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유명환 기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또다시 잔고 조회 장애가 발생하면서 잦은 전산장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 폭우 침수 사태부터 올해 1월 5일 코스피 4400선 돌파 당시 장애까지 4년 새 굵직한 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면서 업계 1위를 자처해 온 한국투자증권의 전산 인프라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분부터 11분까지 약 7분간 한국투자증권 MTS에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잔고를 조회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개장 직후 앱 접속자가 폭증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계좌에서 잔고 조회 지연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개인 매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과부하에 걸리면서 매매 판단의 출발점이 되는 잔고 정보 조회가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오류 중에도 매매 주문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며 "현재는 관련 조치가 완료돼 모든 서비스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산장애가 한국투자증권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사고는 2022년 8월 8일 발생했다. 당시 기록적 폭우로 본사 사옥이 침수되면서 서버에 전력 공급이 중단돼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가 약 15시간 동안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규장 마감 이후 시간외 주문과 해외주식 거래가 중단됐고 피해 고객은 6260명에 달했다.
이듬해에도 대형 사고가 이어졌다. 2023년 7월 5일에는 본사 서버실 항온항습기 고장으로 온도 제어가 이뤄지지 않아 서버가 마비되면서 오후 12시30분부터 1시간 넘게 MTS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국내주식 거래는 15분 만에 정상화됐지만 해외주식과 파생상품 거래는 1시간 넘게 정상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장애가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 10월 27일에도 개장 직후 MTS 접속 지연과 호가·잔고 조회 문제가 거론되며 투자자 항의가 이어졌다. 당시 회사는 일부 잔고 조회 지연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기술적 원인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장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코스피가 4400선을 돌파한 1월 5일 한국투자증권 MTS는 오전 9시2분부터 20분까지 약 18분간 'MY' 탭과 이벤트 페이지에서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MY 탭은 △보유잔고 △평가손익 △예수금 △미체결·체결내역 등 매매 출발점이 되는 정보가 모이는 핵심 구역이어서 투자자 불편이 컸다.
이 같은 잦은 장애는 한국투자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 500만 계좌 이상 9개 증권사(한국투자·KB·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신한투자·카카오페이·토스)에서 2022~2025년 4년간 발생한 전산장애는 총 168건에 달했다.
채널별로 보면 △MTS 단독 장애 98건 △HTS 단독 장애 26건 △두 시스템 동시 마비 44건이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에서 MTS 장애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산 투자는 늘었지만 안정성 확보는 따라잡지 못했다. 9개 증권사의 전산운영비는 2022년 1조5943억원에서 2025년 2조1094억원으로 32.3% 증가했지만 전산장애에 따른 4년간 누적 배상액은 52억6853만원에 그쳤다. 외부 요인보다 내부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관리 영역에서 발생한 장애 비중이 더 컸다는 점에서 단순히 거래 급증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 체계의 한계도 지적된다. 현행 보상은 전화 기록이나 전산시스템 주문 로그가 남아 있는 주문 건에 한해 △매도 △환매수 △전매도 △정정 △취소 주문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신규 매수 주문 등 기회비용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잔고 조회 지연으로 매매 판단이 늦어진 경우는 사실상 배상받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크 타임 안정성이 곧 증권사의 기본 인프라"라며 "거래가 몰릴수록 시스템이 버텨야 하고 장애가 발생했다면 범위와 원인, 재발 방지책을 가능한 수준까지 설명해야 신뢰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