶여 있다. 한솔제지가 공시에서 "공정위 최종 의결서 수령 후 법령 및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며 행정소송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현금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소송을 제기하면 집행이 유예되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고 최종 납부액 감경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익잉여금 상황도 여의치 않다. 당기말 이익잉여금은 1546억원으로 전기 1610억원에서 64억원 줄었다. 세부 내역을 보면 법정적립금 136억원과 임의적립금 1534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오히려 -125억원의 '결손' 상태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연차배당 71억원과 중간배당 48억원을 합쳐 총 119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는데 과징금 충격이 현실화되면 향후 배당 재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차입금 부담도 과징금 리스크를 가중시킨다. 당기말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사채는 5176억원으로 전기 4509억원 대비 668억원 늘었고, 장기차입금 및 비유동 사채 2999억원을 합산하면 총차입금은 8175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간 매출액 2조2900억원의 35.7%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채비율은 185.8%다. 연간 금융비용 542억원은 전기 668억원에서 18.9% 줄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499억원을 42억원 웃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추가 차입을 통해 과징금을 납부하면 금융비용 부담은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회계 처리도 변수다. 행정소송 시에도 회계 원칙상 의무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대 1426억원이 단기간에 비용으로 반영되면서 2026년 재무제표에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39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흑자전환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솔제지 대표이사에 취임한 한경록 대표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맏사위다. 그룹의 차기 경영자로 거론되는 조 회장의 장남 조성민 부사장과 함께 3세 경영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 대전공장 생산라인 출신의 현장 전문가 오준균 생산기술총괄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친환경 제품 '프로테고', '테라바스'를 앞세워 북미·일본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담합 제재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초반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965년 새한제지공업으로 출발한 한솔제지는 1968년 삼성그룹에 인수됐으며 1991년 계열 분리 후 한솔제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5년 1월 인적분할로 존속회사인 한솔홀딩스와 신설회사인 한솔제지로 나뉘어 같은해 1월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는 2024년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고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룬 바 있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의결서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의결은 있는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피신고인에게 의결서 정본이 송부된다. 의결에 불복할 경우에는 의결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30일내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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