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들어 6800TEU급 컨선 용선료 5만 달러인데 운임은 2만 달러 연간 6000억 원 용선료 부담과 메우기 위해 인하 노력에 나섰으나 선주들의 재협상 거부로 법정관리행 위기, 결국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 2016년 6월 22개 선주사와 용선료 평균 21% 낮추는 데 합의하며 타결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첫 대체 선박인 ‘현대 포워드’호가 2016년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LA항을 향하고 있다. 사진= HMM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용선료 인하는 현대상선이 추진한 회생 노력 가운데 핵심이었다. 특히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 회생의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로 용선료 인하를 제시하고 있어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말하자면 용선료 인하 협상은 단순한 비용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2000년대 중반 호황기에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고(高) 용선료로 여러 척의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도입했었다. 당시에는 시황이 최고조이고 운임도 높은 시기여서 용선료 역시 이에 맞춰 높은 수준으로 장기계약이 체결됐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운임이 폭락하면서 계약상 고정된 용선료가 수익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예컨대 2006~2008년 사이에 체결된 일부 8600TEU(1T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용선료가 하루 5만 달러 이상이었으나, 2012년경 시장 운임은 2만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현대상선은 전체 선박의 약 70% 이상이 용선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용선료 부담은 수익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연간 용선료 부담액이 1조 원을 웃돌며 영업이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현대상선은 2009년부터 용선료 인하 노력을 전개했다. 경기 침체로 운항 손실이 확대되자 주요 선주사들에게 단기적인 용선료 감액 또는 납부유예를 요청했다. 이때의 협상은 선박별·계약별로 개별 진행되었고 감액폭도 크지 않았다. 일부 선주사는 감액 대신 계약기간 연장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해운 시황이 회복되지 않자 2012년 무렵 현대상선은 보다 근본적인 계약 재조정을 추진했다. 2013년 12월 현대그룹이 발표한 3조34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에 ‘용선료 인하 협상 가속화’를 명시한 이후에는 전체 선박을 대상으로 협상을 추진했다. 이때부터는 채권은행이 협상에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선주사들과의 협의체 구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주요 대상은 유럽·일본·싱가포르·그리스 등지의 선주 및 리스회사들이었다. 이들과는 용선료 인하, 계약기간 연장 또는 조기 반선(返船), 지불방식 조정, 환율 조정, 일정 기간 납부유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의가 이루어져 상당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본격적인 용선료 재협상이 시작된 것은 2015년부터였다. 2015년 들어서도 해운 시황이 호전되지 않고 운임이 급락하며 영업적자가 심화되었다.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500선까지 하락하면서 현대상선도 연간 60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었다.
결국 2015년 7월 현대상선은 채권단에 ‘용선료 재협상 계획서’를 제출하고, 22개 선사의 장기 용선 90여 척을 대상으로 재협상에 돌입했다. 목표는 평균 30% 이상 용선료를 인하하는 것으로 잡았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용선료 추가 인하 없이는 회생 불가”라 판단하고, 해양수산부, 수출입은행과 함께 ‘용선료 감액 공동협의단’을 구성하여 용선료 재협상 지원에 나섰다.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일부 선주사들의 반발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재협상을 통해 용선료를 깎아 준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한두 건에 불과할 만큼 드문 일이어서 선주사들의 거부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2011년에 계약할 때는 8000TEU급 선박을 하루 5만 달러에 빌렸지만, 올해는 5분의 1에 불과한 1만 달러면 빌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용선료를 최소한 30%는 깎아야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선주들을 설득했다.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면 선주 입장에서는 용선료를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더 심화되었다. 2016년 들어서는 법정관리를 전망하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이 무렵 정부는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 성사를 압박했다. 선사에게 법정관리는 ‘파산’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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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 절박해진 현대상선은 결국 2016년 3월 재무구조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이란 기업이 유동성 위기로 흑자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단이 시행하는 일종의 선제적 기업 지원책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회생 차원에서 시행하는 워크아웃과는 성격이 다르다.
2016년 3월 22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채권금융기관들은 채권단 논의 끝에 용선료 인하를 전제조건으로 현대상선이 신청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절차의 개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도 탄력을 받게 되었다.
2015년 시작된 용선료 재협상은 2016년 6월 22개 선주사와 용선료를 평균 21% 낮추는 데 합의하며 마침내 타결되었다. 향후 3년 6개월 동안 지급해야 할 용선료 2조5300억 원 중 약 5400억 원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협상 단계에서 목표로 했던 28.4% 인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채권단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협상단은 전체 용선료의 약 70%를 차지하는 조디악, 다나오스 등 5개 컨테이너 선주와 마라톤협상을 벌여 10% 후반대의 인하를 이끌어냈다. 나머지 17개 벌크선주와는 25% 인하에 합의했다. 따라서 평균 인하율은 21% 수준으로 종결되었다.
협상이 타결된 것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컨테이너 선주사 조디악이 태도를 바꿔 협상에 임하면서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선사들은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관리행이라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뜻을 확인한 뒤 용선료 협상에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또 5월 들어 채권단이 용선료 인하를 조건으로 684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결의한 것도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분(5400억 원)의 절반인 2700억 원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받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2022년부터 5년에 걸쳐 상환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연간 약 1500억 원의 용선료를 아낄 수 있게 되어 현금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단계에서 해운동맹 가입만을 마지막 관문으로 남겨두게 되었다. 채권단은 해운동맹 가입까지 성사되면 684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지면서 현대상선은 정부로부터 선박 지원 프로그램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이어 용선료 협상까지 마무리되면서 현대상선의 회생 속도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되었다.